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 가득
짬뽕
어느 동네에서든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음식인 짬뽕은 사실 그 유래가 깨나 독특합니다. 짬뽕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ちゃんぽん에서 유래된 것으로 ‘섞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탄생한 하얀 국물의 나가사키짬뽕을 20세기 초 중국의 화교들이 한국으로 건너오며 전달된 것이 그 시작이죠. 한반도로 넘어오며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해물육수와 빨간 고춧가루가 추가되어 지금의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즉 중국집에서 파는 한국식 짬뽕은 일본음식을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발전시킨 음식인 것입니다. 말 그대로 뒤섞여있습니다. 얼마 전 직원이 지인에게서 뿔소라를 잔뜩 받아와 소라를 넣고 짬뽕을 만들어봤습니다.
재료 (2인분)
양파 반 개
양배추 두 줌
마늘 6개
다진 생강 1 Tbs
배추 2장
당근 1/4개
대파 1줄기
각종 해산물
식용유 5Tbs
고춧가루 3Tbs
굴소스 1Tbs
간장 약간
소금 후추
육수
만들기
1. 각종 채소를 먹기 좋은 크기로 다듬어 한 곳에 모아둡니다.
2. 뿔소라는 잘 씻어 냄비에 찬물을 넣고 삶아줍니다. 물이 끓어오르면 뚜껑을 닫고 약한 불에서 10분간 천천히 익혀주고 약간 뜸을 들여 건져냅니다. 익힌 소라는 물에 헹구지 않고 밖에 두어 식혀줍니다.
3. 뾰족한 꼬치 같은 것으로 살을 분리해 준 뒤 내장과 개패를 제거해 줍니다. 내장은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잘 제거해 줍니다.
4. 팬에 파의 파란 부분과 기름을 넣고 끓여 파기름을 내줍니다. 약한 불에서 천천히 가열해야 파의 고소한 맛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습니다. 약간 탈 때까지 끓여줍니다.
5. 적절한 용기에 고춧가루를 담고 끓는 파기름을 부어 고추기름을 만듭니다. 기름이 매우 뜨거울 테니 조심하세요. 시판 고추기름도 사용가능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면 고소함이 배가 됩니다.
6. 뜨겁게 달군 팬에 고추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채소를 몽땅 넣어 볶아줍니다. 연기가 많이 나니 환기를 꼭 시켜주세요.
7.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며 5분 내외로 살짝만 볶아줍니다.
8. 채소에 고춧가루 1Tbs을 넣고 볶아주며 추가적인 고추기름을 만들어냅니다. 자칫하면 탈 수 있으니 잘 저어가며 볶아줍니다.
9. 고춧가루 풋내가 사라지면 각종 해산물을 넣고 볶아줍니다. 해물에서 물이 나와 고춧가루가 더 이상 타지 않게 됩니다.
10. 굴소스 1Tbs과 간장 약간을 넣고 더 볶아줍니다. 이제부턴 익숙한 짬뽕향이 납니다.
11. 채소육수, 마트에서 파는 시판 사골육수, 물에 다시다 무엇이든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주고 한 번 끓여냅니다. 해본 것 중엔 홍합육수+닭육수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홍합의 시원한 해물맛과 닭육수의 진한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이번엔 여건이 안되어 이금기 치킨파우더를 사용했는데 너무 달콤해서 좀 별로였습니다.
비 오는 날 따끈따끈하게 속을 데워줄 짬뽕이 완성되었습니다. 면이나 밥을 곁들여 냅니다.
느낀 점
짬뽕은 항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 자주 했었는데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그렇게 간단한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센 불에 휘휘 볶는 느낌이 좋아 여전히 자주 해 먹을 것 같습니다. 뿔소라를 삶을 때 주방 가득 퍼지는 바다향이 식욕을 자극합니다. 적절히 삶아지고 뜸이 들어 부드러워진 소라의 살을 꺼내어 입에 넣으니 그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향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옛날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하던 시절, 제주의 주민들은 가까운 바닷가에 나가기만 하면 잡을 수 있는 이 탐스럽고 맛있는 소라들이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물속을 잘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눈에 익어 짜잔 하고 나타나는 소라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갯바위 한편에 수북이 쌓여있는 뿔소라 껍질을 보면 주민들의 삶이 보이고 이유 모를 정겨움과 함께 인간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짬뽕은 참 재미난 음식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생각해 보면 모든 음식은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음식의 핵심인 토마토와 한국의 고추는 남미에서 기원했고 소주는 중동에서, 만두와 국수는 현재의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서 기원했습니다. 여타 문화들과 마찬가지로 음식은 사상이나 이념과 다르게 명확한 경계가 없습니다. 자유롭게 지역을 이동하며 민족의 구분 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어떤 외압이나 강요 없이 자연스레 삶에 녹아들어 유기체처럼 살아남고 계승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민족주의적인 오류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너는 어떤 인종 나는 이런 나라의 사람, 쉽게 구분 짓고 배척하게 됩니다. 그것이 편하고 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지만 그럴 때 우리는 물길이 막혀 고이고 썩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짬뽕은 그 이름처럼 다양성에 있어 포용과 융합을 보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