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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Jun 26. 2023

07. 인간관계

- 쉰둘 취준생에게, 직장 없는 인간관계란?

난, MBTI 검사를 하면, I와 E 중에서 I형으로 나온다. 여직까지 3번 정도 MBTI검사를 했고, 그때마다, I형으로 검사결과가 나왔으며, 점수표를 보아도, I형으로 아주 많이 그래프의 bar가 치우쳐 저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I형이다. 그런데, 회사를 다녔을 때, 내가 I형이라고 하면, 회사 동료들은 당황했었다. 주 업무가 영업마케팅이고, 나름 영업도 잘(?)한다고 알려진 내가, I형이라는 사실에 많이들 놀라는 듯했다. 사실 당시 회사의 영업마케팅 직원들은 대부분 E형이었고, 내가 임원이 되어서 뽑은 내 팀 직원들 중, 몇 명만이 I형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MBTI결과를 가지고 어떤 사람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고 선입견을 가지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사실 다양한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서, 그 사람의 성향, 특히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래도 신기한 것은 난 분명히 I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성향이 있고, 내 직장생활은 E형들 사이에서, I형도 영업마케팅을 잘할 수 있다고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는 표현보다는, '사람을 소중히 한다'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나 자신이 소중하기 위해서는, 내가 다른 이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서, 나 스스로 나 자신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아무도 나를 소중히 여겨주지 않게 되며, 결론적으로는 나도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사람을 항상 소중히 하려고 노력한다. 즉,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다. 우선,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약속을 '제안'하여 만나는 것을 잘 못한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다가도, '지금 다른 일로 바쁜 것은 아닐까?', 혹은 '그 사람이 뭐처럼에 쉬고 있는데,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지금 아무도 안 만나고 쉬고 싶은데, 내가 연락하면 거절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만나자고 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정말 꼭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 있지 않다면, 만나자고 제안하지 못하는 편이다. 전화나 메시지도 마찬가지이다. 왠지 그 사람의 일상을 방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꼭 필요한 이야기가 없다면, 전화나 메시지도 먼저 하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실 우리가 사람을 만나는 데에 꼭 필요한 중요한 내용이 있거나, 전화나 메시지에 반드시 필요한 안건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일상의 신변잡기 속에서 만남도 하고,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보내게 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먼저 만남을 제안하면 기쁜 마음으로 만나러 나가고,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반드시 받거나, 답을 보내지만, 내가 먼저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2~3시간 정도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도, 난 분명히 사람을 매우 좋아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그리고 인연을 무척 소중히 여긴다.


한 직장을 20년 이상 다니면, 아무리 I형 인간이라고 히더라도, 모임에 참석할 일이 많아진다. 내가 먼저 제안하지 않더라도, (정말 감사하게도) 모임에 초대해 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항상 있었다. 같은 부서 직원이나 다른 비서 직원들, 때때로는 협력업체직원이나 고객들. 이런 분들이 모임을 먼저 제안해 주고, 초대도 해준다. 그리고 고맙게도 이 분들은 나와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내 성격을 이해해 준다. 내가 먼저 모임을 제안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며, 초대에는 절대 거절하지 않고, 기쁘게 참석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그런데, 취준생이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회사 임원이 아닌, 취준생인 나와 꼭 만나야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나는 역시나 누군가에게 연락해보려고 하다가도, ‘지금 회의 중이지 않을까?’, ‘지금 고객과 미팅 중인 것은 아닐까?’, ‘저녁에 선약이 있는데, 내가 만나자고 하면, 괜스레 곤란해하는 것일까?’ 등등의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서, 폰을 내려놓는다.


그런데, 특별한 이슈가 없이 그냥 꾸준히 연락을 해주는 이들이 있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일상을 물어봐주고,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해 주는. 물론 마지막 인사말은 나에 대한 응원이기는 하지만. 직장 동료들 중에도, 고객들 중에도, 나보다 먼저 전 직장을 떠났던 사람들 중에도, 그리고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동창들 중에도. 감사하게도 이런 이들이 있다. 내 기대보다는 훨씬 많은 이들이다. 두세 달에 한 번쯤, 혹은 반년에 한 번쯤, 아니면 일 년에 한 번쯤 연락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를, 내 모습 그대로를 친구로서 받아들여주는 소중한 이들이다.


항상 궁금했다. 나를 ‘**회사 직원(혹은 임원) ***’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어디에도 소속되어있지 않더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의문사항이 아니었다.) 그리고 취준생이라는 신분은 이러한 의문에 답을 주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다.


내가 재취업을 하게 된다면, 분명히 다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갈 것이다. 새 직장을 중심으로 한 동료, 협력업체, 고객 등과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취준생 기간 중에 나에게 연락을 주고, 안부를 물어준 사람과는 소원해질 수도 있다. 새 직장과 그 직장을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러나, 내가 취준생일 때,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준 사람과의 인간관계는 앞으로의 평생을 함께 갈 사람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난, 내 인생은 멀리 갈 여정이고, 함께 가야 하는 길이며, 취준생 기간 동안 함께 갈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취준생이라는 기간은 내 긴 여정에 아주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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