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걱정

시시콜콜한 나의 이사 이야기 - 5 D - 200

by 정희

D - 200



이사가 결정되자 해야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부동산과 세금 문제 같은 굵직한 일은 남편이 맡았지만 셀 수 없이 많고 소소한 일들은 모두 내 몫이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잘한 일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일은 집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기왕에 집을 내놓게 됐으니 이런저런 잡념으로 힘 빼지 말고 빨리 정리가 됐으면 했다. 조금이라도 매력적인 매물이 되기 위해 짬짬이 집 안을 정리했다. 살고 있는 집을 매매하고 이사 갈 집을 수리하고 나의 일을 정리하는 것. 그 세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무척 바빠졌다.


남편은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면서 실제 구매의사가 있는 분들만 집을 보여주십사 부탁했다. 집에서 수업하는 나를 배려해 준 것도 있지만, 쉽게 집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구경하는 집’이 돼버릴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리 평형의 다른 매물을 검색해보니 라인의 위치나 층높이, 동 사이 간격 등에서 우리 집의 조건이 좋았다. 매물 가격도 부동산에서 제시한 ‘시세’대로 내놓았기 때문에 보여주기만 하면 바로 계약이 성사될 거라 기대했다. 역시나 남편이 집을 내놓기가 무섭게 보러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부동산에서 방문한다는 전화를 받고 나니 이렇게 빨리 팔리면 서운할 것 같다는 걱정이 살짝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지만 말이다.


처음 집을 보러 온 분들은 나이가 지긋한 부부였는데 우리 집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게다가 그분들을 모시고 온 부동산 사장님은 우리 동네에서 수완 좋기로 유명한 분이었다. 그 사장님은 우리 집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이 방, 저 방을 자기 집처럼 휩쓸고 다녔다. 무슨 설명이라도 해야 할지 걱정하던 참이라 사장님의 카리스마가 다행스러웠다. 한 번만 휙 둘러봤을 뿐인데 역시나 마음에 든 모양인지 거실 확장이며 바닥재, 붙박이장 등을 그 자리에서 의논했다. 카리스마 사장님도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계약서에 사인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렇게 쉽게, 금방 팔리는 건가. 역시 참 좋은 집이었어…….’


정든 집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사날짜가 발목을 잡았다. 우리가 이사 갈 집은 12월 말에나 들어갈 수 있는데 그분들은 12월 초에 이사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움직이는 일정과 완전히 겹쳐버린 바람에 더 이상 흥정이 진척되지 않았다. 혹시나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남편과 상의했지만 일정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너무 촉박하게 움직이지 말자고 했다. 집을 내놓자마자 계약될 뻔해서 그랬는지 남편은 한껏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그 장면을 목격했던 나 역시 마음이 한결 놓였다. 우리 집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나니, 이 집을 떠나는 게 더 아쉬워졌다. 그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 집은 오랫동안 우리 가족에게 착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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