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 리더십의 단계

대학도(大學圖)와 자기로부터 시작되는 조화의 길

by 이재현

퇴계 이황은 '성학십도'중 대학도(大學圖)를 통해 “모든 변화와 조화의 시작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라고 보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단순한 옛말이 아니다. 그것은 리더십의 내면적 단계이자, 시대를 초월한 성장의 순서다. 자기를 닦음(修身)은 리더십의 뿌리이며, 가정을 바르게 함(齊家)은 관계의 훈련이고, 나라를 다스림(治國)은 공동체의 경영이며, 세상을 평화롭게 함(平天下)은 인류적 비전의 실천이다.


스티븐 코비가 말한 공적 승리(Public Victory)는 바로 이 단계의 현대적 번역이다. 그는 개인의 내면적 독립(Private Victory)이 이루어질 때에만, 타인과의 협력(Win-Win)과 공동의 성취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대학도의 질서와 정확히 맞닿는다. 내면의 질서가 먼저 서야 외부의 질서가 바로 선다.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나 권력을 가져도 결국 혼란을 낳는다.


AI 시대의 리더십도 이 고전적 진리를 다시 묻는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수신’ 없는 ‘치국’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인간만이 도덕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데이터로 집을 짓는 시대일수록, 마음의 토대가 무너지면 모든 시스템이 흔들린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책임과 도덕적 판단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오늘의 리더는 자기 관리(Self-Leadership)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의 언행이 일치하는가, 나의 의사결정은 양심에 근거하는가, 내 가족과 동료들은 내 리더십 안에서 평화를 느끼는가—이 질문들 속에서 리더십의 첫 계단이 놓인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거대한 이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상적 실천 순서다. 내 마음을 정돈하는 아침 명상, 가족을 향한 작은 배려, 팀원에게 공정하게 말하는 습관이 곧 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씨앗이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세상을 바꾸려면, 알고리즘보다 먼저 마음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철학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퇴계가 『대학도』로 전하고자 한 궁극의 메시지이자, 코비가 말한 ‘원칙 중심 리더십’의 뿌리다.
리더십은 세상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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