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 소유라멘
돼지등뼈
돼지등뼈는 육수를 내는 용도로 많이 사용합니다. 감자탕이나 마라탕, 돈코츠라멘과 베트남의 퍼(Pho) 등 아시아는 물론 프랑스 육수인 퐁드뵈(Pot-au-feu)까지 뼈와 골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칠맛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식재료입니다. 강원도에서 돼지등뼈를 ’감자‘라 부르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제주방언으로는 ’접짝뼈‘라고 부릅니다. 제주의 접짝뼈국은 돼지 등뼈 육수에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나오는 음식으로 굉장히 토속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드셔보세요!
1. 육수
재료 (10인분)
돼지등뼈 3kg
물 15L
무 반 개
대파 2개
마늘 10쪽
생강 200g
통후추 조금
해물간장(또는 쯔유) 1컵
소금 3Tbs
만들기
1. 돼지등뼈를 물에 담가 반나절정도 핏물을 빼줍니다.
2. 끓는 물에 등뼈를 넣고 3분 정도 살짝 데쳐줍니다. 불순물과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3. 등뼈를 건져 찬물에 헹궈줍니다. 뼈 마디에 있는 지방층을 제거하며 잘 씻어줍니다.
4. 찬물에 한번 씻은 등뼈와 육수재료를 몽땅 넣어 끓여줍니다.
육수를 끓일 때는 찬물에서부터 조리해야 재료가 넓은 범위의 온도를 겪으며 특정온도에서만 우러나오는 맛을 전부 뽑아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육처럼 고기 자체를 위한 요리는 뜨거운 물에 재료를 넣어 표면을 빠르게 응고시켜 줘야 맛을 잃지 않게 됩니다.
5. 최소 4시간에서 8시간 약한 불에서 끓여줍니다. 저는 6시간을 조리했는데 전체양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6. 체에 내용물을 거르고 육수를 걸러냅니다.
7. 육수의 양을 체크해 줍니다. 저는 총 5.8kg의 돈코츠 육수를 얻어냈습니다. 고기는 이미 맛을 다 잃었지만 그래도 희생이 헛되지 않게 고명으로 사용하려 합니다.
8. 간장 1컵, 소금 3큰술로 간을 해줍니다. (육수 5.8kg기준)
2. 맛계란
재료
달걀 5개
해물간장(또는 쯔유) 1/2 컵
양조간장 1/2 컵
미림 1컵
설탕 2Tbs
다진 생강 1Tbs
마늘 5개
오향가루 조금
만들기
1. 소금을 조금 넣은 찬물에 달걀을 넣고 물이 끓어오르면 5분 30초간 삶아줍니다.
2. 분량의 재료를 모두 넣어 양념을 만듭니다.
(왼) 해물간장은 말 그대로 해산물 추출물과 함께 발효하거나 가미한 것으로 감칠맛이 상당합니다. 요새 잘 쓰고 있는데 아주 요물이네요. 일본의 니비시소유나 혼쯔유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오) 오향가루는 팔각, 계피, 정향, 육두구, 고수씨, 회향 등 다섯 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섞어 놓은 것으로 간장과 함께 사용하면 풍부하고 동양적인 향을 냅니다.
3. 껍질을 깐 달걀을 넣어 하루이상 숙성시켜 줍니다.
합체
제주의 고기국수는 소면보다 조금 더 두꺼운 중면을 사용합니다. 아무튼 고기국수이니 중면을 삶아 넣고 쪽파와 초생강, 고기와 맛계란을 올려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화에서 담근 김치가 맛있게 익어 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느낀 점
때늦은 한파가 찾아온 이 날은 실외기 고장으로 매장의 히터가 전부 멈춰버렸습니다. 중산간에 위치한 이곳은 아랫동네에 비해 추위가 더욱 매섭지요. 옷을 전부 껴입고 벌벌벌 떨며 육수를 끓이니 마치 생존캠프에 와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수증기가 펄펄 피어오르고 고소한 육수 냄새가 공간을 휘감은 가운데 직원들은 주방에 들를 때마다 그 향기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맛있게 우러나는 육수는 약간의 난로 역할도 해줬고요. 그렇게 육수를 올려놓고 열심히 일을 하다 슬쩍 들여다보면 조금씩 뽀얘지는 국물이 마치 식물을 키우는 기분이 듭니다. 초기 조건만 설정해 준 뒤 마음껏 뛰놀게 따듯한 무관심으로 나의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믿음직스럽게 잘 자라나 있습니다. 약간 사람 키우는 것도 비슷한 것 같네요. 아무튼 그렇게 추운 날씨 속 따듯한 국물을 한껏 들이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