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책방을 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답은 '할 줄 아는게 이것뿐이라서' 라는 단순한 대답이 나온다. 그랬다. 나는 서른하고도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 책이라는 재미에 빠졌다. 책을 사는 걸 제일 좋아했고 책이 오는 날을 기다렸다.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책을 읽고 책을 썼다. 영어필사책도 직장에 차에 두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필사하기도 했다. 유니폼을 입고 잠시잠깐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커피한 잔 사오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잠시 앉아서 책을 보는시간이 참 좋았다. 커피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나는 마침내 커피를 팔지 않는 책방을 열었다.
오늘은 김천구미역에서 기차를 탔다. 경북구미는 내가 자라온 고향이자 친정이다.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가끔 가지만, 늘 그립기도 하고 엄마의 밥냄새가 그리운 곳이다. 월요일 휴무를 핑계삼아, 그리고 아이방학을 핑계삼아 구미에 다녀왔다. 이전에는 허투루 보았던 상가가 눈에 들어온다. 기차역까지 친정어머니가 바래다주고 아이와 함께 역안으로 들어오는데 빈 상가들이 눈이 보인다. 이 곳에 책방을 열면 어떨까? 생각이 스친다.
구래역에 위치한 지금의 책방에는 작은 쪽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구래역, 마산역(김포), 구미역에 최고그림책방 분점을 오픈한다.
가장 처음으로 오픈한 공간이지만, 나는 구미역에도 책방을 오픈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다. 적어두니 눈에 보이는 걸까?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월세나 위치, 상가에 대해 궁금해지는 걸까? 나는 지금의 책방을 넘어서 어느시점 이후에 어떤식으로 확장을 해나가고 자금을 꾸려나갈 지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야기하겠지. 지금 있는 책방이라도 생계유지를 잘해. 라고 말이다. 책방해서 돈이 남나? 월세는 감당할 수 있나? 다양한 우려와 걱정도 많다. 친정아버지가 오픈할 당시에 걱정하고 우려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시선이 그렇다. 사실 책만을 팔아서는 먹고 살기어렵다. 월세를 내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다양한 모임을 만들 수도 있고 나만의 책방 컨셉을 만들어 수익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나도 아직 작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선에서 시도하고 시작해보고 있다. 책방을 하면서 좋은 점을 생각해보았다.
1. 자기계발을 일하면서 함께 할 수 있다
2. 재미있는 이벤트를 자주 열 수 있다
3. 보고싶은 책을 마음껏 살 수 있다
어차피 책이 넘치는 곳이다. 책방이니 책이 주인이다. 아이들도 책을 보러오고 엄마아빠도 관심있는 책을 들춘다. 그림책을 포함해서 다양한 도서를 들여놓는다. 자기계발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운영하는 시간동안 모임을 연다. 독서모임, 글쓰기모임을 열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집한다. 정원은 5명으로 제한한다. 독서모임의 주제는 매달 다르고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고명환 작가님의 책을 시작으로 덴마크 육아와 관련한 12월의 책, 그리고 돈과 관련된 1월의 책까지. 매달 독서모임을 진행하기 위한 책을 심사숙고해서 정한다. 소설책도 해당한다.
사실 나는 소설을 자주 보지않았다. 중학생 때 파고든 연애소설이나 나쓰메 소세끼, 일본 작가들의 책을 제외하고는 소설책에 큰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바로 지난주 토요일) 정아은 작가님의 북토크가 책방에서 열렸고 이번 기회를 통해 소설책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간 닥치는대로 접해왔던 자기계발서도 좋지만, 사람의 삶과 행태를 통해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다루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오면 음료나 초코렛도 주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도 사은품으로 준비해둔다. 3만원 이상 구매하는 경우 사은품으로 전달한다. 소소한 사은품이지만 기분이 참 좋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아이들은 조물조물거리는 스트레스볼을 좋아하기도 하고 판매용으로 비치해둔 몰랑이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마음이 약해져서 하나씩 선물로 주기도 한다.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는 내가 운영하는 카페다. 최근 책방이벤트를 열었는데 그림책, 독서와 관련한 주제로 이벤트 응모하는 내용이었다. 책방에서 판매하기 위한 물건을 이벤트 당첨선물로 정했다. 라이언 농구공, 탁상시계, 화장품을 비롯해 그림책 꾸러미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응모한 이들이 모두 이벤트 선물에 당첨되어서 더 기뻤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그간 하고싶었던 재미있는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책을 사는 게 좋았고 이책저책 넘나들며 보는걸 좋아한다. 제목이 솔깃하거나 재미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거나, 보고싶은 책이 생기면 바로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내가 거래하는 곳은 예스24, 알라딘, 웅진북센이라는 도매업체다. 특히 예스24에서 구매를 많이 하는데, 책이 포장되어 오는 방식이 마음에 들고 책방 콜라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도 원할 때는 언제든지 열수있다. 보고 싶은 책을 담아두고 인기있는 책들과 함께 주문해둔다. 입고하자마자 팔리는 베스트셀러도 있고, 몇개월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는 책들도 있다.
