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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May 17. 2024

천의 나라

리시케시


기절한 듯 잠에 들고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हिंदी : 메라남 Jo 해! [내 이름은 Jo야!]


오잉?

 새벽 5시 30분, 경적소리와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해에 눈이 떠졌다. 한 시간 정도 후 목적지인 Raiwala역에 도착한다. 기사님이 서운해할 정도의 적절한 가격으로(그렇다고 믿고있는) 릭샤를 타고 시내를 지나 마을로 향한다. 가는 도중 아주머니 한분과 중학생정도 되어 보이는 교복 입은 학생이 타고 내렸는데 아마도 아는 사람들인가 보다. 인도에선 어딜 가나 사람을 볼 수 있다. 지도에 초록색으로만 표시된 시골인 데에도 사람이 옹기종기. 역시나 소와 개. 정겨운 풍경이네.

개운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바로 샤워를 했다. 거의 30시간 만에 양말을 벗고 바로 신발 빨래를 하고 나니 배가 살살 고파온다. 휴식은 잠시 제쳐두고 식당으로 향한다. 아침 9시인데도 부지런한 이곳 사람들은 벌써 손님맞이로 바쁘다. 깨끗한 옷으로 환복하고 난 뒤 시내로 향했다. 이곳은 리시케시의 갠지스 강(강가 Ganga)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지역이다. 시내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이곳은 경적소리가 없는 작은 동네다. 슈퍼하나, 식당 서너 개, 환전소가 하나. 필요한 것은 다 있는 훌륭한 동네.

짜이

 향긋한 홍차와 팔각을 비롯한 여러 향신료, 달달함이 조화로운 짜이를 한잔 한다. 신기한 점은 일회용 잔인데도 도자기로 만들어진 잔이라는 것이다. 노동자 임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은 이곳에선 종이컵처럼 저렴한 재료와 기계를 구비해 공장을 돌리는 것보다 사람이 흙으로 잔을 빚는 것이 더 경제적인가 보다.

 아마도 유약을 바르지 않은 탓인지 도자기잔에는 기공이 많다. 그 구멍들로 짜이가 스며들며 뽀글뽀글 귀여운 소리와 진동이 느껴진다. 단열은 전혀 안돼 잔을 간신히 잡고 마셨다. 다 마시고 나면 바닥에 던져 발로 밟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빠득빠득 느낌이 재밌다. 다운사이클링. [짜이 20IDR = 320원]

Anna’s Mess Southern Indian Restaurant

 어쩌다 보니 두 끼 연속 남부요리다. 이곳의 도사는 5가지의 다른 맛으로 구성된다. 양파가 들어간 것, 감자가 들어간 것 등등 있는데 놀랍게도 김치전맛이 나는 도사가 있다. 정확히는 약간 탄 김치전 테두리맛. 같이 나오는 소스 중 하얀 것은 말라이(Malai)라는 치즈다. 맛과 질감은 맷돌에 간 콩, 또는 비지장과 거의 흡사하다. 주방 한편에서 계속해서 돌아가는 맷돌 같은 것에 우유를 붓고 시간이 지나면 만들어지는 가보다. 맨 오른쪽은 파로타(Parott)라는 플랫브레드의 일종이다. 마이다(Maida)라는 밀가루에 기(Ghee) 또는 오일을 잔뜩 넣고 구운 납작한 빵이다. 진한 지방의 향기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층층이 쌓인 바삭함. 페이스트리의 식감과 매우 닮았다. 맛있어. [도사+파로따 210IDR = 3,400원]

Cafe Moktan and Bakerys

오는 길에 발견한 카페다. 문에 머리를 박으며 요란스럽게 등장, 아이스아메리카노 윗 메니메니아이스를 두 잔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 앉은 파란 모자의 남자와 잠깐의 대화를 나눴다. 카약 운전을 업으로 삼는다는 로컬 Dev는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우람한 근육으로 건배를 한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 어느 동네는 어느 계절에 가는 것이 좋고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힌디어를 한 가지 알려줬다.


“털ㄴ다! 차갑다는 뜻이야 “

/턴ㄹ다?

“털ㄴㄴㄴ다!

/턿ㄷ다?

“채니 발음하는 게 웃기네ㅋㅋㅋ”


열심히 따라 하는 그녀를 보고 즐거워한다. [아이스커피 두 잔 240IDR = 3,900원]

Organic Store

 본격적으로 쇼핑 시작이다. 요가를 하러 인도에 왔지만 정작 매트를 안 가져와서 하나씩 구매하기로 했다. 인센스, 팔로산토, 아로마 오일 등을 취급하는 잡화점에 들어간다. 마음에 쏙 드는 매트가 없어 고민하던 찰나 사장님이 직접 써보고 구매하라며 위층으로 따라오라고 한다. 창고 겸 요가원으로 사용되는 스튜디오에 한국에서 구경하기도 힘든 종류의 매트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천, 코르크, 우레탄 등 재료도 갖가지. 우리는 코르크로 된 가벼운 재질의 매트를 선택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워 여러 가게를 들렀는데 결국 이곳으로 돌아와 구매했다. 사장님 아주 친절하고 호객하지 않고 적극적이다. 요가스트랩도 서비스로 받았다.

[요가매트 두 장 3000IDR = 48,000원]

Tapovan

 여행을 막 시작한 참이지만 우리는 미리 옷을 잔뜩 구매해 놓을 예정이다. 한국에 돌아가서 입을 것과 선물할 것. 앞으로 3일간 고르고 골라 택배로 부칠 생각이다. 오늘은 아마도 덤탱이를 맞은 것 같은 가격의 바지 몇 장과 수첩 13개(역시나 비싸게 주고 삼), 스카프 한 장씩, 크로스백을 구매했다. 정말 갖가지 색과 재질의 옷과 천이 널려있다. 여행하며 늘 짐 걱정에 물건을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이번은 물건을 늘릴 것을 굳게 다짐했다.

