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사회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총선이 끝났다.
총선기간 동안,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고, 각종 기사도 많았고, 비판도 많았고, 서로에 대한 비난도 많았다.
근데, 정책은 어디에 있었을까? 선거가 끝나면, 그다음은 선거에서 이긴(?) 쪽을 중심으로 정책의 방향을 예측하고, 미래를 희망해야 할 것 같은데. 딱히 정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 한쪽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어느 쪽에서도 '심판'이라는 두 글자 외의 정책이 지난 총선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각 후보들에게 정책이 없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나도, 내 주변도, 그리고 선거운동을 하는 이들도 '정책'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는 것 같고, 나 스스로도 그렇다고 믿는 명제 중 하나는 '개인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적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도 내 친구도 겉으로는 많은 이성적 판단을 근거로 움직이는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감정이 움직이는 쪽으로'인 경우를 많이 보았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지금도, 난 내 결정과 행동의 상당 부분은 '감정'이다.
개인의 행동은 이렇다고 하더라도, 한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그래도 '이성'이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정책'이 안보인 선거는 많이 아쉽다.
그동안 꽤 여러 번의 선거를 해왔다. 내 성격 상, 난 선거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날아온 유인물의 각 후보의 정책공약을 꼼꼼히 읽어보고 선거를 해왔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명하게 차별되는 정책공약'을 주요 정당의 후보들에게서는 찾기 어려워졌다. 물론 극명하게 차별적인 정책이 한두 개쯤은 있었으나, 각 이슈별 주요 정책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후보가 내세운 공약에 대한 호응이 있으면, 금방 상대방 후보가 비슷한 공약을 발표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치를 이성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본다면, 선거가 끝난 후, 각 정당에서 해야 할 일은, 선거에서의 승패에 상관없이 본인들이 선거 중에 내세웠던 정책공약들 중,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극명하게 대립한 정책공약이라면, 패자의 입장에서는 이룰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기간 내내 내세웠던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서, 비록 졌더라도, 본인들의 공약 중, 승자의 공약과 비슷한 것이 있다면, 승자와 협력하여, 빨리 이루어서 국민의 생활이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반대로 승자도 본인의 정책과 비슷한 패자의 정책 공약을 찾아서, 그 정책을 빨리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항상 사회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아무리 좋은 경기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사람은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어려운 시기, 극심한 불경기이다. 그리고 국제정세도 점점 더 앞날에 대한 예측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지금, 이제 '이성'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난 저출산도, 지방소멸도, 각종 갈등도, 가장 큰 원인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없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금 해야 할 일은 '이성적 판단을 근거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정책을 먼저 시행하는 것'이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뉴스를 안 보게 된 이 나라의 한 국민의 넋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