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잭도, 장화 신은 고양이의 주인도, 일확천금을 얻었다.
난 가끔 로또를 산다. 특히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꼭 로또를 사는 편이다. 1등에 당첨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느냐고? 당연히 1등 당첨을 바라며 산다. 확률적으로 매우 낮으면 알지만, 그래도 확률이 0(zero)은 아니니까.
내가 어렸을 적, 부모님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면, 많은 월급을 받아서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즉, 돈이란 노동을 통해 받는 것이고, 그 노동의 대가를 높게 받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산을 모으는 방법은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 시절에도, 소위 ‘투자’라는 것을 통해서 ‘큰돈’을 버는 사람은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 사실을 모르셨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만이 아니라, 우리 부모세대는 대부분 노동을 통해,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으셨고, 그 돈을 저축해서 재산을 모으셨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노동을 통해 받은 돈을 아껴 쓰고, 모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통해서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추월했음을 증명했다고도 하고, 토마 피케티의 증명이 여전히 틀렸다고 말하는 이도 있는 것 같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노동소득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지 오래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주식, 코인 등 금융상품 투자에 관심이 많다.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이 많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남들은 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항상 최종적으로는 손해를 본다. 그리고, 영끌해서 투자를 했다, 손해를 입은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는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려서 그렇게 된 거라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를 한 사람이 지는 것이라고.‘ 젊잖게 충고해 준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은 나쁜 것일까? 사실 어린이용 동화책에도 일확천금을 한 주인공은 많이 나온다. 무언가 좋은 일을 해서 보답을 받은 것이거나, 착하게 살아서 하늘이 도와준 이야기 아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일확천금을 얻는 주인공도 많다.
‘잭과 콩나무’는 어린이용 동화책으로만 읽어서, 원작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읽는 내용을 토대로 생각하면, 잭은 게으른 아이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먹을 것이 떨어져, 집의 유일한 재산인 ‘소’를 팔아오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을 떠난다. 그러나, 이 마저도 귀찮아서, 소를 팔러 장까지 가지도 않고, 장에 가는 길 중간에 만난 노인의 ‘콩 몇 알’과 바꿔버린다. 화가 난 엄마가 콩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는데, 그 콩이 하룻밤새 하늘까지 자라서, 거인의 집까지 자란다. 잭은 거인의 집에서 보물을 훔쳐오지만, 그 보물을 팔아서, 사업을 하거나, 취직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 보물을 판 돈으로 먹고살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나물 오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거인의 보물을 훔치다, 거인에게 들키고, 쫓아오는 거인을 죽이고, 젝과 어머니는 훔쳐온 보물로 행복하게 산다. 이보다 더한 일확천금 인생역전 스토리가 또 있을까? 거인의 입장에서 보면, 멀쩡히 잘 살고 있었는데, 웬 꼬마가 나타나 재산을 훔치고, 잡으러 따라가다가 비명횡사한 이야기이고, 거인의 아내 입장에서는 어디서 온 지 모를 꼬마가 불쌍해 보여서 먹을 것을 주고, 남편에게 혼날까 봐 숨겨도 주었더니, 이 꼬마가 재산을 훔쳐가고, 나중에는 남편을 죽인 마른하늘의 날벼락같은 이야기이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어떨까?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삼 형제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데, 두 형과 달리 막내에게는 고양이 한 마리 달랑 남겨주신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장화 신고, 두 발로 서더니, 말도 한다. 그리고 잔머리 왕인 고양이가 변신술에 능한 영주를 꼬셔서 잡아먹어버리고, 막내아들을 영주로 만들어서 공주와 결혼할 수 있도록 모든 공작을 해준다. 막내아들이 한 일은? 내가 읽은 동화책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재산이 없어 어려워도, 고양이를 잡아먹지 않았다는 정도를 선행이라고 해줄 수도 있겠으나, 반려동물은 원래 잡아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바라는 것! 이건 잘못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희망사항이다. 단지 이 희망사항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기에, 실현가능성이 높은, 열심히 일하는 것을 택한 것뿐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저축해서 부자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면, 희망을 일확천금에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확천금 인생역전’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답은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고, 저축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그런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난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지금의 세상을 우리와 우리의 이전세대가 만들었듯이, 다음의 세상은 우리와 우리의 다음세대가 만드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