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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달랏: 링언사(靈隱寺)와 코끼리 폭포

(2022-11-17)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해외여행을 할 때 여권이나 핸드폰 안경, 그 밖의 자잘한 물건들을 간수할 데가 없어 늘 골치이다. 날씨가 선선한 곳이라면 주머니가 많은 재킷을 입으면 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더운 지방에 오면 티셔츠 하나만 입기 때문에 이런 물건들을 제대로 간수할 수 없다. 그래서 작년 여행 때 5천 원을 주고 농사용 조끼를 하나 샀고, 이번 여행에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주머니가 8개나 되니 뭐든 간수할 수 있다. 다만 스타일이 좀 빠져서 그렇지....


달랏의 명소를 찾아보니 코끼리 폭포와 다딴라 폭포가 유명하다고 한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폭포로 가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 곳 모두를 가기로 했다. 주요 명소 가운데 코끼리 폭포가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어 그곳부터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딴라 폭포를 들리고, 시간이 남으면 죽림선원에 가 보아야겠다.


10시경에 숙소를 출발했다. 오토바이로 달랏 시내를 빠져나가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사거리가 나오면 차와 오토바이가 사방에서 들어온다. 넓은 사거리의 경우에는 신호등이 있긴 한데, 아무 소용도 없다.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는데도 사방의 차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달린다. 그러다 보니 사거리 교차점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정말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이곳에는 회전교차로도 많다. 어느 나라나 회전교차로에서는 안쪽 차가 통행우선권을 갖는다. 그렇지만 여긴 그런 것 없다. 사방에서 차와 오토바이가 교차로에 동시에 진입하고, 그 속에서 아귀다툼을 하면서 어찌어찌 빠져나간다. 이런 상황에 익숙지 않는 나로서는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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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달린다. 시가지를 빠져나오니까 그래도 좀 편하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왕복 이차선 도로에서 양 옆으로는 오토바이가 쌩쌩 추월해 지나가지, 뒤에서 차는 빵빵거리지, 또 마주 오는 차들이 추월한다고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넘어오지, 정말 정신 하나도 없다. 거의 한 시간 반이나 걸려 구글지도가 목적지인 코끼리 폭포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그곳에는 있어야 할 폭포는 보이지 않고 세차장이 들어서있다.


세차장 직원에게 물었더니 손짓 발짓으로 가르쳐준다. 가르쳐 주는 대로 다시 오토바이로 가다 보니 큰 불상이 서있는 절이 보인다. 호기심이 생겨 들렀다. 링언사(靈隱寺)라는 절이다. 절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마당이 있고, 마당을 지나 대웅보전이 서있다. 동남아식의 화려한 절도 아니고, 단청으로 장식된 우리의 절 스타일도 아니며, 굳이 비교한다면 일본식 절에 가까운 모습인 것 같다.


밖에서 보이던 큰 불상은 대웅전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왼쪽에 서있다. 이 불상은 관세음보살상으로서, 지금까지 내가 본 불상 중에 가장 큰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높이가 24미터로서, 법주사의 미륵대불 33미터에 비해서는 한참 낮다고 나왔다. 내친김에 예전에 보았던 다낭 영응사의 대불의 크기를 확인해 보니 67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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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의 선이 아주 부드럽다. 그래서 대리석으로 만든 불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낭 영응사 대불은 대리석으로 만든 것이다. 확인해 보니 시멘트로 만들었으며, 그 위에 흰 페인트를 두껍게 칠한 것이었다.

링언사 대웅전 옆쪽으로는 나무 숲이며 그 아래에 벤치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더위를 피해 쉬면서 삼성화재배 바둑대회 중계를 보았다. 신진서가 이기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4강은 모두 중국선수들이 차지할 것 같다. 좀 쉰 후 절 뒤쪽으로 가니 많은 불상으로 이루어진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어린이나 가족여행객들을 위한 작은 부처 테마공원인 것 같다.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절이다.


다시 코끼리 폭포를 찾으러 달렸다.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폭포가 있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근처 주유소에 들어가 물었다. 이런, 코끼리 폭포는 절 안쪽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링언사로 되돌아왔다. 둘러봐도 아무런 표지가 없길래 직원에게 물어보니, 대불 옆에 있는 작은 계단으로 내려가라 한다. 그곳으로 가니 약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누런 황포색의 물줄기가 콸콸 떨어지는 폭포가 보인다.


실망이다. 폭이 넓고 수량은 상당히 많은 폭포이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다. 우리가 폭포를 찾는 것은 산과 바위와 숲이 서로 잘 어울린 속에서 아름답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려는 것이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덤불 속에서 아무리 큰 물줄기가 떨어지다 한들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다른 누가 코끼리 폭포를 보러 가겠다면 말리고 싶다. 그렇지만 링언사를 보러 가겠다면 그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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