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말티고개휴양림(2)

(2021-03-04) 말티고개와 상주 경천섬

by 이재형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숲 공기가 상쾌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이곳에만 있을 수는 없다. 김과 풋고추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먼저 말티재 전망대로 갔다.


자동차로 말티고개를 올라가면 길 꼭대기에 작은 터널이 있는데, 이 터널 위쪽은 옛 삼년산성이다. 삼년산성 문을 증축하여 <자비 성>(紫悲城)이란 이름의 성문을 만들어 놓았다. 이 성문 아래로 자동차 터널이 지나고 있다. 전망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성문으로 들어간다. 성문 안쪽은 카페와 기념품점이다. 삼년산성과 자비 성문은 잘 연마된 회색 화강암으로 건축되었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마치 마분지로 만든 종이 성처럼 보인다. 좀 투박한 화강암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페를 지나가면 바로 말티재 전망대가 나온다. 나무로 만든 전망대이다. 전망대를 오르니 말티고개가 발아래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곳에 작은 회랑 모양의 발판이 있다.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는 나로서는 좀 무서웠으나 끝까지 가서 말티고개를 내려다보았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다. 굽이굽이 치는 언덕길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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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보은군은 법주사를 제외하면 크게 가볼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가까운 상주시에 가기로 했다. 상주시는 낙동강이 지나가는 곳이다. 낙동강은 대구 옆으로도 지나간다. 그렇지만 나는 낙동강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어릴 때는 대구 옆에 있는 강창 유원지 등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부산 가는 길에 기찻길 옆에 펼쳐지는 낙동강 등을 몇 번 본 것이 전부이다. 상주도 처음 가본다.


상주에서는 <경천섬>이란 곳이 좋다고 한다. 경천섬은 낙동강 가운데 있는 섬이다. 말티재에서 40분 정도 달리니 경천섬이 나온다. 낙동강변에 여러 채의 한옥이 들어서 있다. 드라마 <상도>의 촬영지라 한다. 강변은 잘 정비되어 있다. 새로 건설한 듯한 현수교가 보인다. 경천섬으로 연결된 인도교이다. 인도교는 나무로 되어있어 걷기가 아주 좋다.


경천섬은 꽤 넓은 섬으로서, 섬 전체가 시민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상주시는 인구 10만에 조금 못 미치는 도시인데, 이 정도의 좋은 공원을 갖고 있다니 대단하다. 경천섬을 이곳저곳 산책하다가 다시 인도교를 건너 돌아왔다. 많이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바나나와 사과로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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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상주 임란 북천 유적지>로 갔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관군과 의병이 힘을 합해 북상하던 왜군과 싸운 곳이다. 천명이 안 되는 조선군이 17,000명의 왜군과 맞서 싸웠으나, 크게 패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였다한다. 비록 패배하였지만 임진왜란 개전 후 처음으로 대항다운 대항을 하였다는 의의가 있는 전투였다고 한다. 사당을 포함한 여러 한옥 건물과 함께 지사들을 기리는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임진왜란은 400년도 이전의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 아무런 방어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조선에 거의 15만이나 되는 정예 왜병이 침략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약탈과 살육을 저질렀다. 침략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은 편하게 병사했지만, 가문은 결국 멸문을 당했다. 사필귀정이라 해야 하나.... 하여튼 슬프고 억울하고 또 부끄러운 역사이다.(부끄러운 역사란 것은 나라가 위기에 처한 전란 속에서도 서로 자기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상잔을 반복한 것을 염두에 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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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임란 북천 유적지

다음은 상주 중앙시장이다. 상주 시내 중심지에 있는, 상주에서는 제일 큰 전통시장이다. 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장으로 들어가니 한산하다. 코로나 탓인듯하다. 장날이 되면 좀 더 붐빌지 모르겠다. 상주는 곶감이 유명하다. 시장 이곳저곳에 곶감 판매라는 표시를 해둔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정작 과일 가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옷 가게도 곶감 판매, 과자 가게, 그릇 가게도 곶감 판매란 쪽지를 붙여놓았다. 곶감 가게를 하다 망해서 가게를 넘겼나?


과자가게에 들어가 어디서 곶감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자기네도 팔고 있단다. 알고 보니 이곳 가게들은 업종에 관계없이 모두 안쪽에 냉장창고를 갖추고 곶감을 판매한단다. 곶감 한 자루를 샀다.

차를 출발하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바로 휴양림으로 향했다. 비가 오니 휴양림 산책은 포기해야 한다. 뜨끈한 방바닥에 앉아 TV를 보거나, 태블릿 PC로 영화나 봐야겠다. 휴양림 통나무 집은 다 좋은데, 기댈 곳이 없어 불편하다. 의자가 없어 벽에 기댈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앉고 서기가 힘들어지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어쩔 수가 없다. 벽에 기대 태블릿 PC로 영화 <어벤저스> 1, 2, 3편을 모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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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창문 밖이 하얗다. 눈이 온건가 해서 깜짝 놀라 일어나니 안개다. 짙은 안개로 멀리까지 보이진 않지만, 밤새 내린 봄비에 젖은 숲 공기가 더없이 상쾌하다. 감기 기운이 조금 있어, 아침을 먹고 바로 집으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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