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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원 위에 선 소녀의 피부는 눈보다 희게 질려 있었다. 세상이 멸망해도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기에, 소년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에 시선을 빼앗겼다.
시선 끝 상대의 반응은 조금 느렸다. 굼뜬 움직임으로 저를 돌아보는 고개에 영원은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벽안의 눈동자가 그를 향한다. 놀란 듯 조금 커지는 눈을 마주보면서, 소녀는 생긋하고 웃는다.
“안녕?”
새까만 눈동자에 하얗게 빛나는 인영이 담겼다. 한 박자의 침묵 뒤로 정신이 퍼뜩 든 소년이 대답한다.
“안녕.”
“혼자 남은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의 얼굴에 그리움이 스친다. 그 표정의 의미를 영원은 알고 있다.
“난 설희야.”
“설희…….”
이름을 읊조려 보았다. 입안에 구르는 느낌이 퍽 예쁘다고 생각했다.
“너는?”
소녀의 질문에 소년은 잠시 멈칫한다. 얘기하기 꺼려지는 이유는 본능의 영역이었기에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영원은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 순간 이름을 얘기하고 나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영원.”
서로에게 각인된 의미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