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김치 냉장고가 없다.
김치 금단증상을 겪다
우리 집엔 김치 냉장고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에서 김치를 먹는 사람은 나 혼자. 나의 남편은 김치를 먹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치 자체를 안 먹는 건 아니지만,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나 단독 김치뿐일 때는 절대 먹지를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 온 것 같다. 김치를 어쩔 수 없이(?) 먹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김치볶음밥이 나올 때다. 간혹 어쩌다 한번, 정말 가끔. 어쩔 수 없이? 김치볶음밥을 먹을 때는 (햄이 잔뜩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때는 김치를 골라내지 않고 볶음밥을 먹는다.
나의 남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라면 수프에 야채가 따로 포장되어 있는 라면을 선호한다. 이유인즉슨, 눈치를 채셨겠지만 야채와 수프가 함께 포장되어 있으면 함께 라면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자신이 골라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오로지 '수프'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 그 정도로 야채의 '야'자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남편에 이어 나의 첫째 딸이 김치를 잘 먹지를 않는다. 다른 오이나 당근 등의 야채를 잘 먹는다. 나는 김치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나의 나이 일곱 살 무렵 즈음. 부모님이 김치를 엄청 좋아한다는 뜻으로 '김치 호래이(?)' 김치를 엄청 좋아한다는 의미의 경상도(구미) 사투리인 것 같다. 지금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김치를 엄청,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아이였다. 그런 내가 김치는 선택일 정도의 생활을 요즘 하고 있다. 나만 먹기에는 사실 양이 좀 애매하긴 하다. 편의점에서 파는 너무 작은 김치는 선호하질 않고, 그래도 사게 되면 좀 큼지막한 걸 사고 싶은 욕심이다.
나 혼자만 먹기에 많은 양이라도 그래도 스텐 통에 오래 두고 보관하면서 먹을 때가 많다. 김치라는 것이 라면이나 짜장라면과 함께 먹어도 꿀맛이고, 카레와도 너무 잘 어울린다. 김치찌개, 김치전을 부쳐먹을 때도 너무 맛있다. 김치찌개를 끓으면 오직 나만 김치를 건져 먹는다. 그러다 보니 몇 번을 사골처럼 우리 게 되고 몇 번을 거듭 끓이게 되면 결국에는 내가 김치찌개를 먹는 건지, 김치찌개가 나를 먹는 건지,, 점점 맛이 없어지게 되는 거다.
김치 없이 지낸 지 일주일..
김치 없이 지낼 때가 있다. 오래 보관할 김치. 나 혼자만 먹는 김치. 일 하면서 매일 요리를 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김치를 소비를 소비하는 일도 과제가 되고 숙제가 되었다. 맛있게 먹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함께 요리해 먹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 혼자이기에 김치전이 먹고 싶어 김치전을 해도 늘 남기게 되고 김치찌개를 해도 건더기인 김치는 늘 내 몫이니, 이 또한 즐겁지가 않았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도 라면을 결정하긴 쉬웠지만, 김치 한 묶음 앞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냥 사면될 일인데, 사서 보관을 해야 하고 급한 건 아니니 다음에 살까? 이런 마음으로 늘 두 번째로 세 번째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김치 금단증상
왜 이렇게 마음이 허하지. 기운이 없지.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나는 요 며칠 김치가 그리웠던 것 같다. 카레를 먹을 때도 카레 맛은 맛있었지만, 시원하고 카레의 맛과 아주 끝내주게 잘 어울리는 김치가 없으니 카레의 맛은 반감되었다. 음~~ 음~~ 칼칼한 김치와 함께 먹는 카레의 맛이 덜했다. 카레를 먹을 때도 나는 김치를 생각했다. 먹을 것이 마땅히 없을 때는 김치가 있으면 김치찌개를 뚝딱 만들면 그만인 것을..
