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9) 팍세의 대표적 문화유산 작은 앙코르와트 왓푸 사
여행을 떠난 후 한국에서는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와 마음이 무겁다. 조금 전에는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여 100명이 넘는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다. 여행기를 쓰는 것도 부담스럽다. 많은 꽃다운 젊은이들이 스러져 갔는데 한가하게 놀러 다니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집사람의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심해진다고 한다. 이 상태로 여행은 무리이므로 하루 더 팍세에 묵기로 했다. 마침 호텔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제법 규모가 큰 종합병원이 있다. 아침 식사 후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한적하며, 마치 우리나라 1960년대 병원을 연상시킨다. 환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호텔에서 이리로 걸어오던 도중 약국은 서너 개 정도 발견했는데, 병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병원보다는 약국을 이용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수납을 한 후 의사의 진찰을 받기 위해 진료실로 들어갔다. 내가 중간에서 집사람과 의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했다. 의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영어를 쓰다가 구글 번역기를 쓰다가 하면서 겨우 뜻은 전달된다.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잠시 후 의사를 만나니, 일반적인 설사라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5일 정도 약을 먹으란다.
병원 안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받았은데 정말 한 보따리이다. 약의 종류가 대여섯 개가 되며, 그중 둘은 1회 복용량이 믹서 커피 분량의 2배 정도는 된다. 병원비는 약값, 검사비 포함해서 우리 돈으로 4만 원 정도이다.
병원에서 약을 받아와서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한국에서 지어온 배탈약을 먹을지 아니면 이곳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을지 선택의 문제이다. 아무래도 의료 수준은 한국이 높겠지만, 이쪽에서 흔한 병은 오히려 이쪽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팍세에 머물게 되었지만, 남는 시간 관광이나 하기로 했다. 그런데 라오스에서는 그랩이 안된다. 대신 그랩과 유사한 '로카'라는 앱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로카 앱을 스마트 폰에 깔려고 하는데, 마지막 단계인 인증번호 입력이 안된다. 몇 번 시도하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였다. 여긴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택시나 툭툭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보이더라도 매번 가격 흥정을 해야 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호텔을 통해 오토바이를 렌트하였다. 시중 가격의 거의 3배인 13불이다. 대신 아주 새 차에다가 작동 방식이 디지털화된 좋은 오토바이이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는 도리어 성가시다. 시동을 거는 절차, 안장 밑 수납공간 여닫기 등이 모두 복잡하다. 키 하나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아날로그 방식이 훨씬 편리하다. 겨우 작동법을 대충 익힌 후 팍세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왓푸> 사원에 가보기로 했다. 왓푸 사원은 이곳에서 5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익숙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이라 과속은 금물이다. 시속 40킬로 정도의 속도로 메콩강을 따라 난 도로를 달렸다. 가는 중간에 유료도로가 몇 번 나오는데, 오토바이는 통행료를 내지 않는 것 같다. 매표소를 돌아 통과하는 다른 오토바이를 따라 나도 매표소를 우회해 갔다. 오후 4시가 지나 어느덧 해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중간에 돌아갈까 생각했으나 그동안 달려온 거리가 아까워 계속 갔다.
오후 5시 무렵 되어 겨우 왓푸 사원에 도착했다. "작은 앙코르와트"라고 불리는 이곳은 크메르 제국의 유적으로서 힌두교 사원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앙코르와트와 비슷한 모습의 2개의 사원 건물이 서있다. 오후 5시가 넘어 이제 관광객들이 모두 돌아가려 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사원을 관람하고 싶었지만, 오토바이를 주차 모드로 한 후, 다시 시동을 걸 자신이 없다. 어떡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근처 마을에 사는 소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그냥 유적지 안으로 쑥 들어간다. 애라 모르겠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사원 바로 아래의 공터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원들을 둘러보았다. 천년이란 긴 세월 탓인지 많이 허물어져 있다. 건축 양식은 앙코르와트와 비슷한 것 같다. 사원 벽에는 정교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해가 지고 있어 더 이상 여기 머무를 수는 없다. 왓푸 사원을 뒤로하고 팍세를 향해 돌아온다. 금방 주위가 깜깜해진다. 밤에 하는 운전이라 더욱 조심스럽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왔는데 팍세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보려는데, 아뿔싸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와이파이 도시락의 배터리가 모두 소진된 것 같다. 와이파이 도시락과 보조배터리를 안장 밑 수납공간에 넣어두었는데, 아무리 해도 그 뚜껑을 못 열겠다.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주위는 칠흑 같은 밤이며 인가도 없다. 일단 30분쯤 더 달려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달리니 저 멀리 팍세로 들어가는 다리의 불빛이 보인다. 오늘은 나의 양력 생일날이다. 68번째 생일날 경험한 반나절 동안의 모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