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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Jun 28. 2023

08.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_ 직업으로서는 어떤 일을 택해야 할까?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대부분은 젊은이들, 즉 소위말하는 MZ세대를 지칭하는 것 같다.)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글들, 이야기들이 하는 이야기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더 좋은 성과도 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이다. 그러나 과연 현실은 그럴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특히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난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업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만약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고, 그리고 이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겠으나, 이는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정말 많다. 그러나, 이들 중, 프로 야구 1군 선수가 되는 이는 극히 일부이다, 물론 2군이나 실업팀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그 숫자는 늘어나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과 '야구를 직업으로 가지는 사람'의 숫자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즉, 대부분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야구를 직업으로 가지지 못하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서, 야구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며 살아간다. 물론 야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며, 이 돈은 본인의 직업을 통해서 받은 임금으로 충당한다. 난 이러한 상황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믿었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직업으로 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었다. 첫 번째 선택은 어떻게 생각하면, 실패였던 것 같다. 대학교 학부 전공과 같은 직업(화학 공정 설계)을 택하였으나, 3년 만에 그만두고, 전혀 다른 직업의 세계(제약회사 영업/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두 번째 선택한 직업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같이 일할 동료들을 잘 만났다. 상사도, 선배도, 동료도, 후배도 모두들 나를 잘 도와주었다. 심지어 고객들도 나를 잘 도와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할 수 있는 일이란,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일이랑 같은 말인 것 같다. 난 사람 복이 많은 편이었다. 어쨌거나, 두 번째 선택한 직업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고, 덕분에 한 직장에서 20여 년을 일할 수 있었다.


난 직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미'를 보는 사람이 지불을 하는 것이라고. 나를 통해 회사가 재미를 보기에, 회사는 나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내가 재미를 보기에, 내가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20여 년을 하고 나니, 이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 내가 좋아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잘하는 일, 즉 내가 20여 년 동안 직장에서 해온 일이 되어버렸다.


이건 큰 문제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쉰둘의 취준생인 나에게는 말이다. 쉰둘의 취준생이 되고 나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다. 그리고, 다행히도 난, 적어도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직업은 그동안 내가 해온 직업의 연장선 상에서 찾고 싶다. 그러나, 세상은 나랑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생각해 주었다면, 난 이미 재취업에 성공했어야 하니까.) 세상은 나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 말고, 네가 잘할 수 있는 일, 즉 네가 일을 하면, 그를 통해 회사가 재미를 볼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찌해야 하나......


변명 같지만, 직장생활을 처음 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잘하는 일'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당연히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의 경험 만을 가지고, 광활한 세상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바로 찾는 것은 무척 어렵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일조차도, 내 경험에 근거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 역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어떤 상황일까? 내가 살아온 세상이 충분히 넓어서, 이제는 내가 내 가능성이나 내 욕구를 정확히 알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험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10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이제 겨우 절반에서 조금 더 살았는데, 내가 경험한 것들이, 내가 나를 알기에 정말 충분한 양과 질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아니, 아니어야 한다. 난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 더 많으며, 그래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모두 앞으로 바뀔 수 있다. 취준생으로 할 일은, 내 경험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이겠지. 난 아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알 만큼 길게 살지 못했다! 이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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