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8)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달랏에 오기 전엔 한적하고 깨끗하며, 꽃이 만발한 도시일 것으로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생각과는 너무 다르다. 시내는 차와 오토바이로 혼잡하기 짝이 없고, 마음 편히 산책할 곳도 마땅히 찾기 어렵다. 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한 문제인 것 같다. 물론 거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이 한국 관광객일 것이다. 한국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최소한 70%는 차지하는 것 같다.
원래 오늘 달랏을 떠나려 했으나 교통편 때문에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지난 이틀 동안 꽤 돌아다녔으니 오늘 오전은 쉬고 오후 느지막이 시내를 둘러보아야겠다. 어제 숙소 사장에게 껀터행 버스 예약을 부탁했더니 내일 아침 6시에 출발하는 차를 예약해 두었다고 한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나가기 싫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10시가 되어서야 나가서 반미를 하나 사 왔다. 반미란 베트남 사람들 주식 가운데 하나로서, 작은 바케트 빵에 야채와 소스, 고기 등을 넣은 음식이다. 생각보다 맛있다.
오전 내내 뒹굴거리다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나왔다. 먼저 달랏 꽃정원으로 갔다. 숙소에서 2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 걸어가기로 했다. 한 시간은 잡아야 한다. 2킬로 가는데 무슨 한 시간씩이나 걸리나 하시겠지만, 인도를 제대로 걸을 수 없고, 차도를 위태롭게 걸어야 하는 데다, 도로를 건널 때마다 한참씩 기다리며 어렵게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에 달랏 화원이라 입력하고 갔더니 그곳이 아니다. 할 수 없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다. 말이 안 통하더라도 쉽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으로 목적지의 사진을 검색한 후,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쑥 내밀어 사진을 보여주면 손으로 방향을 잘 가르쳐준다. 길을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가니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꽃정원 정문이 나온다. 인터넷으로 달랏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랜드마크이다.
달랏은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로 원래 야생화가 풍부한 지역이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달랏을 휴양지로 개발하면서 유럽의 꽃들도 많이 들여왔다. 이에 따라 달랏에는 크고 작은 꽃정원들이 많이 들어섰으며, 야생화들도 점차 다양해졌다고 한다. 이로서 달랏은 서서히 “꽃의 도시”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달랏 꽃정원은 식물학자와 조경전문가, 그리고 조각가들의 협력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심어진 꽃들은 로즈, 튤립, 국화, 제라늄, 백화 등 다양하며, 베트남 고유의 꽃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꽃들도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꽃들로 인해 꽃들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달라 일 년 내내 꽃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입장료 10만 동을 내고 들어갔다. 정원 양쪽으로 화려한 열대화들이 가득 피어있다. 열대화 들은 정말 색이 강렬하다. 생각보다 꽃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많은 꽃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여러 동물이나 곤충 조각들을 군데군데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주 타깃이 어린이들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호수라고 하기엔 좀 작고, 연못이라 하기엔 좀 큰 호수(연못?)가 나온다. 호수 둘레로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고, 산책길은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돈다. 호수도 아름답고 산책로도 걷기엔 그만이다. 위치에 따라 정원의 모습이 새로운 모습으로 보인다. 오늘 아침 반미를 한 개 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 않아 허기가 진다. 그런데 먹을 곳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오후 4시가 넘으니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비스듬히 비치는 햇살을 받는 정원은 더욱 아름답다. 정원 이쪽저쪽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꽃도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원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참 아름다운 정원이다. 달랏의 랜드마크라 할 만하다.
정원을 나오니 입구 주차장 옆에 작은 푸드 트럭이 보인다. 곧 저녁을 먹어야 할 어중간한 시간이라 허기를 면할 정도만 먹었다. 먹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푸드 트럭 앞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아 한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