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대화의 소재가 되면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나도 멍 때리기 가끔 하는데, 머리 비우고 있으면 힐링되고 좋더라."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일까요.
흔히 멍 때리기와 명상이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멍 때리기와 명상이 비슷하다는 말에는 두 가지 오해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머리는 비워지지 않습니다.
딱 30초만 명상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각과 느낌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집니다.
노력한다고 끊어지지 않습니다.
비워지지도 않습니다.
(수행이 경지에 올라 '선정'에 이르면 번뇌와 망상이 끊어지는데,
명상 초보자가 체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멍하게 있는 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라고 여기는 것은 '무명' 즉 '지혜 없음'입니다.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는 말입니다.
둘째, 멍 때리기는 사실 명상의 적입니다.
명상은, 굳이 비교하자면, 관찰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무엇을 관찰하는 것인가.
호흡, 걸음, 자기 몸에 일어나는 느낌을 바라봅니다.
그 느낌에 대한 반응과 감정,
떠오르는 생각과 생각에 이어지는 것을 관찰합니다.
그래서 '알아차림' '마음 챙김'이라고 합니다.
명상을 방해하는 5가지 장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각적 욕망'입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에서 비롯되는 것들입니다.
두 번째는 '악의 惡意'입니다.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악의를 주의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들뜸과 후회'입니다.
차분하고 고요한 몰입을 방해합니다.
네 번째는 '의심'입니다.
'이 방법이 옳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다섯 번째는 '나태와 혼침昏沈'입니다.
우리가 흔히 '멍 때린다'라고 말하는,
목적 없이 멍하게 앉아 있는 흐리멍덩한 상태를 혼침이라고 합니다.
화두가 적적해진 상태에서 고요함에 빠져 있다 보면
참으로 그 고요한 것이 좋아질 때가 있습니다.
옛 선사들은 "마치 꿀을 먹는 듯하다"했습니다.
고요함에 빠지면 고요함을 놓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주 몽롱하고 멍청한 상태가 됩니다.
혼침(멍 때림)은 참선자가 나태한 마음과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오롯하게 깨어 있지 않을 때 일어납니다.
혼침이 일어나거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쉬고, 쉬고 또 쉬고> 무여선사가 들려주는 禪이야기 中
온 정신을 초집중해서 몰입 상태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중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는 것입니다.
암세포를 스캔하듯이 신체 각 부위에 차례로 정신을 모아 느낌을 살핍니다.
호흡을 할 때 코와 가슴과 복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살펴봅니다.
내 마음이 지루해하는지, 조급해하는지,
화를 내는지, 답답해하고 있는지, 기쁨에 가득 차 있는지
알고 지켜봅니다.
그리고 이런 알아차림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