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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May 24. 2024

기원의 나라

리시케시 [트리베니]


오늘은 타포반지역에서의 마지막 날. 오토바이를 빌려 시내에 다녀오기로 했다.

हिंदी : 무제 예이왈라 짜이예 [이거 하나 주세요]


매일 저녁 6시 30분 열리는 종교행사인 아르띠(Aarti)에 다녀왔다.


공포의 쓴맛!

 비몽사몽, 혹여나 어제 먹은 더위가 남아있을까 야채가게에서 사 온 수박으로 아침 주린배를 다독였다. 마음에 드는 과도를 사지 못한 탓에 주먹으로 부숴먹었다. 껍질이 질겨 팡! 터지지 않고 우지끈 찢어졌다. 여기 식물은 껍질이 다 질기다.

무려 혼다!

 해서 오늘은 여기저기 다녀올 일이 많아 오토바이를 빌렸다. 24시간에 500INR(=8000원). 운전 난이도는 역대 최강. 다른 오토바이만 조심하면 됐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인도는 짐꾼, 릭샤, 행인, 소, 개 + 그들의 응가까지 신경 쓸 것이 많다. 거리의 혼돈을 가만히 지켜보다 든 생각. 인간의 협동심이란 정말 엄청나다.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 많은 인구와 적절한 기술이 힘을 합해 효율적인 문화를 빠르게 구축한다.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이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암묵적인 규칙들을 지켜보자니 경외심이 절로 난다. 나는 한국에서 바이크 오너인 만큼 현란하고 조심스럽게 다녔는데…

 도로 노면이 거의 등산로 수준이다. 울퉁불퉁하다 못해 바퀴가 쑥쑥 빠지고 덜컹거리다 내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바퀴가 터졌다. 다행히 집 근처라서 렌트한 상점에 가서 새로운 오토바이로 교환했다. 친절하게 기름도 빼서 넣어줌.

Hanuman

 근처 오토바이전용 다리를 통해 어제 들렀던 락슈만줄라지역으로 이동한다. 문 앞에 크게 그려져 있는 인물은 힌두교의 대 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바라나(Varana)족 장군 하누만(Hanuman)이다.


 라마의 아내인 시타가 현재 스리랑카지역인 랑카섬의 폭군 ‘라바나’에게 납치된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라바나와의 전쟁을 준비하던 라마는 바람의 신 ‘바유’의 아들이자 화신인 하누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는 여러 과정을 통해 라마를 돕게 된다. 랑카 섬으로 군대를 이동시켜야 하는 라마군에게 교각은 필수적이게 되었고 하누만은 자신의 힘과 주변 다른 종족들의 도움으로 섬까지 향하는 교각을 만들어주었다. 이때 곰, 원숭이는 물론 다람쥐의 힘까지 빌리게 된다. 도움을 받은 라마는 라바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아내 시타를 구해내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요가 자세가 ‘세투 반다아사나(교각자세)‘와 하누만이 잃어버린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취한 자세 ‘하누만 아사나’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 다리에는 하누만이 듬직하게 행인들을 지켜주고 있다. 참고로 엊그제 상점 아저씨가 휘두르던 운동기구 조리(Jori)가 바로 하누만의 무기다.

Ganga beach

 ”갠지스강에 몸을 담근다. “라고 말하면 오염된 구정물에 담가지는 몸을 떠올리지만 리시케시의 갠지스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곳은 강줄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니만큼 수질이 매우 좋고 물이 차서 더운 낮시간이면 사람들이 쉬러 오는 피서지가 된다. 우리도 더운 몸을 식히러 몸을 담그고 왔다. 들어간 지 1분 만에 거센 물살에 선글라스가 떠내려갔다. 그래도 시원하게 수영했으니 됐어… 강가의 여신에게 변색렌즈 안경을 선물했다. 옆에선 열댓 명 남짓의 아주머니들이 소녀처럼 까르르 놀고 있다.

ㅎㅎ

  숙소 귀여움.

수줍
Chicken Pozole

 집 바로 앞에 있는 Bistro Nirvana (극락식당)에서 일하는 Amar. 근육쟁이 수줍은 남자. 이야기를 나누고는 밥을 아주 기가 막히게 먹었다. 그릇에 남아있는 숟(손)가락 자국이 멋진 식사를 증명한다. 역시 이거지.

Triveni

 멋진 저녁식사 후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로 나왔다. 이곳 트리베니(Triveni) 지역은 아르띠가 열리는 가트* 가 유명하다. 인파를 뚫고 주차를 하자마자 다시 시작되는 예술품들의 유혹. 간간히 구경만 하며 빠르게 지나쳐본다.


 인도는 신의 나라다. ’신‘이라는 인물만 10만 명이 넘고 각종 신화에 등장하는 화신, 영웅의 수는 그보다 많다. 나무와 새, 심지어 오토바이나 옷, 사람에게도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고대 브라만교(카스트제도 기반)에서 시작한 힌두교는 인도 인구의 과반수가 믿는 종교이다. 인도는 불교의 발상지이긴 하지만 더 직관적이며 물질세계와 속세의 이야기를 다뤄 대중들이 더 이해하기 쉬운 힌두교에 편입되었다.

불교에서는 어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여러 오묘하고 난해한,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데에 반해 힌두교는 ‘이 신을 믿으면 이 것에 좋다’라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교리를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부처, 붓다도 유지의 신 ‘비슈누(Vishnu)’의 화신 중 한 명으로 묘사된다. 비슈누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a)와 파괴의 신 시바(Shiva)와 함께 힌두에서 가장 중요한 삼주신(트리무리띠 Trimurti)중 한 명이다.


