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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8. 2024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청정의 도시 그레노블

(2024-05-21 화) 서유럽 렌터카 여행(46)

아비뇽의 지금 숙소는 이번 여행에서 최악이다. 몸을 제대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데다 냄새까지 난다. 제대로 앉아 있을 데도 없어 어제저녁엔 일찍 잤다. 그 덕에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났다. 방에 있기가 싫어 대충 아침을 때운 후 바로 출발했다. 요즘은 계속 10시가 넘어 숙소를 나왔지만, 오늘은 출발하고 보니 8시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 숙소도 뭔가 불안하다. 오늘은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도시 그레노블에서 숙박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였는데, 호스트와 뭔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 두 달 전 예약 후 호스트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커피와 시트를 준비하라는 것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상세한 내용은 숙소 설명문을 보라는 것이었다. 숙소 설명문을 보았더니 이메일과 같은 내용이다. 그래서 별것 아니겠거니 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도착한 이메일을 보니 이불과 시트, 그리고 타월을 준비해 오란다. 이런 낭패가 있나! 예약을 취소하려고 보니 취소 불가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보고 보자. 


오늘의 행선지는 그레노블(Grenoble)로서, 알프스산 자락에 있는 도시이다. 내비로 확인하니 3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운전으로는 5시간 정도로 잡아야  한다. 원래 계획으로는 그레노블로 가면서 두 곳 정도 명소를 들리기로 했다. 그런데 확인을 해보니 그곳은 경로에서 많이 벗어난다. 게다가 오늘 저녁 숙소까지 불안한 상태라 빨리 그레노블로 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트로부터의 메일에 입실 방법이 적혀있었는데, 그것도 뭔가 좀 성가신 것 같았다. 

바스티유 요새에서 내려다 보는 그레노블 풍경

아비뇽의 숙소를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고속도로를 탔다. 북쪽 방향으로 130킬로를 직진한 후 오른쪽으로 꺾인다. 고속도로 양 옆으로는 평화로운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꺾이는 고속도로를 타기 직전 톨게이트가 나온다. 요금은 약 20유로로, 어림짐작으로 우리나라 고속도로 요금의 약 3배 정도 되는 것 같다. 오른쪽, 즉 동쪽 방향으로의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이 고속도로는 스위스의 제네바와도 연결된다. 이 고속도로 통행료는 정말 엄청나다. 20~30킬로 정도 달린 것 같았는데 15유로나 된다. 독일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고, 이탈리아는 우리나라보다 약간 비싼 정도였는데, 프랑스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도 꽤 부담이 된다. 


고속도로가 끝나고는 우리나라의 고속국도 같은 도로와 연결된다. 도로 자체만으로는 고속도로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통행요금은 받지 않는다. 그레노블을 30킬로 정도 앞두고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이 나타난다. 정상 부근에 아직 흰 눈이 덮인 산들이 겹겹이 늘어서있다. 차는 알프스를 향해 계속 달린다. 


그레노블 시내로 들어왔다. 산촌 정도의 마을로 상상했는데 제법 큰 도시이다. 이전에 들렀던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보다도 더 큰 도시인 것 같다. 알고 보니 그레노블은 프랑스의 중요한 산업, 과학, 교육의 중심지 중 하나로서 프랑스의 “실리콘 벨리”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노기술, 정보기술, 생명과학 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레노블은 이미 기권전 43년에 로마에 의해 설립된 도시인만큼 아주 긴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고 한다. 

그레노블 시내 풍경

내비를 바스티유 요새(Fort de la Bastille)로 맞추었다. 그레노블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명소이다. 이 요새는 그레노블을 내려다보는 높은 산 위에 위치하고 있어 그레노블의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레노블은 고색창연한 도시이다. 거기다가 알프스 산자락의 좁은 지역에 있어 그런지 도로가 무척 좁고, 일방통행이 많다. 운전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강변도로를 따라가다가 골목길 같은 산길로 안내한다. 내비의 안내대로 갔더니 좁은 데다 굴곡도 심하고 경사도 아주 급한 길이 계속된다. 바스티유 요새로 가는 케이블카 출발역이 아니라 바스티유 요새로 바로 안내하는 것 같다. 


하도 좁고 경사가 심한 길이라 중간에 차를 돌릴 수도 없다. 경사는 얼마나 심한지 2단 기어로는 올라갈 수 없다. 이런 길을 2킬로 남짓 올라가니 넓은 터가 나온다. 넓은 풀밭에 주차장도 있다. 풀밭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고 있다.  바스티유 요새가 어딘지는 모르겠다. 케이블카가 뒤쪽에 있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그쪽인가 보다. 

그레노블 시가지
그레노블 시가지

바스티유 요새가 어디에 있건 상관없다. 이곳에서 그레노블의 경치를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기저기에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온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을 많이 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정경이다. 이곳에서는 그레노블시가지의 전체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레노블은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하고 있다. 두 개의 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간다. 참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풀밭에 앉아 빵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도 빵과 주스, 그리고 사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레노블의 두 번째 명소는 노트르담 성당이다. 시가지로 내려와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였다. 시내에는 트램이 느릿느릿 운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걌던 대부분의 도시에는 트램이 운행되고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을 찾았지만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온갖 화려한 성당을 봐온 내게 이런 시골도시의 성당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물론 외관보다는 그 속에 숨어있는 역사나 사연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건물 외관 이상의 그 무엇을 특별히 알고 싶은 욕구는 별로 없다. 


다음으로 그레노블을 관통하는 이즈에르 강으로 갔다. 모두 도보로 5분 이내의 거리이다. 아름다운 강이다. 강 위에는 몇 개의 다리가 걸려있는데, 내가 올라간 다리는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다리이다. 사람들이 즐거운 듯 걸어서 다리를 건너고 있으며, 간혹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보인다. 아름다운 강이다. 강 양쪽에는 붉은색 지붕의 중세식  건물이 늘어서 있어 강의 경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그렇지만 강물의 색깔은 회색으로 주위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즈에르 강의 다리 위에서 보는 바스티유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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