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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23. 2023

육아하는 데 필요한 의외의 기술

가끔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이런 도움을 받았으면, 누가 대신 이것 좀 해줬으면 싶은 순간들. 아이를 키우면서 알고 배워야 할 부분이 참 많다. 그리고 해도 해도 부족도 부분도 생긴다. 아이를 출산하고 집으로 데리고 오던 순간은 늘 새롭고 기억난다.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새록새록하다. 출산한 그 순간보다 어쩌면 집으로 처음 데리고 오던 날이 나에게는 선명하다. 오물거리는 입과 만지작거리는 너무나 작은 그 손을 보는 순간, 아! 내가 아이를 낳았고 집에 함께 왔구나 실감하는 것이다.


손끝하나라도 잘못 건드릴까 조마조마하던 생후 100일 무렵까지는 친정어머니나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았다. 첫째를 키워봐서 둘째는 수월할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새로웠다. 그리고 어려웠다. 나보다는 훨씬 능숙하게 아이를 달래어주는 친정엄마 곁에서 나는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고, 바깥 외출이 어려운 그 시기에 산후도우미는 나의 먹거리를 챙겨주고 둘째 아이뿐만 아니라 첫째 아이와도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을 함께해 주었다.

갓난아기부터 손싸개를 하는데 손톱이 날카로워 자신의 얼굴을 긁거나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상대적으로 손톱이 얇고 참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일반 손톱깎이가 아니라 전용 손톱가위를 사용한다. 얇고 가늘게 금방금방 자라기 때문에 손톱가위로 살살 잘라준다. 손톱은 의외로 빨리 자란다. 손을 꼭 움켜쥐고 있어 손톱 자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초보 엄마아빠라면 손톱 하나에 어쩔 줄 몰라한다. 한 명이 손을 편 상태로 잡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이 손톱가위를 이용해 빠른 시간 안에 깎기를 마쳐야 한다.

이전 소아과에서 근무할 때 의외로 자주 병원에 오는 일이 손톱 깎다가 상처가 생긴 경우였다. 아기의 작은 손가락을 잡고 혼자 자르다가, 혹은 작은 손톱사이즈를 넘어 조금 더 깎다가 근처 살을 집거나 상처를 내는 경우였다. 마치 돋보기를 끼고 안전한 상태에서 예의주시하면서 잘라야 하는 그런 경우인 거다. 물론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되겠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걸리고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 아기들의 손톱 깎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들은 특히 모른다. 함께 손을 잡고 하나의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손톱 깎는 일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소한 일들은 주양육자의 몫이다. 그래서 잘 모른다.


육아하는 데 필요한 기술 중 또 하나는 기저귀 갈기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빨리' 갈기다. 분명한 사실은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어린 갓난아기 때부터 기저귀를 차고 5~6살 무렵이 될 때까지는 보통 수면 중 기저귀를 차고 있다. 신생아 때는 하루에도 많은 양의 기저귀를 갈고,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사용하는 기저귀의 수와 무게만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돌 전후 외출을 하려고 하면(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기저귀가방에 각종 물티슈와 분유병, 보온병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간다. 기저귀도 꼭 포함이 된다.

외출하게 되면 아이의 기저귀상태를 늘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묵직하니 오줌을 누었거나 대변을 본 경우라면 근처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기저귀 갈기 위한 장소가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없어서 곤욕을 치른 경우가 종종 있다. 기저귀를 가는 동안에 아이가 오줌을 쉬이~ 누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는 그런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면서 아이가 싸기 전에 빨리 기저귀를 교체하는 능숙한 부모가 되어간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잠자는 동안에도 기저귀에 한쪽을 넣고 다른 한쪽을 넣어야 하는데 그 순간 다리한쪽을 뺀다. 기저귀를 차기까지도 힘들지만, 기저귀가 사실 불편하니 입지 않으려고 도망 다닌다. 제일 좋은 건, 무엇보다 기저귀를 일찍 떼는 거다. 밤기저귀는 5~6살 무렵까지 수면 중에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낮동안만이라도 기저귀를 떼면 엄마는 기저귀에서 해방되는 거다!


