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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꿀 May 22. 2018

일 잘하기

디자인을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

스트라이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디자인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대표분이 우리 학교에 초청 강연으로 오셨을 때, 질의응답 시간에 나는 가장 먼저 '회사 이름이 왜 스트라이크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만큼 궁금했었나보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김장우 대표님은 야구에서 투수가 포수와 타자가 만드는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정확히 꽂아 넣는 투수의 모습이, 디자이너의 시안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을 하여서 '스트라이크'라고 짓게 되었다고 하셨다. 디자이너의 시안이 명쾌하게 클라이언트에게 통과되는 것을 투수의 스트라이크에 비유한 것이다. 학생 시절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재밌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이 났다. 마치 엊그제 일처럼 말이다. 


그리고 오늘, 신입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다 보면, 그때 그 대표님처럼 '이번만큼은 스트라이크겠지!' 하며 메일을 전송하고 기다리게 되는 때가 정말 많아졌다.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 여지없이 수정사항은 터져 나오고 어떨 때는 내가 디자인을 맡게 된 부서와 마찰이 생길 때도 있다. 마케팅팀의 디자인 파트로 존재하는 인하우스 디자이너인지라, 디자인일을 주시는 분들이 죄다 나의 직속상관들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반박의 여지를 미리 차단하는 점이 가장 힘들다. 결국 수정사항이 생길 때마다.... 수정사항이라 읽고 속으로는 변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처리할 때마다, 슬프게도 스스로 내가 '일처리'를 잘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비교를 하게 되는데, 같은 디자인 파트의 다른 디자이너 두 분을 나와 주로 비교하게 된다. 일일이 모니터를 훔쳐보면서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을 하고, 수정사항들에 어떻게 대응하시는지를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분명히 나보다 회사에 오래 계셨으므로 어느 정도의 능숙함이 나보다는 더 베어 나오는 듯했다. 일단 내 옆의 디자이너 분은 디자인일을 맡기는 부서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정확히 알고 계시는 듯했다. 선명한 컬러의 장식이 많지 않은 단순 명료한 구조의 디자인을 선호했다. 나는 이미지 첫인상부터가 뭔가 폭발하거나 빛이 터지는 듯한 우주적인 이미지를 선호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게이밍 노트북/데스크톱 등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느낌을 잘 살리고 싶어서 처음부터 그런 느낌을 살리다 보니 계속 그렇게 되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단순히 일을 준 부서 쪽에서 좋아할 만한 쪽으로 디자인을 하시는 모습에서 나와는 많이 다름을 느꼈다. 


이런 점을 보다 보면, 확실히 디자이너의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이 잘 나와서 되는 문제가 아님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분명히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 디자이너의 일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 5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절반은 디자인. 그 나머지 절반은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일 처리'를 잘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디자인 및 업무처리방식에 있어서 더욱 효율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나, 어쩔 수 없이  '아 저 사람 또 저러네'라는 생각을 하며 머리에서 스팀이 뿜어져 나올 때가 있다. 아니... 솔직히 여러 번, 자주 그렇다. 이제 와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런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었구나 하고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디자인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아는 과정이었다. 분명히 디자인을 맡긴 측에서 의견이든 불만이든 무엇인가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훌륭한 디자이너라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기에, 그만큼의 멋진 디자인이 나오는 것이리라. 




아니면 정말 디자인을 할 줄 안다는 건 나의 착각이고 나의 디자인적 소양이 부족한 것이 문제의 전부일 수도 있겠다. 디자인을 못해서. 하하..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나 슬퍼지지만... 일단 나도 하루하루 생존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엔 답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이 일에 인이 배기고 어느 정도 인정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결국 출근할 때마다 파이팅을 외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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