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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02. 2022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종전(終戰)이 최우선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약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전까지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으로서 정부의 주요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방송계 및 연예계 인사들을 등용하였다고 세계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받던 사람이다. 그런 이해할 수 없는 국정운영이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랬던 그가 해외도피를 권유하는 미국의 권고를 거부하고 끝까지 고국에 남겠다는 결의를 보임으로써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지지는 물론 세계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확실히 그는 국가의 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도주한 다른 지도자들과는 다르다. 얼마전 아프간 대통령은 막대한 돈을 가지고 국가를 버리고 도주한 사실을 목격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인사들이 소위 "국부"라고 떠받드는 어떤 대통령은 전쟁이 나자 서울 시민을 버리고 혼자 대전으로 도주한 후, 거짓 방송으로 끝까지 남아 서울을 사수하고 있다고 국민을 속이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확실히 평가할만 하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직접 전투기를 몰고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의 우주선을 공격하여 폭파시키는 미국의 휘트모어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조국에 침략해온 적과 끝까지 항쟁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고 해서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가 얼마전까지 세계로부터 받던 아마추어적 국정운영이란 비판은 철회되어야 할 근거가 없다. 그가 소련에 대항하여 결연한 자세를 취한다고 해서 과거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시작되어 적지 않은 난민이 발생하였고 많은 사상자도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전쟁이 계속되는 한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희생이 따를 것이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대적 지원을 함으로써 러시아도 앞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겠지만, 아무리 때리는 주먹도 아프다고 해서 그 주먹에 맞는 사람의 고통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러한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자신이 총을 드는 것보다 우크라이나가 처한 국제 정치적, 군사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젤렌스키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걱한다.


요즘은 젤렌스키를 비판하면 당장 러시아를 옹호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게 아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때의 외적의 침략에 대한 대응이 무능했던 조선의 왕과 조정을 비판하는 것이 어떻게 일본이나 청의 침략을 옹호하는 말이 되는가? 러시아의 침략행위는 마땅히 규탄받아야 하겠지만, 젤렌스키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로서 러시아란 "위험 요인"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젤렌스키는 위험요인의 관리에 무능을 보였다는 것이다.


서방세계는 "정의"를 위해 러시아라는 "악"과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게 군사적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로서는 왜 자신들만이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성원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하여 대신 싸우고 대신 죽어주는 것은 아니다. 싸우고 죽는 것은 결국 우크라이나인들이다. 서방이 무기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어떤 무기들인지 모르겠다. 그 무기들이 러시아의 신예 전투기나 폭격기, 미사일, 탱크에 대항할 수 있는 그런 무기일지 모르겠다. 나토의 직접적인 참전이 아닌 이상 우크라이나 지원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군 입대가 쇄도하고 시만들은 민병대를 조직하여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훈련되지 않은 급조된 군대나 민병대가 잘 훈련된 정규군과 전투를 벌인다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런지는 너무나 뻔하다. 러시아 탱크에 대응하여 화염병을 만드는 시민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말이 그렇지 화염병으로 어떻게 탱크에 대항한다는 말인가. 러시아도 이번의 도발로 적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푸틴에 대한 반대여론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전쟁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러시아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나의 생각에 대해 침략자에게 굴복하라고? 악과 타협하라고? 당장 이런 비판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대신 싸워주지 않을 거면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나보다 엄청 센 깡패를 마주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함께 싸워 주지도 않으면서 주위에 둘러서서 "물러서면 안돼", "끝까지 싸워", "나쁜 놈한테 지면 안돼"하고 응원하면 나는 어떤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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