 위의 꽃 목걸이는 말라(Mala)라 부르는 기도용품으로 우리의 염주 같은 물건이다. 보리수씨앗(루드락샤)으로 만든 팔찌나 목걸이가 흔한데 종교행사장에서는 생화로 만들어진 말라가 있다. 가격은 2OINR (=320원)


*가트(Ghat) - 강가에 있는 계단으로 된 광장. 여러 행사가 열린다.

서로 찍었으니 쌍방이다.

 리시케시 윗동네(타포반, 락슈만줄라)는 워낙 유명한 동네라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많은데에 비해 시내는 그냥 로컬이다. 인도 여행기를 살펴보면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현지인들에게 치이는 경우를 봤는데 곧장 리시케시로 들어온 우리는 아직 경험이 없었다.


“셀카 한 장만 찍어도 돼요?”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 ‘아 이거구나’ 생각이 듦과 동시에 뒤를 돌아보니 서너 명의 남자들이 순수한 광기로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진이야 찍을 수 있지. 여차저차 사람이 바뀌며 사진을 찍고 길을 나서려는 순간 인터뷰가 시작됐다. ’어디서 왔니. 인도는 어떻니. 인도 음식은 어떻니. 인도에 어떻게 오게 됐니.‘… 연예인들은 정말 피곤한 삶을 사는구나. 적당히 대답하고 적당히 둘러대며 돌아서려는데 어느새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약간 싸해진 기분에 다시 갈길 갔다.

사람들이 쫒아와..

 사람들이 쫓아온다.. 몇몇의 사람들과 여자아이 하나가 계속 쫓아온다. 아주머니가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 아이들이 구걸을 시작한다. 모두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지나쳤다.

Diya

 6시 30분 노래(만트라, 주문)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일제히 무언가에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집 앞 슈퍼 학생에게 들은 이름으로 ‘디야(Diya)’라는 종교 장치, 여러 종류의 꽃과 기(Ghee, 정제버터)에 적신 휴지, 인센스가 하나 꽂혀있는 작은 보트다. 이걸 판매하는 아이는 100루피라 덤탱이를 씌우려다가 30루피를 부르는 매정한 남자에게 차마 더 우기지는 못하겠는지 물건을 넘겼다. 값을 지불하려는데 갑자기 50루피라 거짓말을 하더라. 조금 다그쳤다. 물건을 비싸게 팔 순 있어도 거짓말은 하면 안 되지. 아이에게 20루피(=320원)을 곧이곧대로 받아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구걸하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여러 이유에서 나는 사기를 당해주거나, 현금을 건네어주는 것은 가능한 피하고 있다. 차라리 거리 분식집에서 작은 음식을 하나 사준다.

아하!

 옆에 있는 아저씨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라. 아이들이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있는 양 몰려들어 그만 정신을 잃고 소원을 못 빌었다. 물에 들어가 있는 아이는 우리 디야를 멀리까지 옮겨다 주었다. 다 탈 때까지 전복되지 않고 살아남으면 아마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겠나 싶더라. 물살이 세다.

시바의 뒷모습

 광장입구에 있는 시바. 파란색 몸이 특징인 파괴의 신 시바는 힌두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이다. 인구의 대부분인 평민과 수드라(천민)에게 평안이란 고통 그 자체인 삶과 세계를 파괴하고 새로 건설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창조와 파괴는 늘 함께 하기에 사람들에게 시바는 파괴와 함께 평온을 가져다주는 신이다. 시바의 동상을 가만히 들여다면 위엄 있는 풍채와 깨나 잘생긴 외모에 금세 매료된다.

Sadu

 사두(Sadu). 수행 활동을 하는 고행자들의 총칭이다. 여기저기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며 대부분 노인이다. 삶의 시기를 크게 네 가지(학생기, 가장기, 숲 생활기, 출가기)로 나누는 힌두교에서 마지막 출가기는 열반을 위한 수행이 과제가 된다. 홀로 세상을 떠돌며 탁발로 목숨을 부지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시기. 가끔 가짜 사두들이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으니 가능하면 거리를 두고 그들의 시간을 존중해 주자.


 연재 제목을 신과 x의 나라로 설정한 이유는 내가 도시를 떠돌며 느낀 것을 키워드로 설정하더라도 신이라는 개념은 언제나 같이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구보다 더 많은 수의 신은 종교의 상징을 넘어 그 이상,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지침이다. 인도 신화와 힌두교의 이야기를 들춰보면 그들의 행동과 사고 패턴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단서를 얻게 된다. 짜증을 잘 내지 않는 이유. 흔쾌히 도움을 주는 이유. 뻔뻔히 사기를 치는 이유. 지역사람들의 전반적인 성격은 환경적 요인이 최우선으로 작용하지만 신화와 종교는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종교는 인간의 생활과 욕망, 어떤 한 시대의 희망이나 규율 등 당시의 패러다임을 투영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라는 점에서 과학이 이성의 영역을 담당한다면 종교는 감성의 영역인 듯하다. 아무튼 종교는 이야기 그 자체로도 재밌다. 내일은 숙소 체크인과 함께 요가원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자야지 이제.


나마스떼  (नमस्ते - 내 안의 신성이 당신 안의 신성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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