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영덕 여행(1)

(2021-04-14) 안동 하회마을과 천등산 봉정사

by 이재형

오늘부터 2박 3일 영덕 칠보산 자연휴양림 여행이다. 지난주 수요일 3박 4일에 걸쳐 진도를 비롯한 남도 여행을 다녀온 후, 지난 목요일 대전에서 잠시 동안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한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오랜만에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셨다. 그리고 일요일 하루 종일 당구동호회 당구대회, 또 어제는 골프 모임. 백수 과로사한다더니 내가 그 꼴이 나겠다.


이번 여행을 영덕으로 정한 것은 그동안 전라도 쪽은 몇 번 갔기 때문에 오랜만에 동해안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세종에서 영덕까지 약 250킬로로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목포와 거리가 거의 같다. 바로 가기는 피곤하므로 안동을 거쳐가기로 하였다.


1. 하회마을


먼저 첫 행선지를 안동 하회마을로 정했다. 고등학교까지를 대구에서 보냈으면서도 안동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명절이 되어 대구 집으로 내려갈 때 경부고속도로가 하도 복잡하여 국도로 우회해 내려가면서 안동을 거쳐간 것이 전부다. 경상도 대부분의 지역은 여행하였지만 안동을 찾지 않았던 것은 안동에 대한 나의 개인적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탓도 있다.


잘 아시다시피 안동은 영남 유림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조선시대 수많은 인물들이 이곳에서 배출되었다.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을 비롯하여 조선말 세도정치로 국정을 농단한 안동 김 씨, 안동 권 씨 일가도 이 지역 출신이다. 그런 만큼 오래된 명문 가문이 즐비하고, 여러 종가댁 고택에서는 지금도 옛 전통을 이어받으며, 특히 명절에는 전국에 흩어진 수십, 수백 명의 일가들이 모여 성대한 제례를 치르고 있다. 나는 그런 고리타분한 것에 거부감을 느끼며, 또 세도정치로 권력을 농단한 것이 무슨 자랑거린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 김 씨 친구들에게는 죄송 ㅠㅠ)


안동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고돌아간다고 하여 붙여진 "물돌이동"의 한자식 표기이다. 임진왜란 때 명재상 서애 유성룡이 이곳 출신이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이후의 전란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기 때문에 하회마을은 우리나라의 옛 마을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 쪽으로 가는 길에 <하회장터>라는 곳이 나온다. 주로 안동 특산 물품과 음식 등을 파는 가게들로 이루어져 있다. 안동 특산이라면 찜닭, 간고등어, 안동소주 등이다. 가게들은 모두 한옥 초가집 형태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인지 관광객이 거의 없었고, 따라서 손님도 별로 없어 가게들은 한산하다. 장터를 지나니 곧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에서 하회마을까지는 1킬로가 조금 넘는 거리인데, 셔틀버스가 다니고 있다.


마을로 들어서니 먼저 탈 것을 렌트해주는 가게들이 나타난다. 전동카트,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 차 등인데, 관광객이 많으면 마을이 온통 교통체증이 될 것 같다. 조금 기니 붉은 꽃이 활짝 픤 복숭아 과수원이 나온다. 화려 하기론 복사꽃을 넘는 꽃이 없는 거 같다. 마을 골목 앞에는 라일락 꽃이 좋은 향기를 내고 있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양쪽으로 옛 모습의 초가집과 기와집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 마을은 옛날부터 상당히 잘 사는 편이었나 보다. 기와집이건 초가집이건 모두 널찍널찍하며, 집도 큰 편이다. 어릴 때 고향 시골마을과 비교한다면 큰 차이다.


