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유발하는 세상에서 행복하기

분노를 다스리는 두 가지 방법

by 낙서인간

분노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입니다.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범죄가 분노케 하고 이웃의 안녕은 나 몰라라 하는 개인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이 분노를 부릅니다. 정쟁만 일삼는 함량 미달 정치인과 왜곡하고 현혹하는 쓰레기 언론에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일터에 가면 비겁하고 헛소리만 해대는 윗사람 때문에, 무능하고 눈치 없는 동료 때문에 열이 받습니다. 투정만 부리는 가족은 의지와 위로가 되기는커녕 짜증만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분노는 나의 정당한 감정이며 세상은 이를 수긍하고 반성할 의무가 있다!'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자, 이제 10초만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난 후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분노를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요. "나는 열 받았고, 네가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너도 나처럼 기분이 더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분노를 표현함으로써 "저 녀석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뜯어고치고, 나의 불만을 보상받고, 일이 올바르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신은 느낍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분노와 증오는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만 힘들게 할 뿐입니다. 실제로 분노의 대상에게는 전혀 해를 주지 못 합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 독을 마시면서 적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캐럴 트래비스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입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그것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됩니다. 책을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미뤄두었던 일을 하거나 책상과 옷장을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무엇이든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이면 됩니다. 중요한 건 몰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기쁨을 주고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틈 나는 대로 그 기술을 익히고 단련해야 합니다.


나는 삶을 즐기고 있다. 한 해 한 해를 맞을 때마다 나의 삶은 점점 즐거워질 것이다.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과 자신의 결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을 배워나갔다. 나는 외부의 대상들, 즉 세상 돌아가는 것, 여러 분야의 지식, 그리고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외부에 대한 관심은 어떤 활동을 할 마음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관심이 살아있는 한 사람은 결코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
-버트런드 러셀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조용한 곳을 찾아 호흡에 집중하면서 내게 일어난 '분노'라는 감정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왜 나는 분노하는가, 이 감정은 어디에서 왔는가, '화'라고 불리는 이 감정은 나에게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가를 바라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고 애쓰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를 억지로 가라앉히려 해서도 안 되고 다른 감정이나 생각을 일으키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좋은 감정인지 나쁜 감정인지 판단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냥 편안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자세를 가집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냥 쉬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추고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오직 쉬고 비우고 놓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의 비극은 여기에 있습니다.
- 무여선사


자신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 그리고 마음을 내려놓고 완전히 쉬고 비우는 것. 막상 해보면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알고 꾸준히 시도하면 내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분노에서 해방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단 해방되면 큰 자유와 행복을 만날 수 있습니다.


preikestolen.jpg

✈ 그림 설명: 노르웨이의 프레이케스톨렌(Preikestolen)을 종이에 펜과 수채물감으로 그려보았습니다. 프레이케스톨렌은 600m가 넘는 깎아지른 절벽이 기묘하게 툭 튀어나와있는 절경으로 신의 제단으로 불립니다. 스타방예르(Stavanger)에서 한밤 중에 출발해 밤새 등산을 하고 어스름한 새벽녘 프레이케스톨렌을 만났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장대한 풍광에 숨이 턱 막혔습니다. 프레이케스톨렌 절벽에서 아래를 내려보면 오금이 저릴 만큼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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