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02)

Ep 20 어디로 갈까?

by 이재형

오늘은 까오방을 떠나는 날이다. 며칠 사이에 거리에 정도 들었다. 닭 우는 소리에 짐을 깼다. 베트남에 와서 매일 내 잠을 깨우는 것은 닭울음소리이다. 오전 6시 반에 출발하는 차이므로 어둑한 거리를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일단 하노이로 가긴 가지만 그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이다. 닌빈으로 갈까, 아니면 라오스로 넘어갈까? 라오스로 간다면 비엔티안으로 갈까, 아니면 루앙프라방으로 갈까?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때 가서 마음 내키는 쪽으로 가면 된다.


차를 탔다. 밴을 개조한 차량인데, 그런대로 좌석은 넓고 편안하다. 승객은 나를 포함 8명인데, 모두들 연말연시를 이용하여 고향집에 다니러 온 대학생들인 것 같다. 하노이까지 6시간이 걸린다. 기사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다. 여기 시외교통은 도어 투 도어 서비스이므로, 운전사가 승객의 행선지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닌빈으로 간다고 했다. 라오스로 가는 버스 터미널로 가도 괜찮다고 했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운전사에게 맡겨버린 셈이다.

하노이행 리무진 밴

출발한 지 5시간 정도가 되어 하노이로 들어왔다. 한강 너비의 두 배도 넘을 것 같은 큰 강을 지난다. 바로 홍강(红河)이다. 강에 물이 가득 차있어 마치 바다 같은 느낌이다. 강 옆으로는 널찍이 죽죽 뻗은 도로가 나오고 큰 빌딩이 드문드문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개발지역인 것 같다. 이 지역만을 본다면 어떤 선진국 도시 못지않다. 고급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들도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발전하는 하노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운전사는 닌빈행 버스가 출발하는 터미널에 나를 내려주겠다고 한다. 이것으로 결정되었다. 다음 행선지는 닌빈이다. 닌빈은 하노이 아래쪽으로 90킬로 정도 거리에 있는 도시로서, 하노이와 닌빈의 관계는 우리나라의 서울과 수원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닌빈은 베트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이곳은 동양의 환상적인 신선세계를 연상케 하는 그런 절경을 가진 곳이다. 아무 데나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되는 그런 도시이다.


닌빈은 이번으로 3번째 방문이다. 숙소는 땀콕으로 정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곳으로써, 작년에도 이곳에서 4일을 묵었다. 혼자 지내는데 좋은 방을 잡을 필요가 없다. 조식 포함 하루 17,000원짜리 방을 얻었다. 호수 뷰가 나오지 않는 것이 흠이긴 하다. 널찍한 더블 침대에 천장도 높고, 탁자와 의자도 구비되어 있는 괜찮은 방이다. 무엇보다 방의 분위기가 밝아서 좋다. 그리고 이제 고산지대를 벗어나 조금 더워진 기온도 좋다.

건기라 호수 물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보트 투어를 즐기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사공이 젓는 배를 타고 논으로 이루어진 습지를 따라 왕복 4킬로 정도 즐기는 보트 투어는 닌빈이 자랑하는 투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다. 오늘은 느긋하게 쉬며, 내일 즐길 거리를 생각해 봐야겠다.


닌빈이 자랑하는 명소는 웬만큼 가보았다. 항무아, 땀콕, 짱안, 바이딘 사원, 호알라 옛 수도, 빅동 파고다 등 모두 다녀왔는데, 그렇지만 이곳은 또 찾으면 명소는 무궁무진 나올 것이다. 또 이곳에서는 명소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숙소 근처를 산책하거나, 생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호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 이곳은 외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찾기 어렵다.


■ 곁가지 이야기 07: 코코넛과 사탕수수


나는 청량음료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동남아에 오면 거의 마시지 않는다. 좋은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코코넛이다. 코코넛 과즙은 뭐라 할까 좀 심심한 편으로 별 자극이 없다. 단맛도 별로 없다. 더운 동남아에서는 뭔가 차고 자극적인 음료가 당기는데, 그런 점에서는 코코넛은 뭔가 좀 부족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코넛은 묘하게 끌리는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 있다.


작년 동남아 여행에서 사탕수수 즙의 맛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름 3센티, 길이 2미터 정도의 사탕수수 줄기의 즙을 짜내면 아메리카노 큰 컵 한 컵 정도의 즙이 나온다. 거기에 얼음을 가득 채워 준다. 사탕수수 즙은 코코넛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준다. 아주 달고 시원하고 상쾌하다. 그래서 아주 더운 날 자극적인 것을 마시고 싶을 때는 사탕수수 즙을 찾는다.


시탕수수 즙을 짜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칡즙을 짜는 것과 비슷하다. 톱니바퀴가 달린 기계에 사탕수수 줄기를 넣어 압착하여 즙을 짠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어딜 가더라도 시탕수수 즙을 팔고 있는데, 즙 짜는 기계는 나라마다 좀 달라 재미있다. 캄보디아의 기계는 상당히 투박하고 조잡하다. 이에 비해 베트남은 산업발전이 가장 앞선 나라답게 기계가 상당히 세련되었다.


전통시장에 가면 사탕수수 줄기를 벗긴 후 속살을 썰어 비닐봉지에 넣어 판다. 처음에는 바나나라 생각하고 사려했지만, 사탕수수란 것을 알고는 그만두었다. 맛보기로 한 개 얻어 씹어 먹어 보았는데 아주 달콤했다. 그렇지만 씹고 남은 줄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못해 포기한 거다. 꼭 한번 맛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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