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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Nov 14. 2022

아빠 생각(1/2)

아빠! 아빠! 절대 보면 안 돼!! 가까이 와도 안돼!! 알았지?


나를 본 아이의 목소리가 집안에 쨍하니 퍼졌다. 가까이 다가가자 글씨를 쓰고 있던 종이를 휙 하고 뒤집었다. 학교에서 받아온 숙제였다. 선생님이 주신 숙제를 하고 있었나 보다. 무슨 숙제인지 알려주지 않으니 아이 가방을 뒤져 알림장을 꺼내 보았다.  


아빠에 대해 생각하고 글 써오기.


궁금함에 살금살금 아이 뒤로 다가갔다. 제목이 보였다. 아빠 생각. 눈치 빠른 아이는 금방 종이 위로 엎드려 가렸다. 그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의 엿보기는 실패했고 뾰족해진 아이가 결국 화를 냈다.


가까이 오지 마!!


포기했다. 아이 글 보는 걸 포기한 나는 밀린 집안일을 하러 갔다.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다 먹은 김치통 정리를 시작했다. 한참 동안 집안일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다가온 아이가 뒤에서 손으로 콕콕 찌른다. 뒤를 돌아보았다.  


너. 무. 시. 끄. 러. 워.

아빠 이거 해야 되는데? 시끄러우면 준형이 방에 가서 해볼래?


내 말을 들은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툴툴대며 거실에 있던 이동식 책상을 옮기러 갔다. 드르륵 거리며 자기 몸보다 조금 더 큰 책상을 밀고 간다. 불안한 마음에 도와주러 갔더니 혼자 할 수 있다며 파리 쫓아내듯 아빠를 쫓아낸다. 간신히 낑낑대며 자기 방으로 책상을 옮긴 아이가 의자에 앉았다. 집중이 안된다며 조용한 곳을 찾았지만 혼자 있긴 무서웠는지 방문을 열어 두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 위해 아이 방 앞을 지나갔다.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에 아이는 눈에 세모가 되었다. 아빠가 다가오는지 안 오는지 경계하다 아빠가 지나가 버리자 날카로운 세모였던 눈은 다시 반달 모양의 꼬막 눈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아이 방에 갔다. 의자는 비어 있었고 반쯤 쓰다 만 종이가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 한쪽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사람 마냥 흠칫 놀랐다. 하늘을 날아가던 장난감은 아이 손에 이끌려 순식간에 등 뒤로 숨었다.


다했어?


눈치 보던 아이는 갑자기 머리가 아픈 척을 했다.


너무 힘들고 머리가 아파


아이 등 뒤에 숨어 있던 장난감은 어느새 바닥에 놓였다. 힘들단 말을 꺼낸 아이는 아픈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어디가?


아이는 머리를 짚으며 방을 나갔다. 방향은 안방. 머리가 아프다던 아이는 이불에 가서 누웠다. 5 이후에  번도 낮잠을 자지 않았던 아이가 낮잠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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