아이들이 책에 다가오는 시선을 즐긴다. 책방 한켠에 진열해둔 그림책에 손을 뻗을 때 나는 뿌듯하다. 엄마의 성향이 아이에게 전해질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니 아이도 좋아했다. 그림책을 읽어준 경험이 책방을 찾아온 손님들에게도 전해진다. 그림책을 추천하거나 상담도 해준다. 파를 싫어하던 아이가 <된장찌개> 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보고 파를 먹기를 시도한 것처럼 그림책은 아이의 관심이 전부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책을 좋아한다. 어른이 보기에 필독서이고 교훈이 가득한 내용이라고 해서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떤 아이는 좋아하는 책이 어떤 아이에게는 와닿지않는 책도 많다. 그래서 아이가 5살 무렵이 되면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책방에 오는 것이 좋다. 아이가 잡는 책이 무엇이건 사주는 것도 좋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보고싶은 책에 눈길이 가고 만지고 싶다. 읽어보고싶다. 아이들이 피터래빗을 고르건, 어른책을 고르건, 데미안을 고르건, 이솝우화를 고르건, 강아지 반려견 책을 고르건, 아이의 선택에 맡기는 것도 좋다.
책이라고 해서 다 보는게 아니다. 만지고 들추어보고, 보고싶은 페이지만 보아도 좋다. 아이가 안보면 내가 보면 된다. 그림이 많은 책도 글이 많은 책도 좋다.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가 고른 데미안이라는 책을 좋아했다. 빨간색 표지의 촉감이 좋은 재질의 그 책은 아이에게 놀잇감이었다.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기면서 아이는 책과 친해졌다. 책을 가지고 노는 경험은 책과 친하게 만들어준다. 책에 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서서히 내려놓고 깨쳐보자.
독서모임에서 책을 다룰 때도 이야기한다. 너무 깨끗하게 보지말라고 알려준다. 내가 사서 구입하고 독서모임에 가져올 정도라면 그 책은 접어도 되고, 색칠해도 되고 끄적거려도 된다. 책을 보고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면 여백에 적어두는 게 좋다. 책이 연습장이고 독서노트다. 굳이 다른 노트를 사지않아도 된다. 그 책을 볼 때의 감성과 상황, 그날의 이야기가 모두 책 속에 담겨있다. 책이 나이고 내가 책이 된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고 나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고 나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아플 때도 학교 안가는 날도 학교 가기싫은 날도 책방에 잠시 머무른다. 유투브를 보더라도 엄마가 수업하는 날도 책방에서 지낼때가 있다. 내가 책방을 열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이들과 점점 줄어드는 시간이 못내 아쉬웠고 내가 일하러 간 사이 긴시간을 보낸 아이들 곁에 머물고 싶었다. 책방을 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지금이다.
아이들과 책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지금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최고그림책방이 어느정도 운영을 하고 수익구조를 이루어낼 때까지 이런저런 고충도 고민도 시도와 시작도 실패도 있을거다.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나만의 책방을 이루기 위해서 결단내리고 책방을 열었던 만큼 과정과 고비를 하나씩 넘어가보려한다. 두려워만 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거다. 책방을 열지 않았다면 지금의 좋은 분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다.
나비처럼 책방에 와서 앉았고 나비가 또 다른 나비와 함께온다. 이게 나비효과가 아닐까? 구미에 분점을 내고 싶은 나의 생각이 언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날이 빨리왔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책방과 함께 성장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