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더 잘하기 위해.
어느순간부터, 디자인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하고 말하고 글 쓰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현학적이고 뜬구름 잡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던 듯하다. 그 계기가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면서, 정작 작업에서 자기 기량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나에게서든, 다른이에게서든)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 머쓱해지거나 무안해지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진행했던 작업의 과정을 떠올려 보았을 때 나의 경우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행동을 경시 했던 순간부터 디자인을 할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지 않은가 싶었다. 최소한 만든 이인 나라도 이 작업에 관하여 납득할 수 있어야 다른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텐데. 그나마 졸업전시회에 출품했던 작업들에서 어느정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정도이고, 개인작업들은 뭔가 개인적인 느낌의 소용돌이에 빠져 크게 헛발질 했던 것들이 많았던게 아닌가 싶다.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올려놓고, 그래 이런것도 했었다니까... 하고 재미있었지 하고 마는 정도로 남아버린... 디자인인지, 개인작업인지 뭔지 모를 이미지들 정도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왜 졸업전시회에 출품했던 작업들은 그래도 스토리텔링이 되는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더니. 내 디자인을 보는 이들, 타인들의 시선에 대하여 얼마나 신경쓰고, 그들의 의견에 반응하고 그것들을 반영하려 했는가에 대한 결과물이지 않은가 싶었다. 이 생각을 하면서 어떤 작가분께, 글을 잘 쓰고 싶은데 팁을 알려달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저는 그냥... 타인을 계속 신경쓰라고 말합니다. 내가 이렇게 썼을 때 누군가는 배경지식이 부족하니 잘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누군가는 마음이 불편하겠구나, 누군가는 건방지다고 느끼겠구나, 하는 것을요. 그렇게 타인을 위한 글을 쓰다 보면 그게 제일 자신의 글이 되는 것 같아요.
야밤에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을 쓴다는 건 뭘까...' 하고 혼자 심각해져있다가 여쭤 본 것이라 길게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때 그 작가님께서 해주셨던 이 말씀은 글쓰기라는 분야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창작을 하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한번쯤 곱씹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타인을 위한 글을 쓰다보면 그것이 가장 '나'스러운 글이 된다...
결국에 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편리함을 위해 작용하는 것인데, 너는 무슨 디자인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 하고 태클을 건다면 나또한 말문이 턱 막히는 것 같다. 그래도 용기내어 설명을 하자면... 시각디자인을 배우고, 시각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새삼스럽게 느낀 이 부분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타인의 편의를 위해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자신의 개성대로 한 디자인을 타인/대중들이 정말 좋아해주는 경우도 많으니까. 또 이 경우에선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예술로서의 속성이 강화되는 듯 하지만, 디자인의 개념 안에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말하고, 많이 써야겠다.
디자인의 정의 부터 시작하여서, 디자인이란 행위의 본질... 뭐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보면 재밌다가도, 너무 꼬여버려서 머리가 아파지기도 한다. 결국에 혼자 어쩌구저쩌구 생각만 하다 끝낼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똑똑한 사람들의 선견지명이 담긴 글, 책들을 마구 읽어야 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