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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May 07. 2022

당근마켓은 어떻게 중고거래의 대명사가 되었나?

[코드스테이츠 PMB 11] Ep08. 제품 개발 방법 CVC

최근 당근마켓의 확장세를 보면 가히 소비자들의 제2의 카카오톡이라고 할 만할 것 같다. 주변 지인들만 보더라도 절반 이상은 당근마켓을 활발히 이용하고 있고, 나 또한 판매와 구매 모두 유경험자로서 자주 사용하는 앱 순위권 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에 관심이 생긴 후부턴 나날이 변화, 개선되고 있는 UX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당근마켓은 설립된 2015년 7월 이후 불과 7년이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무섭게 성장해 당당히 유니콘 기업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단위의 사업을 시작했던 것을 감안하면 약 4년 만에 거둔 성과다. 오랜 시간 중고 거래 시장의 최강자였던 '중고나라'를 밀어내고 짧은 기간에 중고 거래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 모두의 생활 속에 당당히 자리 잡은 당근마켓! 짧은 업력으로 어떻게 지역 기반의 중고 거래 플랫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는지, '당근마켓 역기획'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역기획이란 용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역기획이란
1. 이 서비스로 무슨 문제를 해결했는가?
2.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왜 이 형태로 구현했는가?
를 발견해 나가는 것



기획이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면,

역기획이 프로덕트가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서비스 구조와 UX/UI를 가진 프로덕트를 만들었는지 거꾸로 추적해나가는 작업이다.


즉, 이미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서비스를 보면서 역으로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정리하는 방식이다.


역기획을 할 때에 주의할 점은 '불편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유저 입장에서 어떤 점이 편하고, 불편했는지를 나열하는 과정이 아니라, 특이하고 불편한 점들에 주목해서  "어쩌다가 얘가 나왔을까?"를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역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당근마켓을 역으로 분석해보도록 하자.






1. 배경 : 당근마켓이 세상에 나오기 전


20XX년, 카카오 재직 당시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 간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김용현 대표. 처음엔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처럼 판교 테크노밸리 회사원들만 쓰던 서비스였는데, 판교 주민들로부터 ‘우리도 쓰게 해 달라’는 문의가 많아 앞으로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 직원 이메일 인증을 없애고 휴대폰 GPS를 통한 동네 인증 시스템을 도입한 후 점차 각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시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다.            


상황에 이입해 김용현 대표님의 입장이 되어보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당시 대표님은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당근마켓이라는 프로덕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2. 타겟 고객군 파악 : 당근마켓은 주로 누가 이용하게 될까?


판교 테크노밸리 회사원들의 중고거래 서비스였던 '판교장터'에서 판교주민들까지 사용할 수 있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이 이 프로덕트를 사용할지 파악해야 한다. 더불어, 시장의 규모와 주 타겟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먼저, 프로덕트를 사용할 것이라 예상되는 사람들을 '타겟 고객'이라 하겠다. 타겟고객은 우리 서비스를 필요로 할, 주 사용자의 집단을 의미하며 서비스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임을 인지했을 때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타겟 고객에 속하는 사람들은 크게 3가지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구 통계학적 특성

연령, 성별, 가구 소득, 직업, 교육, 위치 등과 같은 특성이 동일할 수 있다.


관심사

이들은 특정 제품, 주제 또는 활동에 대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


행동

이들은 동일한 책과 자료를 읽거나, 동일한 온라인 페이지를 방문하거나, 특정한 취미가 있거나 동일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판교동의 연령, 성별 인구


우선, 판교지역(판교동, 백현동, 삼평동, 운중동 등 일대)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판교동의 연령 및 성별 인구 구성을 알아보았다.


출처: KOSIS 국가통계포털


김용현 대표가 서비스 확장을 위해 고민하던 2015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의 인구 구성 자료이다.

40대(40~49세)가 4,716명, 약 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30대(30~39세)는 3,732명으로 판교동 전체 인구의 약 16%에 달한다. 30~40대가 36%로, 전국 인구구성과 비교했을 때* 30~40대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2015년 기준 전국 총인구 : 30대 15%(7,738,472명), 40대 17%(8,726,984명). 30~40대 비중은 약 32%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평균 연령이 35.3세로 매우 젊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국의 평균 연령은 40.4세였다.


