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깍두기
김치
인간에게 음식의 저장은 그 음식을 구해내는 방법만큼이나 생존과 긴밀한 연관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반도처럼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곳은 식량수급이 어려운 겨울을 위한 저장식품들이 발전했죠. 삼국시대(기원전 1~7세기), 당시 사람들이 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방식으로 저장식을 만든 것을 김치의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려 시대에 오이, 무 등 여러 채소를 소금에 절이기 시작했고 지금과 같은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는 조선시대 중기, 임진왜란을 겪으며 일본으로부터 고추가 전래된 이후에 탄생했습니다. 잡균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소금을 잔뜩 넣어야 하는데 당시 소금은 지금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고, 통상 겨울엔 짠맛을 더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에 소금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고춧가루는 등장 이후 전국적으로 쉽게 확산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절여버리는 한국인은 현대에 들어 타국에서 들여온 낯선 채소들 마저 김치로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재료
얼갈이 2kg
물 8kg
소금 250g
양파 450g
마늘 160g
생강 90g
무 200g
액젓 180g
미원 6g
고춧가루 350g
만들기
1. 분량의 물과 소금을 잘 섞고 얼갈이를 하루간 절어줍니다. 염도를 확인하는 흔한 방법으로 생달걀을 물에 넣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달걀이 물의 중앙에 떠오르면 딱 맞는 농도!
2. 고춧가루를 제외한 분량의 재료를 모두 넣고 믹서기로 갈아줍니다. 배나 사과처럼 달콤하고 시원한 과일을 넣어줘도 좋습니다.
3. 고춧가루를 넣고 잘 섞어준 뒤 무채를 넣고 하루정도 숙성시켜 줍니다.
4. 다음날. 잘 절여진 배추를 살짝 헹궈 물기를 짜 줍니다.
5. 쪽파를 썰어 숙성한 김칫소와 버무려줍니다.
6. 배추의 속까지 꼼꼼히 소를 발라 적절한 용기에 담아 보관합니다.
7. 날씨에 따라 실온에서 3~10일간 두었다가 냉장고로 옮겨줍니다.
시원하고 아삭한 김치가 완성되었습니다. 김칫소가 많이 남아 깍두기도 만들었습니다.
느낀 점
무와 배추의 중간정도의 맛을 내는 얼갈이는 특유의 식감 덕분에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가 좋습니다. 빨갛게 달군 그릴에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를 발라 구워 먹어도 맛있고 길게 잘라 파스타나 중국음식 같은 볶음에도 잘 어울립니다. 생강과 액젓의 향기에 어린 시절 뒷 베란다에서 어머니와 담그던 깍두기가 생각납니다. 빨갛고 거대한 대야에 터벅터벅 썰어낸 무와 소를 섞어 김치를 만들고 나면, 남은 양념에 갓 지은 따듯한 흰쌀밥을 한 두 주걱 퍼 넣고 둥글게 말아 입에 넣어주시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었죠. 그 예상치 못한 달콤함에 한껏 신이 나 주방과 거실을 방방 뛰어다녔습니다. 오늘은 그 기억을 떠올려 따듯한 밥을 지어 동료와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따뜻한 흰쌀밥의 전분질 가득한 단맛과 양념의 복합적이고 깊은 감칠맛. 직접 만들지 않으면 겪어 볼 수 없는 소중한 일상의 맛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