이곳저곳에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유심히 보니 기와집이나 초가집 건물 모두 옛 양식은 아닌 것 같다. 현대식 요소를 상당히 가미한 한옥들이다. 그래서 특히 기와집들은 옛 기와집에 비해서는 상당히 화려한 느낌이다. 집의 담장들은 모두 흙 담장인데, 이것도 옛 모습은 아니다. 현대식 양식을 가미한 담장이다. 나는 이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옛 모습을 지키기보다는 전체적인 모습은 옛 분위기를 살리면서 주민들의 생활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마을과 집을 꾸며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을을 벗어나니 저 멀리 강둑이 보인다. 강둑 쪽으로 갔다. 하회마을을 감싸고 있는 낙동강이다. 낙동강 이쪽은 모두 백사장이고 강줄기는 저쪽 둑 쪽에서 좁게 흘러간다. 넓은 백사장은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인공적 요인 때문에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백사장은 오랜만에 본다. 이 백사장을 보니 옛날 내 고향인 대구 무태 앞에 있는 금호강의 백사장이 생각난다. 그곳은 영천 쪽에서 흘러오는 금호강과 청도군 가창에서 대구시를 관통하여 흘러오는 신천, 그리고 팔공산에서 흘러오는 동화천이 만나는 곳이었다. 그래서 퇴적된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랬던 곳을 사시사철 하루 종일 수십, 수백 대의 트럭이 몇십 년간 모래를 퍼간 탓인지 이제는 백사장을 보기 어렵다.


둑길을 따라 마을을 우회하며 걸었다. 둑길에는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다. 이미 벚꽃은 모두 져버렸지만, 푸른 잎이 돋아나는 벚나무는 또 다른 볼거리이다. 벚나무들은 상당히 나이가 들은 것으로 보여 꽃이 피었을 때는 장관이었을 것 같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오니 <세계 탈 박물관>이라는 건물이 보인다. 그다지 기대를 않고 들어가 보았다.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각 지방의 탈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의 탈들이 전시되어 있다. 디스플레이 방식도 상당히 세련되어 보여 기대 이상이다. 지방 도시의 박물관으로서 이 정도 수준을 찾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처 가게에서 안동 지역 막걸리 2병을 산 후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아차! 안동소주를 산다는 걸 잊어버렸다!


2. 천등산 봉정사


영덕 여행을 결정한 후 가는 도중에 어디를 구경할까 생각하던 중 페북에서 고등학교 동기가 쓴 천등산 봉정사 방문기를 읽었다. 그래, 그곳에 가자. 하회마을에서 30분 남짓 걸려 봉정사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된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주차를 하려니까 매표소 직원이 손짓으로 불러 가보니 입장권을 끊고 차를 타고 올라가라 한다.


그리고 체온 검사를 한다며 이마에 체온기를 쏘고는 체온이 38도가 나왔다며 입장이 안된다며 돌아가라 한다. 어이가 없어 조금 전까지 몇 번이나 체온 검사를 해서 모두 정상으로 나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며 다시 체온기를 쏘아보라고 했다. 나 또래 정도로 보이는 이 할아버지, 기계가 틀릴 리가 있냐며 한사코 다시 검사할 수는 없다고 우긴다. 그럼 당신은 정상이냐며 당신도 한번 검사해보라 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손바댝에 체온계를 쏘아보고는 36.5도가 찍힌 체온계를 내게 보여주면서 기계는 정상이라 한다. 그럼 내 손에도 똑같이 한번 쏘아보라 했더니, 쏘아보니 역시 36.5도가 나온다. 할 말이 없는지 들어가라 한다. 이래서 할베들의 똥고집은 곤란하다. ㅎㅎ.


봉정사 바로 아래 차를 세우고 봉정사로 들어갔다. 아주 고색창연한 절이다. 절의 규모는 조금 작다. 전라도의 절들은 대체로 넓은 터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비해 경상도 쪽의 절들은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어 대체로 절 터도 좁고, 그에 따라 건물도 비교적 작고 좁을 수뱎에 없다. 봉정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랜 연륜을 가졌기 따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과 극락전은 국보이며,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도 여러 점이다.


절의 규모는 작지만 소박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한적하다. 산 높은 곳에 위치한 탓인지 아직 봄꽃이 한창이다. 요즘 우리나라 절들에 가보면 불사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봉정사는 불사도 거의 없는 것 같아 보이며, 단청이 퇴색되어 오래된 나무 색이 그대로 드러난 절집은 오히려 기품과 운치를 더해준다. 세월 속에 늘어난 연륜을 상징하는 듯하다. 작지만 아름답고, 그리고 기품 있는 사찰-이것이 봉정사에서 풍기는 분위기이다. 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4월 초파일을 앞둔 탓인지 대웅전 앞이 형형색색의 연등으로 메워져 있어 국보인 대웅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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