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02b)

Ep21 최상의 교통 서비스와 베트남 사회의 신뢰

by 이재형

베트남의 시외버스 교통은 "도어 투 도어"가 기본 원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차가 손님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픽업을 해주며, 그것이 어려울 경우 별도의 픽업 차량을 보내준다. 물론 그 비용은 버스회사 부담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승객들이 알아서 터미널까지 와서 차를 타고 이동한 후 목적지 터미널에서 알아서 하차하여 끝나는 그런 "몰상식"은 베트남 사전엔 없다. 오늘 까오방에서 닌빈까지 오며 경험한 베트남의 교통 서비스를 소개한다.


어제 숙소 근처의 큰 호텔로 다짜고짜 쳐들어가 직원에게 하노이로 가는 교통편 예약을 부탁하였다. 친절한 여직원은 싫은 표정 하나 없이 이쪽저쪽 전화를 걸어 예약해 주더니, 어디서 픽업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묻는다. 숙소의 위치를 설명할 길이 없어 이 호텔로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6시 반 정확히 나를 픽업하러 왔다. 하노이까지 차비는 380,000동.


휴게소에서 운전사에게 차비를 주자 하노이 어디까지 갈 거냐고 묻는다. 닌빈이나 라오스까지 가려고 하는데, 그곳에 가는 버스가 있는 터미널 아무 곳으로나 데려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닌빈행 버스가 출발하는 터미널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하노이에 들어와 대부분의 승객을 데려다준 후, 운전사가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는 차에서 내린다. 2~3분 정도 지났을까, 나보고 내리라고 한다.


차를 내리니 옆에 오토바이 택시 한 대가 서있고, 내 짐이 이미 거기에 실려있다. 그리고 내게 그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라 한다. 버스 운전사는 모든 것을 다 정리해 둔 후 나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한 것이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15분 정도 달리니 큰 버스 터미널이 나타난다. 오토바이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돈은 이미 받았다고 한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는데, 삐끼가 하나 따라붙는다. 닌빈, 닌빈 하면서 따라온다. 큰 터미널 안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자니, 그 삐끼는 계속 따라와 닌빈, 닌빈 하면서 수많은 차 가운데 하나를 가리킨다. <하노이~닌빈> 차비가 10만 동(5,500원 정도)이라는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거늘 얼마나 바가지를 씌우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나는 버스 차장에게 닌빈의 땀콕으로 간다고 하였다. 차장이 돈 받을 생각을 않는다. 또 이러다가 내릴 때 급하게 돈 받는다고 허둥대다 실수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닌빈 시내에 들어온 후 잠시 뒤에 차를 세우고는 내리라 한다. 차비를 내려고 돈을 꺼내자 이미 받았다며 필요 없다고 한다. 오잉!? 하노이까지 차비만 내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린다.


오토바이 운전사는 버스 운전사로부터 내가 닌빈행 버스를 탈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았고, 오토바이 요금과 함께 닌빈행 버스요금도 함께 받았다. 그리고 터미널에 도착하자 닌빈행 버스 직원을 불러 나를 부탁하면서, 버스 운전자로부터 받은 돈가운데 닌빈행 버스대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에게 전달한 것이다. 내가 삐끼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실은 버스회사 직원으로서,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나를 쫓아다녔던 것이고.


차에서 내리니, 그새 언제 불렀는지 옆에 오토바이 택시가 서있고 그걸 타고 가라고 한다. 그리고 난 그 오토바이 뒤에 타고 땀콕에 어주 편하게 도착했다. 물론 그 오토바이 차비는 내가 지불했다. 정말 환상의 교통시스템이었다.


내가 오늘 이렇게 편하게 닌빈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의 두 가지 사회시스템 덕분이다. 첫째는 승객인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정보가 버스운전사-오토바이 운전사-버스회사 직원-버스 차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조금의 손상도 없이 정확히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정보전달과 함께 돈도 같이 전해졌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금액이 정확하게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의 돈거래는 중간에 누구 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 하여도 뒤탈이 생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 오토바이 운전사가 버스 운전사로부터 받은 돈을 혼자 다 차지하더라도 아무 표시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운전사는 오토바이 운전수에게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라고 아무 의심 없이 돈을 맡겼고, 오토바이 운전수는 그 돈을 정확히 전달하였다. 그 뒤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돈의 전달이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도대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신용사회가 성립할 수 있는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을 지탱할 수 있는 내가 모르는 메커니즘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놀랍다. 베트남이란 국가, 그리고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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