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8a)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오후 다섯 시가 좀 넘어 일어섰다. 야시장에 가서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거리를 확인하니 3킬로 정도 떨어졌다. 걷기는 조금 먼 거리지만, 호수 산책로를 따라가는 길이라 괜찮다. 꽃정원에서 도로를 건너면 바로 쑤언흐엉 호수이다. 쑤언흐엉 호수는 아마 가장 달랏 시민의 사랑을 받는 장소일 것이다. 호수를 일주하면 약 7킬로가 좀 넘는데, 호수길을 따라 곧장 3킬로를 가면 야시장이 나온다. 이런 좋은 길을 안 걸을 수 없다.
호수길로 가기 위해 넓은 도로를 건너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횡단보도가 있지만 양쪽에서 쉴 새 없이 차가 오는 바람에 도무지 건널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틈을 봐서 먼저 중앙선까지 건너갔다. 중앙선에 서있자니 차와 오토바이가 끝도 없이 밀려온다.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다. 중앙선 위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트럭 한 대가 멈춰 서서는 다른 차를 막아준다. 덕택에 겨우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쑤언흐엉 호수는 매우 아름답다. 호수 주변도 잘 정비되어 있으며 산책로도 아주 좋다. 그러나 폭이 조금 좁아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달랏에 와서 처음으로 마음 놓고 걸어본다. 오랜만에 좋은 길을 걸으니 힘든 줄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 호수 안에는 오리 보트를 탈 수 있는 곳도 있다. 쑤언흐엉 호수가 있던 지역은 원래 강과 습지였으나 1970년대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휴양지로서의 달랏 개발과 함께 인공호수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호수 주변은 소나무 숲, 잔디밭 그리고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 석양에 물들어가고 있는 호수는 더욱 아름답다.
야시장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린다. 야시장은 마치 축제의 광장 같다. 상인과 고객들뿐만 아니라 밤의 달랏을 즐기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많은 음식들이 있지만 딱히 끌리는 것은 없다. 꼬치구이의 냄새가 좋은데, 그걸 먹으면 소주가 당긴다.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슬슬 걸으며 시장구경을 한다. 내일 껀터까지 12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 안에서 먹을 군것질 거리가 없는지 찾아보았다. 말린 과일을 파는 큰 상점들이 많다. 포장된 말린 과일들이 아주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이 사람들, 장사하는 게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곳 상점을 찾는 손님들은 거의가 외국 관광객들이다. 그런데 상품 표시를 전부 베트남어로 써두었다. 무슨 과일인지, 어떤 과자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색깔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생소한 열대과일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다. 더구나 외국 관광객들은 진열된 말린 과일의 맛을 알 리가 없다. 시식용 과자를 조금 내놓으면 좋으련만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사고 싶어도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살 수가 없다. 간혹 아름다운 색깔에 끌린 사람들이 한두 봉지 살뿐이다. 나도 맛을 알 수 없으므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겨우 한 가게에서 몇 가지 시식용 과자를 내놓은 것을 발견했다. 먹어보니 설탕보다 훨씬 더 단 감미료를 넣은 것 같은데, 그 끝맛이 아주 좋지 않다. 작년에 사파에서 30만 동 어치를 샀다가 이것과 같은 맛이라 못 먹고 다 버린 경험이 있다. 이래서 말린 과일 사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먹음직스러운 것도 보였지만, 맛을 알 수 없으니 살 수 없다.
무엇을 먹을까 두리번거리다 소보르빵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무엇인지 보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만두, 만두 한다. 만두인가 해서 달라고 하니, 만두가 아니라 "만 동, 만 동"하는 것을 내가 잘못 들은 것이었다. 그냥 밀가루빵에 단맛을 조금 넣은 것이었다. 손에 들고 먹으며 두리번거리며 가다 보니 작은 피자 같은 것이 보인다. 달라고 해서 먹으니 그런대로 괜찮다. 이걸로 저녁 끝!
숙소까지는 약 2킬로 정도 거리라 걸어가기로 했다. 시가지를 통과해 숙소로 가야 하는데 정말 미치겠다. 인도는 공사를 한다고 더 파헤쳐 놓아 다닐 수가 없다. 공사 부분이 차도도 상당 부분 침범하고 있다. 그래서 차도로 걸어갈 때도 도로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해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차와 오토바이가 뒤에서 다가와 몸을 스치듯이 지나가는데, 아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숙소에 돌아오니 마음이 놓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달랏 여행을 추천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만약 달랏을 찾을 기회가 있으시다면, 랑비앙 산, 다딴라 폭포, 달랏 꽃정원, 쑤언흐엉 호수 정도만 탐방하면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