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7a)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다음은 다딴라 폭포이다. 이곳 링언사와는 타원형의 도로에 마주 보고 위치해 있다. 거리는 약 40킬로 정도로 나타난다.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를 천천히 달리다 보니 다른 오토바이들이나 차들이 쉴 새 없이 나를 추월해 간다. 그러다 보니 여간 정신 사나운 것이 아니다. 한참 가다가 내비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니 갑자기 도로가 아주 편해진다. 왕복 4차선 도로인데, 도로 옆으로 오토바이가 충분히 통행할 수 있도록 따로 길이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편하게 달려보긴 처음이다. 목이 말라 길가에 가게라도 있으면 들러 목이라도 축이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도로 옆은 숲이라 바람도 서늘해진다. 옆으론 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있지만 클랙슨으로 날 위협하는 차는 한 대도 없다. 그렇게 극성을 부리던 다른 오토바이도 날 괴롭히지 않는다.
그렇게 그 길을 몇십 분 동안 달렸을까? 갑자기 의문이 떠오른다. 그 많던 오토바이들이 다 어디 갔지? 다시 도로를 잘 살피니 도로 한복판엔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몇 십 분간 이쪽 방향은 물론 저쪽 방향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도 한 대도 본 적 없다. 다만 도로를 횡단하는 오토바이를 몇 대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달리고 있는 차선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고속도로 갓길이다.
그제야 내가 고속도로로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가다 보니, 이 도로와 평행하여 달리는 아래쪽 도로에는 많은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었다. 큰일이다! 여긴 분명히 고속도로이다! 급히 내비를 보니 5킬로를 더 가서 우회전하라고 한다. 불안 속에서 진땀을 흘리며 달렸다. 한참을 달리니 저 앞에 톨게이트가 나오고, 톨게이트를 몇백 미터 정도 앞두고 일반도로로 나가는 길이 있었다. 무사히 일반도로로 빠져나왔다. 십년감수했다. 정말 식겁 먹었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톨게이트와 인터체인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여긴 그렇지 않다. 일반 도로에서 톨게이트를 통과하지 않고 바라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통행료는 고속도로 상에 드문드문 위치한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지불하면 된다. 이렇게 고속도로 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내비가 인도하는 대로 고속도로로 들어서 버린 것이었다.
다딴라 폭포 일대는 완전히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었다. 도로 옆의 넓은 주차장은 관광버스 전용이고, 일반 승용차와 오토바이 주차장은 높은 지대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울퉁불퉁한 돌로 포장되어 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운전해 올라가려니 무척 힘이 든다. 오토바이에 익숙한 이곳 사람들이야 늘 다니는 길이니까 괜찮겠지만, 나같이 운전경험이 적은 사람은 운전하기가 무척 어렵다. 게다가 길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척추에 전달되는 충격도 작지 않다.
주차한 후 내려와 매표소로 갔다. 직원이 뭘 하겠느냐고 묻는다. 어떤 게 있냐고 되물었다. 집라인, 루지, 편도코스, 왕복코스 등 줄줄이 설명한다. 나는 폭포 구경만 할 것이라고 하니, 다른 매표소로 가라고 한다. 여긴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입장권을 끊어 들어가니 길이 계속 아래쪽으로 연결된다. 꽤 가파른 내리막 길인데 나중에 힘들어서 어떻게 올라오나, 걱정이 된다. 옆으로는 루지를 타고 가는 사람, 집라인을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참을 내려가니 폭포가 나온다. 그다지 큰 폭포라 할 수는 없지만 주위 경치와 아주 잘 어울린다. 약간의 사람 손이 가해진 것 같은데, 주위의 풍경과 다리 등 인공적인 가설물과 함께 아주 아름답다. 조그만 판타지 세상과 같은 느낌이 든다. 사파의 까오깟 마을을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시원한 계곡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위쪽 바위 위에서 떨어진 큰 폭포는 다시 낮고 작은 폭포를 이루다가 아주 좁고 깊은 계곡으로 흘러내린다. 이곳은 아무 곳에나 카메라를 갖다 대어도 그냥 그림이 된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아직 달랏 여러 곳을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여기가 최고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가까워진다. 서둘러야 한다. 4시 반이 넘으면 어두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파른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그때 휴게소 건물 옆에 루지 매표소가 보인다. 요금을 확인하니 11만 동, 6천 원 정도이다. 이걸 탈까? 갈등이 생긴다. 에이, 좀 고생하고 6천 원 벌자!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6천 원 벌기 정말 힘든다. 좀 빨리 걸어 올라왔더니 하늘이 노랗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다시 그 지옥과 같은 달랏 시내도로를 헤치고 숙소에 골인하는데 성공. 정말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원래 내일은 메콩 델타에 위치한 도시 껀터로 가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내일 차편 예약이 만만치 않다. 결국 이곳에서 하루를 더 묵고 모레 아침에 껀터로 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