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0) 여행의 기로
집사람이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힘이 들어서 더 이상 여행을 못하겠다는 거다. 거창하게 세웠던 내 계획은 일순 산산조각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앞으로 3주를 더 여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곳 팍세에서 여행이 중단된다니 정말 김이 팍 센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지금 머물고 있는 이곳 팍세는 교통사정이 열악한 라오스에서도 사각 지역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한국으로 가려면 수도인 브옌티안으로 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거나, 아니면 태국 방콕 혹은 베트남 다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세 곳 모두 이곳에서 버스로 12시간가량 가야 한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비옌티안에서는 한국으로 가는 직항 편이 없다. 경유를 거쳐 거의 만 하루가 소요되는 스케줄이다. 할 수 없이 베트남 다낭으로 가기로 했다.
호텔 직원에게 다낭행 차표에 대해 물어보니 정확히 잘 모르는 눈치이다. 내가 버스 터미널로 가서 시간표를 확인해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고 속 편하다 싶었다. 어제 렌트했던 오토바이 반납 시간이 아직 남아있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 그런데 와이파이 도시락이 먹통이다. 인터넷이 안되니 구글 지도를 이용할 수가 없다. 무작정 한 시간 정도 시내를 돌아다녔지만 버스 터미널을 찾을 수 없다. 한창 헤매던 중 인터넷이 연결되어 겨우 터미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긴 우리나라와 같이 종합 터미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마다 작은 터미널을 갖고 있다. 게다가 문제는 터미널에 버스 운행 스케줄 표가 붙어있지 않는 거다. 두 번 만에 겨우 다낭으로 가는 버스 회사를 찾았다. 창구직원에게 물어보았지만 영어는 전혀 안 통한다. 몇 명을 거쳐 겨우 영어를 한다는 직원이 나온다. 그렇지만 문장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다.
대화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나: 다낭 오케이? (여기서 다낭 가는 버스 있어?)
직원: 노(없어)
나: 투데이 노, 투머로 오케이?(오늘은 없지만 내일은 있어?)
직원: 투머로 오케이(내일은 있어)
그런데 예약에 관해 더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다. 일단 회사 이름을 알아놓고 호텔로 돌아왔다.
집사람이 한식을 먹고 싶단다. 오전에 버스 터미널을 찾는다고 돌아다니면서 <대장금>이란 상호의 한식당에 들러 터미널 위치를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 식당을 찾아갔다. 간판에는 이영애의 사진이 크게 붙어있었다. 짜장면, 양장피까지 포함하여 50개가 넘는 메뉴가 있었다. 나는 제육볶음 덮밥, 집사람은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막걸리는 5만 낍(4,500원), 소주는 4만 낍(3,600원)에 팔고 있었다. 종업원 두 사람은 모두 라오스 여자였는데, 사장이 한국인인지는 모르겠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이런 우연이 있나! 돌아가는 길에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청년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얼굴을 드러내는데 보니 시엔립에서 시판돈까지 함께 차를 타고 갔던 한국인 청년이다. 오토바이를 렌트해 한 달 반 동안 라오스를 여행할 계획인데, 방금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라 한다. 부럽다. 나도 그러고 싶다.
호텔로 돌아와 이곳 팍세에서 다낭까지 가는 버스 여행기를 검색해보았다. 하나를 찾았는데, 그 글에 따르면 예약할 때는 슬리핑 버스라 했는데, 막상 버스를 타니 미니버스라 한다. 그러면 곤란하다. 슬리핑 버스는 화장실이 있지만, 미니 버스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설사가 완쾌되지 못한 집사람으로서는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아래서 내일 새벽에 출발하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이곳에 하루를 더 있기로 하였다.
저녁에는 집사람이 또 컵라면을 사달란다. 이곳 편의점에 가면 진열대의 반은 한국 식품이다. 신라면, 열라면, 왕뚜껑, 오뚜기 카레 등등 ‘날리면’ 빼곤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