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2b) 비엔티안 시내 관광
다음엔 씨 사켓 사원이다. 사원은 넓은 길에 접해 있는데, 그 넓은 길의 끝에는 넓고 좋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궁이라 한다. 그런데 경비 요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씨 사켓 사원은 대통령궁 길 건너편에 있다. 비엔티안을 대표하는 사원이라 하는데, 요 며칠 동안 방문한 동남아의 다른 사원과 크게 차별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좀 더 화려하고 밝은 느낌이다.
사원 안쪽에는 라오스 국립박물관이 있다. 입장료는 내국인 5,000낍, 외국인 30,000낍으로 외국인 입장료는 내국인의 6배이다. 박물관은 그다지 넓지 않은 담장 안에 건물이 한 채 들어앉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담장 안쪽에는 불상들이 열을 지어 전시되어 있다. 어떤 유물인지 설명이 전혀 없어 알 수가 없다. 그다지 오래된 유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박물관 한가운데 있는 건물에는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지 들여다보았는데, 불당이다. 우리로 치면 대웅전에 해당하는 건물로서 씨 사켓 사원의 중심 건물이 아닐까 짐작해 보는데, 아무런 설명이 없으니 알 길이 없다. 날씨가 덥고 햇빛이 강렬하니 지친다. 걸어서 돌아다니기 힘든다.
내가 본 비엔티안은 어떤가? 아기자기한 문화유산은 풍부하다. 그러나 감동을 받을만한 인상적인 것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비엔티안은 볼 것이 많다는 주장과 볼 것이 없다는 주장 둘 다 일리가 있다.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별로 더 관광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호텔로 돌아와 저녁까지 쉬기로 했다.
어두워지자 비엔티안 명물이라는 메콩강 야시장에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약 2킬로 정도 되는 거리라 툭툭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호텔 앞을 지나는 툭툭이에게 물어보니 10만 킵을 내란다. 1만 5천 킵 정도가 적정 가격이라 생각되지만 흥정하기가 피곤해서 4만 킵 정도 주고 갔다. 야시장은 아주 큰데 대부분 옷을 비롯한 공산품을 팔고 있었다. 크게 볼 것은 없었다.
규모는 상당히 컸다.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도 메콩강 가에 위치한 야시장에 간 적이 있었지만 이곳 비엔티안의 야시장은 프놈펜 야시장의 몇 배가 되는 것 같았다. 도시 규모는 프놈펜이 훨씬 더 큰데 야시장만은 비엔티안이 압도적으로 더 크다. 메콩강 둑 아래 고수부지에는 새로 지은듯한 많은 고정형 상가건물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들어서 있다. 그런데 한두 곳만 문을 열고 나머지는 모두 닫은 채로 있다. 노점 중심의 야시장을 이곳 건물형 야시장으로 이전시키려는 공공기관의 정책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그렇지만 고객들은 기존의 야시장에만 몰리고 있다.
메콩강 제방 위로 올라갔다. 넓은 제방길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조깅을 즐기는 사람, 온 가족이 함께 나와 바람을 쐬는 사람 등 우리나라 한강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방길을 걷다 보니 큰 레스토랑이 보인다. 그곳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하였다.
내일 아침 방비엥으로 가야겠다. 비엔티안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택시비 흥정을 하는 것이 제일 스트레스이다 보니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하노라면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지극히 평범한 행복을 깨닫게 된다. 내가 한국에서 인도 위로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일, 푸른 신호등에 따라 횡단보도를 통해 안전하게 길을 건넜던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던가를 실감하게 된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도시의 거리를 걸어보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든다. 도로에 인도가 없는 곳이 많고, 인도가 있더라도 대부분 주차 차량과 오토바이, 아니면 주위 점포가 인도를 완전 점령하고 있다. 인도로 보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차도를 걸을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그렇게 신경을 쓰며 시내를 걷다 보면 몸의 피로보다도 신경이 곤두서 몸은 파김치가 된다.
도로를 건너는 일은 거의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다. 횡단보도도 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신호등도 없다. 설령 신호등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존중하는 운전자는 없다, 오토바이 군단은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번화가에서 나 같은 사람이 길을 건넌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현지 시민들이 길을 건널 때 그 옆에 바싹 붙어 그 사람을 방패 삼아 건널 수밖에 없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다. 맘 편히 길을 걷고, 부담 없이 도로를 건너 갈 수 있다는 것도 바로 소확행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에 대해 "니가 암만 그래도 우린 길에서 깔려 죽는 사람은 없다."라고 동남아 사람들이 볼멘소리를 하면, 거기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