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 a) 가지산 보림사와 장흥댐
일어나자마자 먼저 일기예보부터 확인하였다. 어제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해서이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좋다고 하는데, 대신 기온은 상당히 낮을 것이라 한다. 오늘은 휴양림을 떠나는 날이다. 고흥으로 가서 나로우주센터로 갔다가 백리섬 섬길을 거쳐 여수로 갈 예정이다. 오늘 첫 행선지는 보림사이다.
휴양림 매표소를 나와 휴양림 입구 도로까지는 약 6킬로 정도 된다. 좁은 산길로 된 이 도로는 시속 20킬로 미터 이하로 거의 기어가다시피 통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길을 내려오는 데에만 거의 20분 가까이 걸린다. 휴양림 입구에 큰 휴양림 안내판이 서있고, 그 옆에 <인천 이 씨 재실 수정제>라는 작은 안내판이 서있다. 어제 이 안내판을 봤더라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수정제를 둘러보았을 텐데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
보림사는 통일신라 말기인 9세기 중반에 창건된 사찰이다. 이 절은 과거에는 대사찰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대부분의 전각들이 불타고 천왕문, 사천왕 등 소수의 문화재만 남았다고 한다. 현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건물은 비교적 최근에 중수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각은 비록 최근에 지은 것이 많지만 오래된 유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림사 삼층석탑과 석등, 그리고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밖에도 여러 점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 보림사에 대해서도 나나 집사람 모두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는데, 이렇게 유서 깊은 절인지는 몰랐다.
보림사는 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도로 옆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이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가지산 보림사>란 현판이 걸린 문이 나온다. 이 문이 보림사의 일주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일주문이라면 절로 향하는 길 가운데에 담장은 없이 문만 서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문은 담장과 연결되어 있는 문이다. 보림사는 가지산의 산 아래 평평한 곳에 세워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터에 여러 전각들이 넉넉히 자리 잡고 있다. 절 마당 한쪽에는 붉게 물든 단풍나무와 노란 은행나무가 서있다.
넓고 평평한 곳에 자리 잡은 절집들을 보노라면 항상 넉넉한 느낌이 든다. 보림사도 바로 그러한 유형의 사찰이다. 대웅전 뒤는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지만 절터에는 평평한 땅 위에 이곳저곳에 절집들이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중심건물에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니 이곳은 화엄종 계열의 사찰인 것 같다. 절 마당 여러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건물들은 단풍나무를 비롯한 잘 관리된 나무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전에는 평일에 지방에 있는 사찰에 오면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오늘 이곳에는 밖에 몇 대의 관광버스가 서있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들 수학여행인 것 같기도 한데, 여하튼 많은 관람객들이 절 이곳저곳을 관람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접어들면서 여행도 많이 활성화되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날씨는 아주 맑지만 공기는 차다.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어서 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전체를 관람하고 싶지만, 추위에 살짝 감기기가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보림사는 이 정도로 마치는 것이 좋겠다.
장흥댐은 탐진강에 만들어진 댐이다. 탐진강이란 이름의 강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영암군, 장흥군, 강진군을 거쳐 남해로 흐르는 강으로서 길이는 50킬로 조금 넘는 정도이다. 강이라면 한강, 낙동강, 금강 등과 같이 으레 몇백 킬로미터는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여 있는데, 길이 50킬로미터의 강이라니 얼른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장흥댐은 다목적 댐으로서 총저수량은 2억 톤 정도라 하니 소양호(29억 톤), 대청호(14억 톤), 안동호(13억 톤)에 비한다면 규모가 작은 호수이다. 길이가 50킬로밖에 되지 않은 작은 강을 막아 만든 호수이다 보니 규모가 작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장흥댐 옆에는 수자원공사(K-Water)의 관리 건물이 있고, 그 건물 안에는 <장흥댐 물 문화관>이 있다. 공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바로 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그런데 아쉽게도 댐으로의 입장은 금지되어 있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강해 입장이 가능하다 해도 별로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장흥호의 물은 저 멀리 보이는 산과 산을 맴돌면서 푸르게 차있다. 댐 경치를 잠시 둘러보고 물문화관으로 갔다. 그런데 물 문화관은 문이 닫혀 있다. 입구에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폐관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이제 위드 코로나 체제로 들어갔는데, 문화관을 오픈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관을 오픈하면 직원들에게 이래저래 귀찮은 일들이 생긴다. 직원들로서는 관람객들이 오면 싫든 좋든 그들의 뒷바라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를 핑계로 귀찮기만 한 문화관을 닫아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부정할 수 었다.
장흥 관광은 이제 이것으로 끝이다. 다음은 고흥반도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