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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May 20. 2024

물의 나라

리시케시


쇼핑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हिंदी : 턴다 빠니 보틀! [차가운 생수!]


다행히 정가로 산 요가매트

 어제 아주 큰 다짐과 기쁜 마음으로 구매한 요가매트와 바지를 시험해 봤다. 코르크 재질이라 매우 가볍고 폭신하고 안 미끄러짐. 구부러진 부분이 평평하게 펴지지 않는 게 단점이지만 얇고 가벼워 아주 마음에 든다. 아침 스트레칭은 역시나 에너지를 주지만 지난 며칠간의 피로를 풀기에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래도 하루정도는 그냥 푹 쉬어야겠다.

Rishikesh

 리시케시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빨간색 지역 Tapovan, 노란색 지역 Upper Tapovan, 파란색과 빨간색 사이 강 주변 지역 Laxman Jhula. 모레부터 지내게 될 요가원은 숙소에서 타포반 지역을 가로질러 다리를 건너야 나오는 라슈만줄라지역에 있다. 오늘은 산책 삼아 요가원에 가서 잔금을 치르고 근처 구경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 다리만 건너면 금방인데..

 힘겨운 몸으로 더위를 뚫고 강가에 다다랐는데…… 웬걸 다리가 공사 중이다. 구글맵에서 자꾸 돌아가라고 한 게 이래서 그랬구나. 공사인부에게 물어보자 ‘아래로 100m 걸어가서 보트를 타고 건너라’라는 답변을 받았다. 채은이는 위험할 것 같다며 다음에 릭샤를 타고 다녀오자 한다. 오케이. 옆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먹고 서점을 구경했다.


 한 무리의 검은 소가 지나간다. 옆에 있던 남자는 어떤 이름인 듯 한 말로 소를 불러 세운다. 무리에서 제일 선두에 있던 소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멈춰서 남자의 손길을 받는다. 남자가 말하길 동네에서 자주 인사하는 친구란다. 항상 여자친구랑 같이 다닌다고. 귀엽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똥을 주의해야 하는 건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

카오스

 오늘도 끝나지 않는 쇼핑시간. 채은이는 전통의상 Sari(사리)를 구매하고 싶어 한다. 5m 정도 되는 크고 두꺼운 천을 이리저리 휘감아 입고 다니는 인도 전통의상인데 거리에 아주머니들 중 대부분은 이걸 입고 다닌다. 사진 속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는 여성분은 직원이 아니고 지나가던 행인이다. 남자사장님이 모양을 잘 못 만들어주자 답답했는지 들어와서 도와준다.

 사진에 보이는 당나귀는 사실 송아지다. 자연스럽게 가게로 들어오더니 사장님이 구석에 모셔둔 짜파띠를 받아먹는다. 두어 개 챙겨 먹더니 사장님의 따귀를 한방 맞고 다른 가게로 쫓겨난다. 온도차이 너무 심해.

좋은 거래였다.

 나도 가방을 하나 더 구매했다. 다이소에서 산 5000원짜리 접이식 가방은 끈이 불편하고 의상과 어울리지 않아 처리하려던 찰나 인상 좋은 가게 주인에게 선물했다(?). 작은 가게니까 흥정하지 말아 달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 정가로 선물용 가방까지 몇 개 샀는데, 가방 교환을 빌미로 흥정을 좀 할 걸 그랬다. 채은이는 100년도 넘은 빈티지 천을 몇 개 구매했다.

Mamta Restaurant

 탈리(Thali). 우리나라로 치면 정식 같은 개념인데 가게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보통 짜파띠 두장에 밥, 달(Dal 콩 스튜)과 소스하나, 채소요리 하나, 요거트가 나온다. 짜파띠는 가게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직접 구워내는 것이 재미있다.


 수상하디 수상한 초록의 괴수는 팔락 빠니르(Palak Paneer- 시금치 치즈커드)라는 음식이다. 한국에 있는 인도식당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이지만 본토의 그것은 더욱 수상하고 축축한 질감을 갖는다. 맛은 한국의 팔락 빠니르에 비해 더 시금치 같고 달지 않고 약간 싱겁다. 탈리가 김치찌개정식이라면 단품커리는 김치찌개전골이다. 두 명이 배부르게 먹을 만큼 나오고 공깃밥은 따로 받는다. 여기 시금치커리는 굉장히 맛있는 편이다. 삭삭 긁어먹음.

Bhel Puri

 벨 뿌리(Bhel Puri). 지난 편에 언급한 빠니 뿌리와 같은 뿌리가족 중 하나다. 다른 뿌리들은 딱딱한 과자에 소스나 요거트를 채운 핑거푸드인데 반해 벨 뿌리는 토마토, 양파, 고수와 작은 과자들을 시즈닝에 버무려먹는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재료를 푹푹 떠 넣고 현란하게 흔들어 섞은 뒤 박스를 접어 만든 숟가락을 함께 준다. 예상외로 짭쪼롬하고 굉장히 맛있음. 인도 거리음식은 위생만 허락된다면 매 끼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Ganga

 어쩌다 보니 강가까지 내려왔다. 사진에 보이는 지역이 강 건너 락슈만줄라, 모레 들어가게 될 지역이다.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려던 참에 아까 공사장 인부가 언급한 보트가 보인다. 예상보다 견고한 배를 보고 건너가기로 결정했다.

배!

 30명 남짓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들어찬 배 한대가 바쁘게 강을 오간다. 1인당 40루피(=640원)에 표를 구매하고 20분 정도를 기다려 배에 올랐다. 오다가다 가게 문 앞에 고추 몇 개와 레몬을 엮어 줄에 매달아 놓은 것을 많이 봤는데 이 배에도 걸려있네. 후에 야채가게 사장님한테 여쭤보니 ‘악운을 피하는 부적’이라 설명해 줬다. 매주 토요일에 새로 달고 항상 고추 7개와 레몬 한 개를 이용한다고 한다. 개수에 대한 의미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물어봐야겠다. 나와 채은이는 이번주 토요일에 재료를 사 와 하나 만들어볼 생각이다. 인도의 레몬은 라임이나 깔라만시처럼 아주 작고 푸른 모습을 보인다.

시원하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넜을 때 우리는 이미 지쳐있었다. 여기에 또 멈추지 않는 쇼핑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산간지역이라 델리에 비해 조금 선선하다 해도 여전히 섭씨 35도의 땡볕더위. 습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다.

 구경을 다닌 가게마다 천이며 나무수저며 모두 먼지가 가득히 쌓여있었는데 한편으로 신기했다. 이렇게 잔뜩 쌓아두고 몇 십 년씩 장사하면 한국에선 진작에 곰팡이에게 모두 습격당했을 텐데… 공기 중에 물이 없는 이곳의 건조하고 더운 날씨는 물건의 수명을 늘려준다. 먼지만 조금 털어내고 녹만 제거하면 100년 된 가방도 사용 가능하다.

요가원에 들러 매니저에게 인사하고 남은 금액을 전달하고는 바로 타포반지역으로 넘어왔다.

52!

 더위를 한 김 식히고 오는 길에 산 수분 가득 오이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가져온 고추장. 껍질이 단단해 깎아 먹었다. 조만간 과도를 하나 구매해야겠다. 아삭아삭.

그대로 기절.

Laxman Jh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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