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and next)
사랑이 없음으로 인해 잃는 게 무엇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사랑을 잃음으로 인해 무엇을 놓치기에 이토록 그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하고 궁금해진 탓이었다. 어쩌다 그런 부담스러운 개념을 내 인생을 구성하는 중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또 정말로 그럴 가치가 있는 걸까 문득 알고 싶었다. 그 배경에는 오히려 이 감정에 매몰되어 놓치는 다른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지금의 단계에서 내린 답은 사랑이란 ‘더 넓은 세계를 감각해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내 세계 속에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임으로써 나의 우주를 확장해가는 경험. 내 안의 미지를 파고드는 일. 결코 마르지 않는 풍요로움을 느끼는 것……. ‘사랑’을 생각하면 내 안에 떠오르는 건 그런 이미지들이다. 그러니 사랑이 없는 삶이라는 건 좁은 세계에 갇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잃어버리는 것은 하나의, 혹은 수많은 세계라고.
사랑에 관하여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평생 지속되는 로맨스의 시작이다.To love oneself is the beginning of a lifelong romance."라 얘기했고,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사랑은 단순한 느낌이나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 행위이며 의지적 선택이라고 썼다. 그러니 오래 전부터 사랑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이 있었고, 또 사랑의 방향은 오직 타인이 아닌 자신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나에게 사랑은 상실을 견디는 힘이다. 꿈을, 믿음을, 사람을, 그 외 살면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을 상실하는 순간들에 가슴의 빈 곳을 메워주는 역할을 사랑이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결코 텅 빈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상실의 자리를 사랑으로 채우면 상처입은 자리에 새살이 돋는다. 흉터는 남지만, 더이상 아프지 않은 순간이 온다.
내 안에 사랑을 수혈輸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랑을 받는 일과 사랑을 하는 행위가 치유의 의미에서는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엄청나다. 과학적으로는 세로토닌Serotonin의 분비로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문학적으로는 ‘모든 것을 이긴’다. 반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수치를 낮춤과 동시에, 타인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됨으로써 존재론적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애정의 대상이 된다는 건 실로 굉장한 일이다. 그는 서로의 존재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순간의 선물이자,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충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얘기한다. “사랑받고자 한다면, 사랑하고 사랑스러워져라If you would be loved, love and be lovable.”라고. 마음의 조각을 내어주면 그것이 내가 사랑받는 순환으로 이어진다. 조각을 떼어낸 자리에 타인의 마음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자리를 내지 않으면 제아무리 귀한 마음이라도 끝내는 받을 수 없다. 이것만은, 확신할 것이 많지 않은 세상살이에서 배움이 미흡한 내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한 가지이다.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사랑의 대상은 단순 사람 뿐이 아니다.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 일이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나의 경우 운이 좋았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좋고, 또 일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다른 일로 일확천금一攫千金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싶을 정도로 좋다. 무엇이 그리 좋냐고 한다면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씩 꼽아보자면 간절하게 바라서 이룬 꿈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부분을 가장 먼저 얘기할 것 같다.
그 외에도 계약서를 보는 일이 즐겁고, 내가 검토한 계약서로 계약이 체결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기업에서 법무의 본질은 백오피스Back Office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현업의 업무를 수월하게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법무 검토도 즐겁다. 위험을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며, 이미 시작된 소송을 관리하기도 하는 모든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정의의 실현자, 인권의 수호자, 민주주의의 집행자……. 이 외에도 변호사를 일컫는 거창한 말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달리 내 직역을 설명하고 싶다. 누군가의 칼이 되기도 하고, 방패가 되기도 하는 일. 나는 변호사라는 일의 본질을 그렇게 정의했다. 그리고 그에 사명감을 느낀다.
나는 변호사로서의 나를 사랑한다. 변호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랑한다.
기억의 성城
과거의 실패나 상처가 너무도 괴로울 때면 기억을 잃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전부 잊어버리고 나면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기억이 생생할수록 내 인생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데, 도무지 이 기억은 마모되지 않을 것 같아 막연해졌다.
다만 이후 깨달은 사실은, 기억이란 건 지울 수는 없지만 켜켜이 쌓이는 성질을 가졌는지라, 언제고 그 색깔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화에 물감을 덧칠하듯, 함박눈이 얼룩진 바닥을 새하얗게 가리우듯. 그러니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으면 된다. 그리고 서울은 점점 내게 다양한 색으로 덧칠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의 색이 퍽 마음에 드는.
소중한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맺은 좋은 인연들도 감사하다. 힘든 날도, 좋은 날도 있지만 그 모든 날들이 귀하다.
내 인생이라는 그림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매일을 사랑한다.
사랑하고 사랑스러워져라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은 사랑이다. 사랑하면서 힘을 얻고, 사랑받으면서 다시 일어섰다. 사랑하고 또 사랑스러워지자고 – 그렇게 오늘도 되뇐다. 한 걸음 나아갈 힘을 얻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믿는다. 가장 강한 힘은 사랑 안에 있다.
그 사그라지지 않는 마음 안에 있다.
마지막 편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잊지 않는다면 꿈을 이룰 기회는 언젠가 온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는 삶이 행복하다고요. 그러니 자신이 가진 꿈을 소중히 여기고 또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이 좌절 혹은 절망의 순간들에 그를 이겨낼 힘이 되어 주니까요.
당신이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는 기쁨을 느낀다면 좋겠어요. 온전히 쏟은 마음보다 쏟지 못한 마음이 후회로 남더라고요. 하고 싶었던 말,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내게 의미있는 사람이라고 더 알려줄 걸 하는 후회들은 돌아갈 수 없어서 많이 아쉽고 괴로운 것 같아요. 당신만은 그런 미련을 남기지 않았으면, 후회없이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요.
용기를 내요.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당신의 안에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 힘을 가진 당신은 한없이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것이 제가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입니다. 본 적도 없는 제가 당신을 사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보다 깊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자신으로부터, 또 세상으로부터 마음껏 사랑받는 삶이 당신과 함께하길 온 마음을 다해 바라요.
당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