도장헤나

 도장으로 찍어주는 즉석 헤나다. 한 번 찍는데 100루피 그러니까 한국돈 1,600원 정도 한다. 3일 정도 유지된다 해서 두 개를 부탁했다.(집에 와서 샤워하고 보니까 거의 지워짐) 모양을 고르고 하나 찍고, 두 번째 찍는데 뭔가 어설프다.


/아저씨 이거 잘 안된 것 같은데 할인 좀 해주셔요

“오케이 이건 돈 안 받을게 팔 줘봐”

/??

멈춰!!

 아저씨는 세 개, 네 개 멈추지 않고 도장을 찍어낸다. 어쩌면 약간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덕분에 채은이 팔은 헤나로 가득 차버렸다. 아저씨는 갑자기 핸드폰을 가져와 본인의 운동하는 영상을 보여주신다.

즉시 처형

 기대하는 그런 장면은 아니다. 조리(Jori)라고 부르는 방망이인데 놀랍게도 운동기구다. 이 방망이는 힌두교의 전신인 인도신화에서, 라마야나에 나오는 하누만(원숭이신)이 다루는 무기라고 한다. 저 묵직한 방망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무게가 상당한 게 어림잡아 10kg는 족히 넘는 것 같다. 아저씨는 강가에 나가 햇살을 맞으며 속옷바람으로 몇 시간이나 저 괴물을 휘두른다고 한다. 나는 요령과 힘이 부족한 탓에 두어 번 만에 손에 땀이 가득 찼다. 다음번에는 헤나 못 찍는다고 놀리면 안 되겠다.

Beatles Cafe

 잠깐 휴식할 겸 근처 유명한 카페에 들어갔다. 원래부터 요가와 명상의 성지인 리시케시는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들이 한창시절 이곳에서 1년간 요가수련을 한 것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더했다. 그런 그들이 자주 들렸던 곳이던, 그저 이름만 빌렸던 것이던 전경은 정말이지 훌륭했다. 뷰맛집 또는 뒤통수 맛집.

 

 인도인과 그들 문화의 정체성이 가장 잘 응축된 키워드는 ‘갠지스’ 일 것이다. 동쪽의 유명한 도시 바라나시(Varanasi)에선 매일 100구가량 되는 시체가 화장된다. 힌두교 교인이라면 누구나 영광으로 여길만한 그곳에서의 종말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언제나 곁에 있지만 늘 새로운 세계, 즉 죽음의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한시적이기 때문이듯 그들은 죽음을 반추함으로써 삶의 참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바라나시의 갠지스는 이곳 리시케시로부터 흘러든다. 바라나시의 강은 하류라는 물리적 특성과 소각된 시체와 나무들로 오염되어 혼탁한 데에 비해 이곳은 래프팅과 수상 레저로 인기가 상당할 정도로 수질이 좋다. 리시케시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고트리(Gangotri)가 이 강의 발원지이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는 그곳의 물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힌두교 4대 성지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매년 어느 시기가 되면 농부던 학생이던 신실한 힌두교도들은 각자의 담을 거리를 가져와 그곳의 물을 떠 집으로 간다고 한다. 이곳이 탁발승(Sadu)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고 그들을 모방하는 사기꾼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갠지스강을 인도인들은 Ganga(물의 어머니), 즉 강가라 부른다. 강가에 있는 강가.


출처- 나무위키

40도를 넘나드는 불타는 더위와 피로에 지쳐갈 때쯤 재미난 녀석이 나타났다. Pani Puri라는 길거리 음식. 주문하면 단단하게 튀긴 밀가루 과자를 손으로 부순 뒤 각종 채소와 민트, 향신료와 조미료를 넣은 물을 채워 하나씩 먹는 음식이다. 물과 과자가 만나 금방 눅눅해지기 때문에 요리사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3~4개를 한 세트로 판매하는데 먹는 속도와 만드는 속도가 맞지 않으면 서로 머쓱해진다. 길거리 음식은 인도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 시도해보려 했으나 깔끔한 외관과 위생장갑을 착용한 손을 보고 덥석 주문했다. 첫 한입, 그것은 삶을 부정당하는 맛.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천상의 맛. 오뉴월 서리가 내린 뒤 더위에 지쳐 쓰러진 황소를 일으켜 세우는 낙지의 맛. 나는 이 빠니뿌리 네 개로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의 체력을 얻었다. 빠니는 물이라는 뜻이고 뿌리는 이러한 형태의 음식이다. 빠니뿌리 이외에 감자가 들어간 알루뿌리, 요거트가 들어간 요거트 뿌리가 있다. [빠니뿌리 4개 20IDR = 320원]

 오후 4시, 이제는 정말 쉬어야 한다. 집으로 향한다. 약간 오른듯한 체온을 찬 물로 식히고 수건을 널으러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 빨아둔 신발은 물기를 한껏 머금었는데도 불구하고 반나절만에 햇볕에 바싹 튀겨져 있다. 채은이의 표현으로는 ‘건조기에 들어와 있는 기분’. 물을 5L는 마신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피부가 매끈해졌다. 잠시 낮잠을 자고 글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인지 이곳의 삶과 정서가 잘 맞는 듯한 기분. 그녀도 동감한다. 저녁은 가볍게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내일을 준비해야겠다. 내일은 요가원을 둘러보고 우체국에 들러 택배비와 박스가격을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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