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그 당당함에 대해

by 정희정

마흔을 주제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느덧 마지막 목차를 앞에 두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마흔의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나의 마흔을 되돌아보았다. 서른 중반부터 마흔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우연히 작은 도서관에서 나의 손에 잡힌 김병완 작가의 '마흔, 행복을 말하다'는 마흔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따듯한 토닥임으로 다가왔다. 작은 도서관은 나에게 따듯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여러 해 지나는 동안 아이도 성장해 나갔고 나 역시 책과 일,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 나갔다.


오늘 아침 인스타에서 좋은 글을 보았다. 나 역시 인스타를 하지만, 유일하게 보는 채널은 두잉피플이다. 나의 상황이나 그때그때 필요한 말들이 진주알처럼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자기 계발을 책과 독서노트로 했다는 유명인의 글귀를 가만히 보았다. 우리가 전자제품 하나를 사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사용설명서를 읽어보아야 하는데, 사람의 인생도 그렇다고 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그 이유를 찾는다는 스님의 말도 우연히 들어왔다. 왜 태어났어? 가 아니라 태어났기에 그 속에서 이유를 찾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환경은 막강하고도 큰 영향력을 가진다. 우리가 매일 듣고 접하고 만나는 모든 것을 우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책을 가까이한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하루 24시간 365일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고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책이라는 친구를 곁에 두고 곁에 있으니 꺼내보게 된다. 침실 옆에도 바닥에도 책상 언저리에도 늘 한두 권의 책이 포진해 있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건 아니다. 모두 각자의 생각과 고민을 안고 가지고 간다. 고민해 보았자 해결안 되는 문제들도 대부분이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사실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차오른다. 방심하는 순간 머릿속을 파고든다. 그럴 땐 어떡해야 하는가?


나는 매일의 할 일에 집중하고, 우선순위를 메모해 두었다. 가까이에 있는 책을 펼쳤다. 책에서 알려준 대로 행한 것들이 있고, 책 속에서 깨달은 앎과 지혜들이 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처방전과 같다. 작은 도서관을 매일같이 다니던 시간이 있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일을 쉬던 무렵이었기에 가능했다. 한겨울에도 바퀴 달린 책바구니를 달달 끌고 다니면서 작은 도서관을 다녔다. 그리고 한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독서노트를 적었다. 그날의 날짜, 읽은 책의 제목과 지은이, 그날의 느낌, 책 속에서 좋았던 구절을 한 자 한 자 적어내려 갔다. 어느 날은 짧게, 어느 날은 길게, 어느 날은 건너뛰기도 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모인 독서노트가 나의 첫 번째 책 <책 먹는 아이로 키우는 법>에 녹아들어 갔다. 좋은 구절이 책의 목차 맨 앞에 실린 것이다.


어쩌면 독서와 필사, 확언이 매우 닮아있다. 나는 이 셋을 삼총사라 부른다. 아주 작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내가 시간을 내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을 기다리지 말고 그냥 시작하면 된다. 나만의 1일을 만드는 거다. 서점이나 책방에 가서 (나의 책방에 오면 더없이 좋겠다!!) 독서에 필요한 책을 사고, 필사 책을 골라본다.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는 '재미있는 책만' 골라둔다. 너무나 많은 책들 사이에서 오히려 고르기가 어렵고, 어떤 책이 좋은지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책 고르는 시간과 고민의 시간을 아끼려면 이미 책방지기가 선별해 둔 책방에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나의 의지와 노력, 정성이 들어가는 일에는 하고 싶은 때는 없다. 다이어트나 운동도 그렇지 않은가? 일단 세수를 하고 신발을 신고 나가는 거다! 거기서 시작된다. 오늘 운동을 하느냐 마느냐 판가름이 난다. 필사도 매일 하는 숙제 같아 지겨울 때도 있지만, 일단 책을 펼친다. 자리에 앉아서 펜을 잡는다. 거기서 시작한다. 내가 연재하는 브런치글도 그랬다. 글 쓰고 싶은 때는 드물다. 아주 극히 드물다. 그래서 환경을 만들었다. 마흔의 연재글을 목요일 연재로, 창업이야기를 월요일과 수요일 연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구독자와의 약속이기에 꼭 지키려고 써 내려갔다.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버렸다.


내가 당당하려면 내가 뭘 알아야 하고 내가 떳떳해야 한다.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가 있다. 매일같이 긍정확언글을 올리고 필사를 올린다. 내가 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 있을까? 필사도 그렇고 독서도 그렇다. 내가 행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있다. 시작해 놓고 흐지부지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내가 느슨해지거나 권태기에 빠질 때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함께하는 힘이 있었다. 필사한 페이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힘을 얻기도 했다. 글씨가 참 예쁘네 생각하기도 했다. 손글씨를 대하는 날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정성 들여 적은 글귀만 보아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참 좋았다. 내가 시작하고 함께 시작하고 꾸준히 매일의 글을 올리면서 일 년이라는 시간이 채워졌다. 그리고 올해 어린 왕자 필사를 앞두고 있다.


JUST DO IT

TRY AGAIN

ONLY ONE


어젠가 카페에 올린 글이다. 마음이 끌리는 것이 있으면 아주 작게라도 해보아라. 작은 성취의 기쁨이 또 다른 작은 시도를 불러온다. 꽃다발을 사고 싶다면 장미 한 송이라도 한번 나에게 선물해 보자. 내가 질투하는 대상이 있다면 '내가 그것을 좋아해서' 그런 거다.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다가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질투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나의 마음레이더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알 수 있다. 내가 관심이 없다면 질투할 일도 없을 테니까.

한번 해보았다가 잘 안되더라도 낙심하지는 말자. 다시 또 하면 된다. 필사도 그랬다. 100일의 영어필사가 나에게는 두 번째 도전이다. 이전에는 80여 일 부근에서 멈추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해 보았다. 이번에도 80여 일 부근에서 멈출뻔한 고비가 왔지만, 96일째다. 한번 시도해 보고 한번 적어보았다고 조금 더 눈에 들어온다. 유튜브도 그랬고 블로그도 그랬다. 필요해서 배운 시간도 있었지만 무슨 말이지 모르고 내버려 두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해보지 않은 일은 '나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배웠다. 나에게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리고 잘된 모델이나 좋은 형태가 있으면 따라 해보았다. 따라 하다가 별거 없네?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나만의 루트를 만들었다. 이미 정상에 오른 사람들도 중간에 여러 번 자빠지고 넘어져보았을 거다. 나 역시 그랬다. 하다가 포기하고 올라가다가 떨어지고 자빠지기도 했다. 원고투고를 할 때는 계약이 되었다가 파투 나기도 하고, 출판사 대표와도 만날 약속을 잡아놓고 일방적으로 약속이 취소돼버리기도 했다. 계약했던 책이 안 나오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내가 아니라 ONLY ONE 이 되면 된다. 다른 이들이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내가 나에게 좋은 말들을 많이 들려주어야 한다. 왜? 아무도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흔 가까이에서 내가 바라보는 관점은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면 그 빛이 주변에도 전해진다. 그 저력은 내가 만든다. 누가 대신 내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 오롯이 나만의 인생이다. 내가 부지런히 갈고닦은 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길이 되고 빛이 되어줄 것이다. 마흔의 당당함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있다. 그 시간 속으로 즐겁게 걸어 들어가 보자. 당신의 마흔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