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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Nov 16. 2021

호흡 : 명상

눈을 감고 숨을 쉬어 보세요

 다리가 저릿하죠? 정상입니다. 그건 인정!
숨을 가슴부터, 배꼽, 회음부까지 깊게 들이쉽니다.
수를 세어 봅니다. 하나… 둘… 열… 아! 몇 개였더라?


 정신없는 날들이 오고 갔다. 제주에 이사를 온 지 두어 달… 집이 두 번 바뀌었고 직장도 두 번 취직했다. 멀리 타국에서 친구가 놀러 오고, 가족들이 들렀다. 퇴근 후 맥주를 마시며 연인과 담소를 나누고 휴일이면 주변으로 떠난다. 지금까지 살았던 어느 타지에서보다 바쁘게 지낸 만큼 시간은 빠르고 알차게 흘렀다. 지난주는 산에 오르고, 이번 주는 대청소, 다음 주에는…


어제는 명상수업을 다녀왔다.
잠시 틈을 내어줬다.
두어 시간 남짓, 온전히 나의 호흡을.


 1년 전 처음 명상을 시작했던 가이드 영상의 댓글이 떠올랐다. “나를 아끼는 사람이 추천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전해진다. 행복은 자꾸만 나의 문을 두드린다.”


 우리는 바쁘다. 학교, 취업, 스펙, 관계…생존.. 생각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단칸방에서 귀 따가운 알람 소리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실 시간 없이 출근길에 오르면 가지각색의 수많은 정보와 상황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업무의 시작과 함께 나를 내려둔다. 내가 아닌 것들로 나의 자리를 내어준다. 때때로 몰두하며 희열을 체험한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정보와 상황..


 우리는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뇌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우리가 ‘생각’이라 착오하는 것이다. 내일 뭐 먹지?라는 자동적인 활동이 시작되면 이에 대한 반응과 경계, 긴장을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물론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반응들이지만 문제는 이 걱정들의 대부분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더 강한 걱정이 있어야 미래를 대비하는 ‘것’ 같고, 더 강한 스트레스 자극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걱정도 욕망이다.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생각을 강요한다.


 눈을 가리고 코를 막고.. 모든 감각을 폐쇄시킨 상태에서 어떤 호텔로 들어간다 가정해보자. 그때에 우리는 그곳의 형태를 추리할 수 없다. 어쩌면 이곳이 호텔이 아니라 내가 매일같이 드나들던 단칸방일 수도 있다. 다시 안대를 걷어내고 귀마개를 풀었을 때야 비로소 존재를 지각한다. 불교와 과학(약간 어긋난 해석으로)에서는 대상을 인지할 때 세상이 창조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먹은 사과의 맛이 그녀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확인할 수 없고, 각자가 보는 빨간색이 어떤 색인지 비교할 방법이 없다. 이처럼 세상은 바깥이 아니라 경험으로 비롯된 해석으로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인간의 시간 감각에서의 이미 지나간 과거, 오게 될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상자에 사과를 담으면 사과상자가, 뒤집어 앉으면 의자가, 돈을 담으면 다른 사과상자가 되는 것처럼, 대상의 존재방식은 대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와의 상호작용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볼 때야 말로 그것은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 내가 그것을 볼 때야 말로 내가 실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지체계에서 ‘있는 것’ 이란 현재와 의식이다. 두리뭉실한 현재라는 감각과 이를 인지하는 의식 사이의 관계가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로 인해 때때로 우리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개인적인 해석의 필터를 거쳐 인식한다. 물질뿐 아니라 친구의 말투, 거리의 연인들, 선생님의 눈빛 같은 상황, 심지어는 나의 마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혼란스럽다.


 하루에 10분이면 충분하다. 나는 보통 점심시간을 활용한다.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앉거나 가능하다면 바닥에 주저앉아 소음을 차단하고 눈을 감는다. 호흡을 바라본다.


 우선은 정보를 차단한다. 나에게 강요되는 감각의 정보들을 잠시 거부한 채 의식적인 호흡을 시작한다. 들숨.. 날숨.. 호흡이 지나는 통로와 숨이 드나들며 변화하는 신체에 집중한다. 호흡뿐 아니라 심박수, 특정한 주파수의 소리.. 어떤 것이든 의식을 집중한다. 혹여나 생각이 떠오르고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면 한 발자국 떨어져 지켜본다. ‘아.. 이 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억지로 생각을 멈추려 할수록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저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의 태도로 나의 생각을 멀찍이서 지켜본다. 호흡의 수를 세도 좋다. 누워도 좋고, 누워있다가 잠들어도 좋다. 나는 그렇게 잠든다.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다. 한 대상을 바라보고 아무런 판단 없이 그저 형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멍’ 때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에 10분, 뇌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다. 깨어있을 때는 시시각각 정보를 처리하느라 바쁘고 잘 때에는 기억들을 정리하느라 꿈도 만들어내는 뇌는 심장과 같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우리는 이 마라토너에게 잠시 의자를 마련해주고 사과를 하나 던져주는 것이다. 잠시나마 생각을 멈추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 세상에 이 많은 문제들의 궁극적인 해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제시해준다. 욕망으로써 무리하게 걱정하지 않는 나의 태도. 현재와 오늘에 집중하는 마음가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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