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말티고개 휴양림(1)

(2021-03-03) 속리산으로

by 이재형

집 주위 산책을 제외하고는 올해 들어 첫 여행이다. 한 달쯤 전에 <속리산말티고개 자연휴양림>을 예약해두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이곳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자연휴양림을 검색하다 보니 연박이 가능한 곳이 여기뿐이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쯤 세종시 집을 출발하였다. 속리산은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1970년 6월, 난생처음으로 경상도를 벗어나 봤고, 그곳이 바로 속리산이었던 것이다.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역으로 와서, 대전역에서 밤을 보낸 후 버스로 속리산으로 갔다. 2박 3일의 등산 후 귀갓길에 신발 밑창이 달아나 바닥은 없고 뚜껑만 있는 신발을 신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먼저 속리산 법주사로 가기로 했다. 법주사는 세종시에서 가깝기 때문에 세종시로 내려온 이후 종종 찾았다. 여러 번 가도 여전히 좋은 사찰이다. 법주사가 가까워지자 길 한쪽으로 <정이품송>이 보인다. 고등학교 때 처음 보았을 때는 완전한 파라밋형이었는데, 지금은 늙은 탓인지 한쪽은 온전하지 못하다. 여러 개의 지주대로 받쳐져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지팡이를 짚고 선 노인처럼 보인다.


집을 출발한 지 한 시간 남짓 걸려 법주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법주사에 들어가니 법주사 명물인 대불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옛날엔 이 대불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지금도 그런가? 시멘트 불상에 황금칠을 입힌 것인가? 가까이 가서 안내판을 보니 벌써 20년도 더 전인 1990년대 중반에 청동으로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시멘트 불상은 너무 싼티가 난다. 그런데 이건 사람의 생각이고, 부처님은 자신의 상을 값싼 재료로 만드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속세의 욕심을 버린 부처님이라면 비싼 청동 불상보다 오히려 값싼 시멘트 불상을 더 반길지도 모르겠다.


법주사에는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 등 3종의 국보와 다수의 보물이 있다. 이곳에 올 때는 이른 봄꽃을 기대하였지만, 꽃은 보이지 않고 앙상한 가지들 뿐이다. 그렇지만 졸졸 흐르는 맑은 계곡물소리는 봄이 가까웠음을 알려준다. 코로나에다 평일이라 관람객이 거의 없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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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좀 이르지만 자연휴양림으로 가기로 했다. 법주사로 가는 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옛 길인 말티고개 길이고, 다른 하나는 평탄한 길이다. 고등학교 때 버스를 타고 법주사로 간 길이 바로 말티고개를 통해서인데, 그때는 세상에 어디 이런 길이 있나고 생각했다. 오늘 법주사로 올 때는 평탄한 길로 왔는데, 휴양림은 말티고개 아래에 있기 때문에 말티고개를 내려가야 한다.


말티고개를 다 내려가니 제법 큰 저수지가 나온다. 자연휴양림은 저수지를 끼고 좁은 산길로 올라가면 된다. 휴양림 입구에서 입실 절차를 마친 후 예약한 통나무집으로 올라갔다. 휴양림 입구에서 가파른 산길로 1킬로 정도 올라가 제일 끝에 있는 통나무집이다. 3인용으로 빌렸기 때문에 방 1칸에 작은 화장실과 간단한 조리시설이 딸려있다.


통나무집 옆으로는 나무 탁자와 의자가 있지만, 추워서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방에 들어가니 난방이 잘 되어 방이 뜨끈하다. 어느 휴양림엘 가거라도 난방 하나는 모두 잘 되어 있다. 찜질방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찜질방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연휴양림 통나무집

저녁을 먹기 전에 가볍게 30분 정도 휴양림 산길을 산책하였다. 통나무집 바로 옆으로 산책길이 나있어 산책하기가 아주 편하다. 넓은 숲을 완전 전세로 빌린 셈이다. 불고기에 맥주를 반주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작년부터 종종 여행을 하는데, 휴양림엘 가면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식사를 직접 해 먹기 때문이다. 3박 4일 정도 섬 여행을 하면 집사람과 둘이서 식사대만 거의 40-50만 원은 든다. 그에 비하면 휴양림 여행은 거의 거저다.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요를 깔지 않고 그냥 누우니 온몸이 뜨끈해지면서 잠이 절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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