남자아이도 필요하지만 특히 여자아이들의 경우 특히 더 필요한 기술이 있는데 바로 '머리묶기'다. 돌 무렵부터 핀을 꽂기도 하고, 아주 작은 손톱사이즈의 고무줄로 애교머리처럼 묶기도 한다. 엄마인 내 머리도 관리를 못하기 일쑤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밀린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나는 밥한술 뜨는 시간도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가 있다. 내 얼굴은 제대로 씻었나? 샤워한 지가 언제인지? 내 몰골은 또 어떻고?

우리 집에 매일 아침마다 오는 돌보미선생님이 있었다. 늘 일을 시작하면서 앞치마를 두르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이를 돌보아주었다. 인자한 표정과 기품이 느껴지는 말투에서 나도 아이도 안정감을 느끼게 준 고마운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자녀분은 둘 다 아들인데, 아이를 키우면서 머리 묶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여자아이들의 머리 묶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나름의 공부도 하셨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고 머리 묶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선생님의 정성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돌봄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느껴졌다.

남자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실 머리 묶을 일이 거의 없다.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머리를 묶기 시작하는데, 그 무렵에는 일반 고무줄이 아닌 아주 작은 가느다란 고무줄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정말 가늘고 쉽게 풀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챙챙 힘껏 감아놓으면 아이의 머리카락에도 무리가 갈 수 있어 적당한 사이즈와 압력으로 묶는 기술이 필요한 거다. 나 역시 해보았나? 첫째를 키우면서 나름 머리도 땋아주고 아침마다 머리를 빗어주기도 했다. 아이가 하나일 때와 둘일 때와는 정말 많이 달랐다!


우선 내가 시간이 없었다. 첫째 등교도 하는 시간이고 둘째의 등원준비도 하는 시간, 그리고 나의 출근시간이 겹쳤다. 둘째는 5살이 될 때까지도 머리 자르는 걸 아주 많이 싫어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아이의 머리를 내가 자르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들이 보통 자르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길이로 자르는 게 아니라 양측만 듬성듬성 잘라두었다. 머리숱이 어린아이치고는 제법 많은 데다 여름이었고, 굉장히 더워 보였다. 그래서 양쪽 옆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는데, 아이는 또 긴 머리카락을 좋아했다. 누가 보면 어떻게 머리를 저렇게 자르고 방치했을까? 싶을 정도로 커트를 했는데 그러고도 한참을 그 헤어스타일 그대로 고수했다. 최근에는 머리카락의 길이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맞추어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겉으로 보기와는 또 다른 소소한 일상의 다름이 있고 매일의 변화가 있다. 머리카락과 손톱이 쑥쑥 자라듯이 아이들도 어른인 나도 아주 천천히 성장하고 변하고 있다. 아이가 하나 일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두 자녀가 되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가 더 챙기고 싶어도 못 챙기는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내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손톱 깎는 일이 서툴러도, 손가락이 커서 머리를 잘 못 묶어도 (남편은 손가락이 굵어 아이의 머리카라 묶는 걸 정말 어려워했다) 기저귀 갈 타이밍을 놓쳐도 괜찮다. 처음 해보는 나도 그랬고, 여전히 머리 묶는 건 어렵지만 나대로 나만의 스타일로 하면 된다.

아침마다 유치원 등원길에 머리도 아주 예쁘게 단정히 하고 오는 친구들도 보인다. (사실 나도 첫째 등원할 때는 나름 꽤나 신경 써서 등원했다!) 자다가 잠결에 등원한 둘째는 머리카락도 길이가 안 맞고, 부스스한 있는 그대로의 내추럴한 스타일이지만 엄마와 함께 등원한 시간만은 아이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고,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나라는 걸 나의 소중한 두 아이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예쁜 헤어핀장식보다는 머리를 매만져주는 엄마의 손길을 기억하기를.


하영이와 채영이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을 엄마는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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