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도란 무엇인가?

선의 본성과 인간의 가능성 (융의 시선에서)

by 이재현

칼 융의 언어로 본다면, 태극도는 단지 동양의 우주론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원형(archetype)이다. 태극은 하나의 전체(全體), 곧 자기(Self)를 향한 통합의 여정의 상징으로 읽힌다. 음과 양, 상극과 상생의 리듬은 곧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간의 영원한 상호작용을 상징한다.


융에게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자기(Self)를 향해 끊임없이 개성화(individuation)해 가는 존재다. 태극도는 이 여정의 지도다. 혼돈과 분열을 넘어서 하나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과정. 태극의 선은 곧 융이 말하는 '내면의 전체성'에 대한 상징이며, 인간은 그 중심에 놓인 균형의 상징을 향해 나아간다.


현대사회는 외부의 이미지와 타인의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든다. 이때 융은 말한다. “무의식은 우리를 부른다.” 퇴계의 태극도 역시 인간 내면의 리듬을 깨우는 도식이다. 그것은 인간이 내면의 불균형을 인식하고 조화와 통합을 지향하는 과정, 즉 심리적 ‘자기실현’을 위한 상징적 구조물로 이해될 수 있다.


일상의 현실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내적 충돌을 경험한다. 의식의 판단과 무의식의 충동이 어긋날 때,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그 갈등은 곧 변화의 신호이며, 자아가 더 큰 전체성과 통합되려는 몸짓이다. 태극의 선이 그러하듯, 인간의 내면도 흑과 백, 밝음과 어두움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평형을 얻는다.


오늘, 당신은 어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외부의 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자기의 부름이다. 칼 융의 언어로 말하자면, 태극도는 우리의 무의식이 그려낸 가장 고요하고 깊은 자기의 지도다. 그리고 그 지도를 따라 걷는 이가, 진정한 리더이며, 치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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