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포켓몬빵과 세가지 보물
얼마전, 동네 마트에 갔다가 ‘포켓몬빵 줄서는 곳’ 안내표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물어보니, 대부분의 마트에 포켓몬빵을 사기위해 줄을 서는 곳이 마련되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트가 열기 전부터 줄을 서야 포켓몬빵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나와 아내는 줄을 서서 물건을 사본 적은 거의 없다. 맛집을 찾아가서도, 기다리는 줄이 길면, 옆 집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아이들도 줄을 서서 물건을 사본 경험이 없다. 아직까지는 어리다보니, 부모가 가르쳐준 것을 믿는 편이고, 그래서 ‘물건의 가치는 얼마나 나에게 필요한가?’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고맙게도 마트 장난감코너에서 사고 싶은 장난감을 발견해도, 꼭 필요한 것인지 물어보면, 한참을 생각하다가 필요없다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곤 한다. 그런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그 장난감을 사주거나, 아니면, 평소에 가지고 싶다고 말했던 것 중에서, 필요한 것을 물어봐서 장난감대신 사주곤 한다.
그런데, 내 아이들이 내게 ‘포켓몬빵’이 어른들에게 필요한 이유를 묻는 말에 바로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포켓몬빵이, 정확하게는 빵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스티커가, 어른들에게 왜 소중한 것이냐는 물음에대한 답은 뭘까?
아이와 읽은 동화 중에, 소중한 보물에 관한 이야기로 ‘삼형제의 세가지 보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첫째는 어디든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둘째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양탄자를, 셋째는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는 사과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첫째가 망원경으로 이웃나라의 공주가 고칠 수없는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어, 둘째의 양탄자로 삼형제가 날아가서, 셋째의 사과로 공주의 병을 고쳐주었다. 이웃 나라의 왕은 이 삼형제 중 한 사람과 공주를 결혼시키고,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였는데, 왕이 선택한 사람은 셋째였다. 왜냐하면, 다른 보물들은 여전히 있으나, 사과는 공주의 병을 고치기위해 사용되면서 이 세상에 없어졌기때문이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보물이란 ‘소중한 곳에 단 한번만 사용하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전래동화 중, ‘세가지 유산’ 또는 ‘아버지의 유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에서 아버지가 삼형제에게 물려준 유물은 ‘지팡이, 농짝, 방울’이다. 삼형제는 각자 받은 유물을 가지고, 길을 떠나고, 여행 중에 유물을 지혜롭게 혹은 용감하게 사용하여, 결혼할 사람을 찾고, 부도 얻어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 이야기를 처음 아이와 읽으면, 처음에는 아이들은 ‘이게 무슨 보물이야?’라고 하다가, 이야기가 끝나면, 보물은 물건이 아니라, 삼형제의 용기와 지혜라는 교훈을 주기위한 동화임을 알게 된다.
이 두가지 이야기의 공통점 중 하나는, ‘삼형제가 보물을 얻기위해 고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형제가 노력해서 얻은 보물이 아니라, 본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진 보물을 어떻게 사용하였다는 것이 주제이다. 난 이점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아이들의 동화라면, 노력을 통해 보물을 얻었어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이 동화의 내용이 정확한 것 같다. 세상의 보물은 노력한 이에게 주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고,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주어진 것이고, 이를 가진 사람이 올바르게 사용만하여도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정말 씁쓸하지만……
이런 면에서 난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한다.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그리고 사자는 각자가 원하는 보물을 처음부터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물을 얻기위해서,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 그리고 허수아비, 양철나무꾼과 사자는 각자 원하는 보물이 물질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모두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본인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각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도로시가 찾던 보물은 도로시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그 가치를 몰라서, 몰랐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목숨을 건 모험을 통해 자신의 보물을 각성한다. 실제 우리 삶에서, 목숨을 건 노력을 통해서,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나의 보물을 각성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오즈의 마법사가 이야기하는 보물을 찾는 방법을 좋아한다. 그리고, 딸 둘의 아빠로서, 주인공 도로시가 여성이라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든다. 아동 동화의 보물찾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내용인 것 같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럼 포켓몬빵은 뭘까? 포켓몬빵만이 아니라, 오픈런이라 불리는 상품들은 우리들에게 무엇일까? 보물일까? 소원일까? 소중함일까? 단순한 재미일까? 아니면 재태크일까? 아마 답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가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내 딸들은 몰랐으면 싶다
난 딸에게 이렇게 답해주었다. ‘아빠 생각에 포켓몬빵을 줄서서 사는 어른들은 본인의 10대시절의 추억을 사는거 같아. 본인이 가장 즐거웠던 시절의 기억을 포켓몬빵을 통해서 사고 있는 걸꺼야. 그런데 아빠는 지금 우리 가족들과 열심히 추억을 만들고 있으니까, 아빠에게 포켓몬빵의 추억은 줄서서 살만큼 소중하지는 않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