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영덕 여행(6)

2021-04-16 청송 벚꽃길

by 이재형

휴양림을 찾는 큰 목적 가운데 하나가 밤에 별을 보는 일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어딜 가나 밤에 별을 보기 힘들다. 십여 년 전 몽고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쏟아질 듯한 하늘의 별을 기대하고 갔으나, 그다지 별을 보지 못하였다. 요즘 별을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의 불빛 때문이다. 휴양림에 가서 별을 기대했으나, 휴양림도 마찬가지로 가로등이 밝게 켜져 있어 별을 보기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어젯밤에는 자정이 넘어 집 밖으로 나왔다. 조명이 많이 꺼져 있어서 좀 낫으려나 했는데, 역시 그다지 별을 보진 못하였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울진 불영계곡을 거쳐 가는 방법과 청송을 거쳐 가는 방법 둘을 생각했는데, 결국 청송을 거쳐가기로 하였다. 어제 멍게 비빔밥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16. 영덕시장


집으로 가면서 <영덕시장>에서 막회를 사 가지고 가기로 했다. 아이스박스를 가져왔고, 또 회를 파는 곳에서도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해 줄 것이므로 하루 종일 차 안에 회를 실어두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영덕시장에 도착했는데,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다. 오전이라 그런지 아니면 전통시장이 점차 사양화되어 손님들이 찾지 않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먼저 골뱅이를 조금 샀다. 큰 나무상자에 담겨 있길래 죽은 것인 줄 알았는데, 만져보니 모두 잘 살아있다. 그리고 그 뒤편에 있는 막회를 파는 좌판 가게 쪽으로 갔다. 좌판 가게의 경우도 영업을 하는 곳이 1/3도 되지 않은 것 같다.


그저께 왔을 때보다는 막회가 좀 비싼 것 같다. 어제가 시장이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저께는 떨이를 한 모양이다. 물가자미 회와 청어 회를 합해서 3만 원어치 샀다. 그저께보다는 양이 적다는 말이지,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엄청 많은 양이다. 전화를 하면 택배로도 보내준다고 해서 회와 함께 명함도 받아 들고 나왔다. 그저께부터 이곳 영덕 부근에 여러 전통시장을 들렀다. 대부분 손님이 없어 한산하였다. 코로나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정부에서는 벌써 20여 년 전부터 전통시장을 살려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한다고 하여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펴고 또 동시에 대형마트도 규제하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십여 년 전부터 정부 부처로부터 여러 번 정책 자문을 요청받아, 그때마다 이런 정책지원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내용의 정책권고를 한 바 있는데, 여전히 효과도 없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만 초래하는 정책을 계속하니 딱한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런 지원정책으로 요즘은 웬만한 전통시장에 가더라도 주차시설은 잘 되어 있고, 아케이드도 설치되어 있어 장보기는 편리하다.


17. 휴게소 벚꽃


영덕시장을 나오니 내비는 국도로 청송을 향하는 길로 안내한다. 청송은 지금은 바로 옆으로 고속도로가 지나지만 옛날부터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지(奧地)로 알려진 곳이다. 오죽했으면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청송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냥 청송이라 하지 않고, 꼭 “청송 골짜기”라고 하였다. 당시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대구에서 청송을 가려면 시외버스로 약 4시간을 달려야 하였다. 따지고 보면 풍기나 봉화가 더 골짜기인 것 같은데, 그곳들을 제쳐두고 청송을 꼭 집어 “골짜기”(“오지”란 의미로 사용)라고 하였다.


가는 도중에 벚꽃 가로수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이제 벚꽃을 보기가 어려운데, 여기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한창 때는 조금 지난 것 같지만 그래도 벚나무 가로수가 나타날 때마다 길 양쪽을 하얀 벚꽃이 덮고 있다. 벚꽃 가로수 길이 나와 조금 달리다 보면 다시 다른 나무 가로수 길이 나오고 또 좀 달리다 보면 벚꽃 가로수 길이 또 나오는 그런 상태가 반복된다.


영덕에서 청송으로 가는 산을 넘어 내리막길로 가다 보니 벚꽃이 화려하게 꽃핀 휴게소가 보인다. 차 안에서 봐서도 벚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차에서 내렸다. 계곡 옆에 있는 휴게소 건물도 보통 휴게소와는 달리 주위의 경관과 어울리며 잘 지어져 있다. 이 정도로 주위 풍경과 잘 어울리는 휴게소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휴게소 주변은 온통 벚꽃이다. 마치 벚꽃 세상에 온 느낌이다. 올해 들어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을 구경한 적은 몇 번 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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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는 계곡을 뒤로하고 세워져 있는데, 휴게소 양 옆은 제법 넓은 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 터를 모두 큰 벚나무가 가득 채우고 있는 거다. 벚나무 아래에는 잘생긴 골른 레트리버 개 한 마리가 만사가 귀찮은 듯 누워있다가 내가 가까이 가니 물끄러미 쳐다본다. 휴게소에서 차나 한잔 할까 생각했지만 문이 닫혀 있다. 아마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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