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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Jul 21. 2023

09. 쉰둘, 취준생이 희망할 수 있는 급여는?

_ GDP? GNI? 도시근로자평균소득? 최저임금?

취업사이트에 내 이력을 등록하고, 구직신청을 하다 보면, 연봉을 묻는 란이 있다. 대부분은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과 희망연봉을 적게 되어있다. 나는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은 사실대로 기록을 하지만, 희망연봉은 '협상 가능'이라고 적는다. 읽는 이에 따라서, '협상가능'이라는 말은 '임금을 전직장보다 올리고 싶다.'라고도, '임금을 전직장보다 내려도 괜찮다.'라고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정확한 금액을 적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도대체 얼마를 적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흔히들 본인의 시장가치라고 이야기하시만, 그 시장가치라는 것이 업종에 따라 다르고, 같은 업종이더라도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며, 특히 소위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곳들은 급여 체계 자체가 아주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전 직장의 연봉은 정확한 기록이 있으니, 적지만, 희망연봉은 '협상가능'이라고 적는다.


쉰둘, 취준생, 그래도 나름 전 직장에서(대기업은 아니지만), 임원으로 퇴직한 해본 내가 희망할 수 있는 '타당한' 연봉은 얼마일까?

객관적인(?) 자료를 몇 개 찾아보기로 했다.


1. 1인당 국내총생산 (GDP)

GDP는 흔히 국민총생산으로 불리지만, 국내총생산으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한다. Gross domestic product로 지리적으로 국내의 총생산을 이야기하며, 이를 국민수로 나눈 것이 1인당 GDP이다. 통계청자료인 KOSIS를 찾아보니, 2022년 1인당 국내총생산은 4,248만 원이었다.

우리 집이 4인가족이고, 수입원은 나 혼자이니, 우리 집의 연간 소득이 1인당 GDP와 같아지려면, 내 연봉은 

4,187만 원/인 * 4인 = 16,748만 원, 즉 약 1억 6천만 원 ~ 1억 7천만 원이 되어야 한다.

음. 딱 봐도 불가능한 숫자이다.


2. 1인당 국민총소득 (GNI)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국민 소득이라는 관점에서는 더 정확한 통계라고 한다. GDP가 지리적으로 국내에서의 생산을 이야기하는 반면, GNI는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이어서,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외국국적인의 소득은 제외하고, 반면에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오는 소득은 더한 값이라고 한다. 역시 KOSIS를 찾아보니, 2022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48만 원이었다. 그래서, GNI 기준 내 연봉은

4,248만 원/인 * 4인 =16992만 원, 역시 약 1억 6천만 원 ~ 1억 7천만 원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음. 불가능해 보이는 숫자이다.


3. 도시 4인가구 근로자가구 근로소득

우리 집을 KOSIS에서 구분한 정의들을 보면, 도시 가구, 4인가구, 근로자가구, 가구주 연령 50~59세 가구, 그리고 맞벌이외 가구로 볼 수 있다.

먼저 도시 4인가구 근로자가구의 월 근로소득은 2023년 1분기에 7,853,088원이다. 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7,853,088원/월 * 12개월 = 94,237,056원, 즉 9천4백만 원 정도이다.


4. 가구주 연령별 (50-59세) 근로소득

가구주 연령별 통계를 보면, 가구주가 50~59세인 도시 가구의 2023년 1분기 월 근로소득은 6,234,436원이다. 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6,234,436원/월 * 12개월 = 74,813,232원, 즉 7천4백만 원 정도 된다.


5. 맞벌이외 가구 근로소득

우리 집은 맞벌이가 아니다. 와이프는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본인의 경력을 포기했다. 사실 난, 육아와 가사노동도 GDP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아와 가사노동을 위해 사람을 채용하면, GDP나 GNI에 포함되면서, 엄마가 집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면, 그 가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내가 어찌 생각하던 현실은 현실이니까... 그래서, 맞벌이외 가구의 근로소득도 찾아보았다. 그런데 맞벌이외의 경우, 가구 구성인원수가 평균 2명이어서, 우리 가족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득으로 우리 가족이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 통계를 찾아보니, 맞벌이외 가구의 2023년 1분기 월 근로소득은 4,733,217원이었다. 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4,773,217원/월 * 12개월 = 57,278,604원, 즉 5천7백만 원 정도 된다. 계산하고 보니, 적은 금액은 아니다.


여러 가지 통계를 찾아보았지만, 어느 것이 내가 희망하는 연봉에 타당할지 모르겠다. 나 개인적으로야 많이 받을수록 좋지만, 사회에서 생각하는 내 가치로 있고, 내가 취업에 성공했을 때, 그 회사의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통계와 현실사이에는 괴리가 크다. 난 내 주위의 직장인들 중에서, 1인당 GNI만큼 급여를 받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내게 본인의 연봉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난 그만큼을 버는 직장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급여를 받아 지출해야 하는 항목, 그리고 지출하고 싶은 항목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우선, 내 나이 또래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이 대출이자 상황이 필요하고, 지금 사는 아파트의 관리비가 필요하며(난 국민주택평형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비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교육비는 사교육을 많이 시킬 생각은 없고, 운동 한 가지, 악기 한 가지는 가르치고 싶다. 그리고 영어학원은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여기에 분기에 한번 정도는 놀이공원에 온 가족이 가서 하루 놀고 싶고, 일 년에 2번 정도는 2박 3일 정도의 국내 여행을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 여기에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싶다. 아! 우리 가족은 모두 영화를 아주 많이 좋아해서, 한 달에 한번 극장관람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사회생활을 하려면,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한 달에 2번 정도는 직장 동료, 혹은 친구 또는 지인들과 저녁식사자리를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계절별로 가족들 옷을 사고 싶다. 특히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매년 자라고 있어서, 매년 옷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작아진 옷을 입혀보고, 온 가족이 다 같이 웃고, 새 옷을 사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기쁨 중에 하나이다. 물론 명품 옷은 사준 적도 없고, 앞으로도 명품을 사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학교에 입고 다닐 수 있는 아이들에게 맞는 옷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전업주부를 하면서,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에 비해서, 새 옷을 거의 사지 않는 와이프에게도 계절별로 옷 한벌씩은 사주고 싶다. 그리고, 적어도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 병원비를 걱정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대학교에 갔을 때, 적어도 등록금은 지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희망하는 연봉은 얼마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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