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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Sep 07. 2021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가라사대
"심령(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마태복음 5:1~3


성경에 나오는 '8가지 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산상수훈은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말씀 중 하나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천국을 받고, 

슬퍼하는 사람이 위로를 받고, 

온유한 사람이 땅을 물려받고, 

정의에 굶주린 사람이 정의를 성취하고,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 불쌍히 여김을 받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하나님을 보고,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리고, 

옳은 일을 하다가 핍박을 받는 사람이 천국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하나만 빼고.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옳은 일을 하다가 핍박을 받는 사람과 같은 상(천국을 가지게 됨)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덕이 높은 스님 중에도 가난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마음을 닦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가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퇴근 길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노숙자 할머니 두 분이 있습니다.

주렁주렁 들고 있는 검은 비닐봉지에는 한 여름에도 겨울 옷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가난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난은 힘들고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것입니다. 

가난은 최선을 다해서 벗어나야 할 상황이지 애써 추구해야 할 상태가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왜? 


가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봅시다. 


가난한 사람은 욕구에 솔직합니다.

배고픔과 추위를 스스로 속일 수는 없으니까요.


가난하면 절박해집니다. 

어떻게 끼니를 이어갈지 늘 걱정입니다. 

주저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습니다. 


가난하면 작은 것에 만족하게 됩니다. 

따뜻한 밥 한 끼면 족합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세상 행복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옷은 낡고 배는 고프고 집도 없이 떠도는 인생이라면 잘난 척 있는 척할 수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합니다. 

꼭 필요한 일이란, 먹고 자고 궂은 날씨를 피하는 것입니다. 

그 밖의 일은 관심 밖입니다.


이제 어렴풋이 감이 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영혼의 양식, 

즉 평화와 진리에 갈급합니다. 

나는 왜 사는지, 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외롭고 우울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쓸데없는 공상을 하며 빈둥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명상과 기도를 뒤로 미룰 수 없을 만큼 절박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정신적 허영이나 사치에 무관심합니다. 

허세나 아는 척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는 소소한 깨달음이나 가르침에도 행복을 느낍니다. 

아마도 그는 세상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꼭 필요한 일은 따로 있으니까.  


여러분은 가난이라면 몸서리칠 것입니다. 
그러나 들어보세요. 
마음을 가난하게 한다는 것은
일체 생각을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욕망도 내지 않고 두려움도 내지 않고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들지도 않는 것입니다.
어떠한 생각도 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철저히 자기 몸과 마음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몸과 마음을 가난하게 한다는 것은
먹고 입고 머무는 일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적게 가지며 즐길 줄 알면 크게 얻을 수 있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도 그것을 즐길 줄 알면
온 세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무여선사 <쉬고, 쉬고 또 쉬고>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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