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 b) 팔영산 능가사와 나로우주센터
장흥군을 출발하여 이제 고흥군으로 들어선다. 고흥반도의 끝자락에는 외나로도가 있고, 거기엔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우주센터로 가는 길에 능가사가 있어 거쳐 가기로 하였다.
팔영산은 전라남도의 도립공원으로서 고흥군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이 산은 산세가 험하고 기암 괴석이 많다고 한다. 팔영산 아래 쪽에 넓은 터를 잡고 세워져 있는 능가사는 고구려의 승려인 아도(阿道)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아도가 창건을 할 때는 보현사라 했으나, 나중에 능가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아도라면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사람으로서, 5세기 중반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세운 절이라면 지금까지 내가 다녀본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능가사는 이전에는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 사찰로 꼽히던 큰 절이었다고 한다.
능가사는 도로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되는 위치에 있다. 팔영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팔영산 아래에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절은 상당히 넓고 컸다. 평평하고 넓은 터에 대웅전을 비롯한 건물들이 적당한 위치에 자리잡아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대웅전 왼쪽 저 뒤로는 팔영산의 봉우리가 보인다. 하나, 둘 한번 세어봤더니 정말 여덟 개 봉우리이다. 옆과 뒤에 있는 산들은 푸른색과 누런 색이 섞여 있다. 상록수가 많고 활엽수가 중간중간에 섞여 있는데, 강력한 단풍 색을 내는 나무는 그다지 없는 모양이다.
절 안에는 사람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승려나 절을 관리하는 사람도 있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기간 관리를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절 마당을 통해 대웅전 쪽으로 가는 큰 길은 돌로 포장되어 있었으나, 그 주위에는 관리되지 않은 코스모스와 잡초들이 어지럽게 시들어가고 있다. 공사를 하고 있는 자취가 보이는데, 최근 얼마동안은 공사도 중단된 듯하다. 상당히 넓고 큰 절인데 사람이 하나도 없고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을씨년스런 느낌이 든다. 절 마당 가운데는 배롱나무를 비롯한 잘 가꾼 정원수들이 서있다.
대웅전 오른쪽 뒤에 꽃이 핀 듯한 푸른 나무가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잎 모양은 마치 동백나무를 닮았는데, 옅은 분홍색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이 늦은 가을에 활짝 핀 꽃이라니, 무슨 꽃인지 궁금하였다. 이 나무 옆에는 안개꽃을 닮은 꽃을 피운 나무가 서있다. 마치 솜처럼 생긴 흰 꽃인데, 나무 전체가 허연 밀가루를 덮어 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여하튼 늦은 가을에 활짝 핀 꽃을 보다니 무슨 행운이 따를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흰 꽃이 핀 나무는 ‘은목서’라고 하는데, 남쪽 지방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 한다.
다음은 나로우주센터이다.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센터로서 2009년에 준공되었다. 여기서는 얼마전 누리호를 발사하였으나, 아쉽게도 완전 성공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곳은 외나로도로서 이 섬은 고흥반도의 끝에 마치 긴 꼬리 같이 붙어있다. 우주센터의 부지 총면적은 약 550만 평방미터라고 하니 150만평이 넘는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좀전에 다녀온 능가사가 고흥반도의 중간쯤에 있는데, 나로우주센터는 고흥군의 맨 끝자락에 있다 보니 능가사를 출발하여 거의 5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다. 내비가 인도하는대로 도로를 이리저리 따라가다보니 외나로도로 들어가는 연육교가 나온다. 우주센터와 연결된 도로와 다리이기 때문에 도로도 아주 넓고 다리도 웅장할 것으로 상상하였으나, 별 특징이 없는 평범한 콘크리트 다리이다.
우주센터가 위치한 섬 이름이 외나로도이고 또 로켓을 발사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나는 외나로도가 민가는 거의 없는 아주 외진 고도(孤島)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주센터 외에는 인가나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고립된 그런 지역으로 상상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과거부터 외나로도는 어업의 전진기지로서 꽤 붐볐던 섬이라 한다. 가다 보니 제법 큰 시가지도 보이고 거기엔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상가, 음식점, 노래방 등 다양한 상업 및 서비스 업체들이 들어서 있었다.
나로우주센터의 우주과학관에 도착하였다. 3채의 건물로 이루어진 나로우주센터 과학관이 있고, 그 앞의 넓은 광장에는 로켓 조형물이 우뚝 서있다. 광장 앞은 남해바다이다. 광장에 서있는 로켓 조형물은 어떤 로켓을 모델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는 상당히 컸다. 높이가 거의 20미터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주과학관과 그 앞의 광장은 우주센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다. 우주센터 직원들이 연구를 하는 건물은 아마 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격한 보안과 통제를 필요로 하는 시설이라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 개의 건물 가운데 중앙에 있는 건물이 우주과학관이며, 왼쪽 건물은 돔영상관, 오른쪽 건물은 관람객들의 휴게 장소로서 카페 등이 입주해있다. 우주과학관으로 들어갔다. 과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높이가 3미터 정도 되는 철제로 된 기계가 전시되어 있다. 바로 로켓 엔진이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전시관에는 로켓을 발사할 때 고려해야 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로켓을 발사하기 위한 기상환경, 행성의 움직임, 태양계의 모습 등과 함께 다양한 모양의 운석 등도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그동안 우리나라가 걸어왔던 우주를 향한 발자취에 대해서도 전시하고 있다.
이어 전시관을 옮겨 가면 관람을 한다. 위성과 우주에 관한 전시물, 로켓을 발사하기 위한 기술, 세계의 로켓 발전사 및 우주 탐험의 역사 등 다양한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와 아울러 세계 각국이 위성을 쏘아 올림으로서 초래된 우주 쓰레기 문제, 우주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도시, 우리 위성이 촬영한 지구 사진,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등의 과학 이론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내게 우주센터 전시관에 대해 내게 평가를 하라면 한마디로 실망이다. 전시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다. 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는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감동보다는 사람을 자꾸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뉴턴에 대한 소개 코너에서는 3개의 뉴턴의 운동법칙을 수식으로 표시하고 있을뿐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다른 전시물도 소재가 우주와 관련된 것이다 뿐이지, 전시 방식은 그냥 평범하였다. 동영상을 통한 전시도 많은데, 대부분 화면이 매우 어둡고 칙칙하였다. 디지털 TV의 선명한 화면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이러한 화면이 답답하게만 여겨졌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관을 만들 때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이벤트나 전시 기법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충분히 활용하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전시가 가능할 것이다. 전시관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과학자보다는 오히려 이벤트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10년간 우리나라는 170개 정도의 위성을 쏘아 올리고, 그 가운데 40개는 국내 기술로 발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2030년에는 달 탐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인공위성 발사 수요가 많으니까 이를 국내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것에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달 탐사를 하고, 나아가서는 더 먼 우주탐사를 하려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의문이 간다. 이 계획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결국은 이를 국민이 부담하여야 한다. 달 탐사나 그 이상의 우주 탐사계획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