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5) 삼사해상공원과 축산항
오늘 여행 계획은 휴양림을 나와서 먼저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여러 곳을 구경하면서 <삼사 해상공원>까지 갔다가 거기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관광을 하는 것이다. 해맞이 공원에서 20분 정도 남쪽으로 달리니 삼사 해상공원이 나온다.
9. 삼사해상공원
<삼사해상공원>은 영덕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해변 공원이다. 동해안 절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10만 평이 넘는 넓은 터에 조성된 종합공원이다. 여기에는 이북 5도민의 망향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망향탑과 경북 개도(開道) 100주년을 기념한 경북대종을 비롯하여 공연장과 폭포 기타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주차장도 차량을 500대나 주차할 수 있다고 하니 어마어마하게 넓다.
이 공원에는 여러 시설들이 있지만,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동해 바다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공원 곳곳에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바다 쪽에 새빨간 꽃이 한창이다. 가까이 가보니 겹벚꽃이다. 영덕 일대에 벚꽃은 깊은 산속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졌는데, 이곳에 있는 겹벚꽃은 한창때로서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꽃 색깔과 꽃 개화시기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매화의 경우도 홍매화는 백매화에 비해 일주일 이상 늦게 꽃이 핀다. 벚꽃도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겹벚꽃은 흔히 겹사쿠라라고 부른다. 벚꽃이 일본어로 사쿠라이니까 겹벚꽃은 겹사쿠라인 셈이다. 요즘은 그런 말이 사라졌지만, 옛날엔 정치권에서 야당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여당에 유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사쿠라’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정도가 아주 심한 정객에 대해서는 ‘겹사쿠라’ 혹은 ‘왕사쿠라’라고 비난하였다. 요즘에는 이 사쿠라라는 말이 사라지고, X맨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 같다. 옛날 유명한 정객 가운데서도 사쿠라라고 낙인찍힌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
그런데 가짜 야당 행세를 하는 정치인들을 왜 ‘사쿠라’라고 불렀을까? 이 말은 일본의 전통 연극인 가부키(歌舞伎)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 가부키 공연을 할 때 주최 측에서는 공연이 재미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관객들 사이에 사람을 풀어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거나 흥을 돋우기도 하는 행동을 하도록 시켰다. 이 사람들은 주로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이들은 마치 관객들 사이에서 벚꽃이 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들을 ‘사쿠라’라고 불렀고, 이것이 정치용어화하여 야당 속에서 여당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행동을 하는 사람을 ‘사쿠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빠졌지만 삼사 해상공원은 공원 아래로 바다로 내려가는 길과도 연결되어 있다. 동해안에는 <해파랑 길>이라 하여 부산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약 750킬로에 걸친 보도 여행길이 있는데, 삼사해상공원을 내려가면 이 해파랑 길과도 연결이 된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 동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해변의 절경을 가까이서 즐기고 싶었지만, 요즘은 오르고 내리는 길을 걷기가 부담스러워 공원 위에서 바다의 풍경을 즐기기만 하였다.
10. 축산항
삼사해상공원을 출발하여 이제 북쪽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다음 행선지는 <후포 근린공원>이다. 후포 근린공원 근처에는 후포항을 비롯하여 스카이워크,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북쪽으로 가다 보니 축산항을 가리키는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축산항을 들러보기로 했다.
영덕의 대표적인 수산물은 대게며 대게의 중심지는 강구항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강구항에는 지금도 수많은 대게 판매소와 음식점이 몰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은 대게의 본고장은 강구항이 아니라 축산항이라 한다. 동해안에서 잡은 대게 어선들이 축산항으로 집결하여 축산항에서 큰 대게 시장이 형성되었으나, 일반에게는 강구항이 더 알려져 있는 바람에 대게의 본향을 강구항으로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축산항 들어가는 길은 대게의 본고장답게 대게와 관련한 갖가지 도로표지판, 그리고 관광안내판이 붙어져 있다.
축산항에 들어가니 항구는 아주 한산하였다. 항구 바로 옆에 있는 수산물 공판장은 이미 장이 끝난 탓인지 장사를 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항구의 규모는 그래도 중간 이상 되는 것 같았으나, 지금은 배가 드나들 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좀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활기가 없다. 배도 고파오고 해서 적당히 점심을 먹을 곳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그다지 마음에 끌리는 곳이 없다.
11. 만세시장
일단 후포항으로 가기로 하고 다시 축산항을 출발하였다. 달리다 보니 <만세시장>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어떤 곳인지 들러보기로 하였다. 3.1 운동 때 이곳 영덕에서도 만세 운동이 일어났는데, 이를 기념하여 이곳에는 <3.1 운동 기념탑>이 있는데, 여기서 만세시장이란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이곳 만세시장은 상당히 붐빈다. 알고 보니 오늘이 5일장 장날이라 한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이제 장도 파장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제법 활력이 넘쳐 보인다.
시장에서는 농산물, 해산물, 임산물 등 수많은 산물들을 팔고 있는데, 산나물이나 생선 등 사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집에는 내일 돌아가기 때문에 보관 문제로 살 수는 없다. 물건을 사지는 않지만 구경삼아 시장을 몇 바퀴 돌았다. 한쪽에 몇몇 식당이 보인다. 한 집에 들어가니 메뉴에 백반이 있어 그것을 주문하였다. 여기는 경상도이니까 백반을 주문하였지만 아예 기대도 않는다. 전라도와 같이 푸짐한 백반 음식을 기대할 수 없다. 식사가 나왔는데, 역시 예상대로 백반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몇 가지 반찬과 함께 밥이 나온다. 나온 반찬을 그냥 큰 그릇에 부어 그냥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니 그런대로 괜찮다. 경상도에는 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많고, 전라도는 좀 비싸지만 푸짐한 음식이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을 나오는 길에 차에서 먹기 위해 오렌지와 방울토마토 등 몇 가지 과일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