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 c) 백리섬 섬길을 거쳐 여수로
오전 내내 맑던 하늘은 우주센터에 가면서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간간이 비가 뿌린다. 이 며칠은 정말 날씨가 변덕스럽다. 이제 여수로 간다. 여수는 최근 몇 년간 몇 번인가 다녀왔고, 지난봄에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수로 간다기보다는 “여수로 가는 길”을 즐기러 가는 것이다. 즉, 여수가 목적이 아니라 여수 가는 길이 목적이다. 고흥에서 여수로 가는 길은 옛날 같으면 고흥반도에서 다시 남해 고속도로 쪽으로 나가 순천을 거쳐 여수반도로 들어가야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있는 섬과 섬을 잇는 연육교와 연도교가 건설되어 바다를 가로질러 여수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섬과 섬을 연결하여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를 잇는 이 길을 <백리섬 섬길>이라 한다. 백리섬 섬길이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현재의 다리만으로도 고흥반도에서 여수반도까지 바다 위로 자동차를 달려 건너갈 수 있다.
14. 팔영대교와 백리섬 섬길
백리섬 섬길은 여수를 중심으로 건설되어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여수가 고흥보다는 큰 도시이다 보니 백리섬 섬길에 대해서는 대부분 여수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수를 중심으로 보면 여수의 돌산도에서 고흥군까지 섬과 섬을 건너는 11개의 해상 다리로 연결된다. <백리섬 섬길>이란 이름은 여수와 고흥 간의 거리인 100리 길을 섬과 섬을 잇는 바닷길이란 의미에서 붙였다고 한다.
<백리섬 섬길>을 연결하는 11개의 다리는 2028년에 모두 완공될 예정이라 하는데, 현재 건설된 다리는 팔영대교, 조화대교, 둔병대교 등 7개이다. 그래서 지금은 고성반도에서 돌산도까지 바로 가진 못하고 고성반도에서 여수반도로 건너가 여수시내를 거쳐 돌산도로 가야 한다.
우주센터를 나와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간다. 그리고 팔영산 근처까지 와 갈라진 길에서 똑바로 가면 오전에 갔던 능가사가 나오고 오른쪽 도로로 가면 팔영대교가 나온다. 팔영대교부터 백리섬 섬길이 시작된다. 팔영대교는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현수교인데 왕복 2차선 도로이긴 하지만 다리의 폭이 상당히 넓어 보인다. 다리 아래로 한려수도의 푸른 바닷물이 펼쳐져 있으며, 바다 저 멀리까지 섬과 섬이 겹쳐 환상의 경치를 이루고 있다. 다리 가운데에서 내려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그럴 만한 곳이 없다. 차들이 통행하는 1차선 도로 다리 위에서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리를 건너니 오른쪽에 전망대를 겸한 교량 관리사무소가 있다. 내려서 팔영대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다리 옆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닷바람이 차다. 다시 차를 타고 달린다. 팔영대교를 건너면 적금도, 그리고 적금대교를 건너 낭도, 둔병도, 조발도의 4개의 섬을 거치면 마지막 조발ㆍ화양대교를 거쳐 여수반도로 들어간다. 이렇게 4개의 섬을 거쳤지만, 도로를 달리면서 그냥 몇 개의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어디가 무슨 섬이고, 또 몇 개의 섬을 거쳤는지 운전할 때는 잘 알 수도 없었다. 아름다운 길이고 보면 중간중간에 휴게소나 전망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거의 없고 몇몇 곳에서 휴게소 및 전망대 조성공사를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저녁 잘 곳을 찾아야 한다. 숙박 앱으로 적당한 모텔을 예약하였다.
15. 여수 제일시장
여수 시내로 들어섰다. 숙소를 향해 바닷가 옆 도로를 따라간다. 바닷가에는 곳곳에 바다를 내려다보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푸른 바다 옆에 하얗게 늘어선 고층 아파트는 장관이다. 여수는 언제 와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바닷가 도시라면 동쪽에는 통영, 서쪽에는 여수를 꼽고 싶다. 그런데 통영에는 바닷가에 고층 아파트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여수는 정말 많다.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주위의 경치와 환경은 좋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숙소는 여수 구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는 모텔이다. 예약 앱에서 본 사진으로는 아주 잘 지은 건물에다 방도 훌륭하게 보였으나, 실제로는 꽤 낡은 건물인 데다 방도 아주 좁다. 큰 침대 한 개와 옆에 보조 침대가 한 개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빈 공간은 거의 없다. 역시 사진빨은 믿을 게 못된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뭔가 먹어야 한다.
전라도 쪽 특히 목포와 여수 등 바닷가 도시는 백반이 먹을만하다. 이제까지 목포나 여수에서 백반 집에 가서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도를 보니 바로 근처에 제일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에 가면 싸고 맛있는 식당이 많다. 제일시장은 몇 개의 시장이 합쳐진 것으로서 꽤 크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시장 구경을 한다. 그런데 식당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순댓국집이나 소머리국박집 등이 몇 개 보이는데, 여수까지 와서 그런 걸 먹을 필요는 없다.
집사람이 밥을 가져온 게 있으므로 적당한 것을 사 가지고 가서 숙소에서 먹자고 한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러기로 했다. 바닷가 도시에 있는 시장이라 그런지 회를 파는 곳이 많다. 그때 눈에 띄는 것이 ‘병어회’이다. 나는 병어회를 좋아하여 작년부터 여행을 할 때마다 병어회를 찾았으나, 한 번도 먹어보질 못했다. 요즘은 회를 파는 곳에서는 대부분 활어회를 취급하기 때문인지, 병어회를 파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 부산, 통영, 사천, 변산, 영덕, 울진 등 여러 곳 수산시장에 가보았지만 병어회는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가게마다 병어회를 팔고 있다.
한 접시에 2만 원인데 양이 엄청나다. 전라도 쪽은 대체로 음식은 푸짐한 대신 값은 비싸다. 경상도 쪽은 싼 대신 좀 부실한 느낌이 있고. 반 접시면 딱 좋겠는데 어쩔 수 없이 한 접시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소주와 맥주를 곁들이며 병어회를 먹는데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집사람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나도 억지로나마 계속 먹었으나 결국은 포기, 1/3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