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가라사대
"심령(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마태복음 5:1~3
덕이 높은 스님 중에도 가난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마음을 닦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가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퇴근 길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노숙자 할머니 두 분이 있습니다.
주렁주렁 들고 있는 검은 비닐봉지에는 한 여름에도 겨울 옷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가난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난은 힘들고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것입니다.
가난은 최선을 다해서 벗어나야 할 상황이지 애써 추구해야 할 상태가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왜?
가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봅시다.
가난한 사람은 욕구에 솔직합니다.
배고픔과 추위를 스스로 속일 수는 없으니까요.
가난하면 절박해집니다.
어떻게 끼니를 이어갈지 늘 걱정입니다.
주저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옷은 낡고 배는 고프고 집도 없이 떠도는 인생이라면 잘난 척 있는 척할 수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합니다.
꼭 필요한 일이란, 먹고 자고 궂은 날씨를 피하는 것입니다.
그 밖의 일은 관심 밖입니다.
이제 어렴풋이 감이 옵니다.
여러분은 가난이라면 몸서리칠 것입니다.
그러나 들어보세요.
마음을 가난하게 한다는 것은
일체 생각을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욕망도 내지 않고 두려움도 내지 않고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들지도 않는 것입니다.
어떠한 생각도 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철저히 자기 몸과 마음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몸과 마음을 가난하게 한다는 것은
먹고 입고 머무는 일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적게 가지며 즐길 줄 알면 크게 얻을 수 있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도 그것을 즐길 줄 알면
온 세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무여선사 <쉬고, 쉬고 또 쉬고>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