김치찌개는 내가 대학생 시절, 나의 친구를 통해 끓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자취를 했었는데, 친구가 김치찌개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김치를 달달 볶으면서 조미료를 한 스푼 넣어 함께 볶으면서 물을 넣고 끓였다. 지금의 나는 김치찌개에는 무조건 참치를 넣는다. (요즘은 참치액이 따로 판매도 하더라) 참치를 따서 참치액을 따라 붓고 김치와 함께 달달달 볶는다. 김치가 어느 정도 익었다고 생각되면 물을 한 그릇, 두 그릇 따라 붓는다. 또다시 발발발 끓인다. 조미료를 반 스푼 정도 넣고 두부를 함께 넣고 끓이면 어지간하면 맛있는 김치찌개. 한 동안 김치찌개를 못 먹었다. 김치를 안 사두어서. 김치가 없어서..
나는 오늘 김치찌개를 먹으러 갔다
결국 나는 오늘 김치찌개를 먹으러 갔다. 그랬다. 김치가 너무 먹고 싶었다. 얼큰하고 칼칼한 김치찌개와 동동 떠있는 두부를 한 입 먹고 싶었다. 방문을 하고 퇴근하는 길, 우체국에 들를 일이 있었다. 우편을 보내 놓고 오는 길. 아까 눈여겨봐 두던 김밥천국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김치찌개요" 외쳤다.
기다림의 시간. 김치찌개. 김치찌개. 내가 끓이는 것과는 또 다른. 사 먹는 김치찌개. 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나는 국물에 빠진 고기는 사실 좋아하진 않는다. 국물에 빠진 고기는 나의 남편이 전문 담당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김치찌개와 대면했다. 그리고 함께 반찬으로 나온 바알 간 김치.
깨무는 순간, 사 큰 하고 시원한 김치의 아삭함이 느껴진다. 그래. 바로 이 맛이지. 나는 그동안 김치의 그리움에 몸부림쳤다. 며칠 째 김치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김치 금단 증상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했지만, 김치가 없었던 지난 일주일은 나에게 목말랐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나의 몸이 느끼는 김치. 나의 몸이 필요로 하던 김치. 그 김치를 오늘 오래간만에 맛보았다!
김치찌개 국물에 수줍게 숨어있는 두부를 건져내어 한 입 크게 앙~ 뜨끈하면서도 김치 국물 맛이 베어져 두부의 감미로운 맛을 느껴보았다. 부드럽고 김치찌개의 깊은 국물 맛과 함께. 한 입, 두 입 오물오물 냠냠 맛보았다. 매일 저녁, 아이들의 식사를 생각했다. 오늘만큼은 조금 이른 퇴근길이기에, 나만의 만찬인 김치찌개를 마음껏 즐겨보았다.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선 엄마 먼저 챙겨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일상생활 속에 파 묻히다 보니 엄마의 끼니를 챙기기 어려웠다.
물티슈에 적혀있던 문구가 생각이 난다.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엄마도 그래야 한다. 그 말이 맞다. 아이들을 챙기려면 엄마가 먼저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그러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엄마 생각, 내 생각은 해야 하겠지.
"미안, 엄마 먼저 먹을게~" 속으로 생각한다. 김밥 두 줄을 포장해 간다. 아이들과 혹시 먹을 수도 있을 남편을 위해. 출발하려고 하는데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그런다. 스파게티를 해주고 있어요~ 그랬다. 나의 딸은 면을 좋아한다. 배고플 때 먹는 김밥은 꿀 맛이라, 사갔는데 지금은 안 먹을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 아마도 김치냉장고를 살 일은 없을 듯하다. 한 포기, 한 포기 사서 카레 먹을 때 먹고, 라면 먹을 때 먹겠지.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여서 먹겠지. 다 먹으면 또 한 포기를 사면 되겠지. 언젠가 둘째 아이가 김치를 좋아하며 잘 먹게 될 수도 있겠지. 지금은 잘 찾지 않지만, 첫째 아이도 김치의 맛을 알게 되겠지. 지금은 김치라는 반찬을 먹지 않지만, 언젠가는 김치와 친해질 날이 오겠지. 나의 남편도.
이번 주말은 오롯이 나를 위해 한 포기의 김치를 사러 가야겠다. 일주일 동안 방문 다니느라, 운전하느라 긴장했던 목과 어깨에 미안해서라도, 집 찾아 헤맨 고생한 내 다리를 위해서라도, 김치 금단 증상을 겪은 나의 몸을 위해서라도 면역력에도 좋은 우리나라의 김치를 사 먹어야겠다. 김치야 고맙다. 사랑한다~ 앞으로 쭉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