결론적으로 판교 주민들 중에서도 3040세대의 젊은 층을 주요 타겟 고객군으로 설정한다면 서비스 이용도가 높을 것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업종 현황

출처: 판교테크노밸리 홈페이지_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 현황


판교 테크노벨리 입주기업 현황을 보면, IT업종(865개, 68.11%), CT(158RO, 12.44%), BT(150개, 11.81%) 순으로, IT와 CT가 차지하는 비중은 80.55%에 달한다.

* IT - information Technolony(정보기술), CT - Culture Technology(문화기술)


또한, 연도별 입주기업 업종 추이의 경우 2015년 말 IT업종은 76.9%로 전년에 비해 12.8% p나 급격히 증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IT업종 종사자 또한 증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당근마켓이 모바일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용자에 대한 접근성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판교 '육아맘' 수요에서 사용자수 폭발적 증가


김재현 대표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초창기 당근마켓은 판교의 모든 지역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많고, 젊은 엄마들이 많은 곳일수록 서비스 이용도가 높았다. 당시 ‘남편이 판교에서 근무하는데 나도 앱으로 직거래를 하고 싶다’는 주부들의 요청이 많았다.

중고거래는 직장인보다 ‘육아맘’들의 수요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육아맘이 많이 사는 신도시(분당, 수지, 수원, 송파, 부천 등) 위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로 결정하고 빠르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육아용품들은 부피가 커서 택배보다 직거래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이런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지역 맘카페가 유일했는데,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고 거래를 하려면 카페 안에서 등급을 높여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런 조건들 없이 해당 동네 주민이라면 누구나 거래할 수 있게 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동네 기반의 생활정보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의 시초가 된 것이 이 지점인 듯하다.



3. 고객 니즈 파악 : 판교 '육아맘'들은 왜 중고거래 서비스를 원했을까?


판교의 3040대 젊은 엄마들은 어떤 이유로 중고거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했을까?


사실, 당근마켓 출시 이전에도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중고나라, 지역민 전용 카페, 직장인이나 육아맘 전용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서비스들이 있었음에도 또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을 원했다.


'당근마켓'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上) / 출처: 위시켓


당근마켓은 지역, 동네 기반의 거래 반경 제한을 둔 중고 거래와 커뮤니티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1. 지역 기반 카페(커뮤니티나 모임)의 높은 진입 장벽 문제와

2. 기존 중고 거래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던 신뢰성 부재라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5년 9월, 이렇게 하여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판교장터 페이지가 탄생하였다.




4. 페르소나 설정 : 당근마켓 이용자의 가상 프로필 만들기


앞서 살펴본 당근마켓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실제 이 문제를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보았다.


당근마켓의 페르소나는 판교에 거주하는 30~40대, 여성 직장인(또는 프리랜서), 중고거래 이용 빈도가 높은 주부, 지역 커뮤니티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당근마켓의 페르소나 설정

출처: Made by 해원



5. User Journey Map 그리기 : 당근마켓 이용자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User Journey Map(고객 여정 지도)고객이 서비스 또는 제품과 어떤 터치포인트로 만나고, 무슨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니즈가 충족되었는지 등을 시간 축으로 가시화한 그래프를 말한다. 사용자 경험에서 일어나는 모든 접점들을 시각화하기 때문에 전체 사용자 경험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터치포인트와 사용자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제품의 문제를 발견하거나 기회 영역을 찾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User Journey Map은 이 맵을 만드는 데 관련되었거나 최종 맵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사용자의 실제 경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는데 특히 효과적이다. 프로덕트 매니저, 조직에게는 서비스나 제품의 모든 과정을 사용자 관점에서 이해하고 전체 숲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당근마켓의 User Jorney Map

출처: Made by 해원



6. 고객 가치 사슬(CVC) 분석 : 고객에게 핵심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고객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을 찾아 연결고리를 끊고, 시장을 파괴하라!"


탈레스 S. 테이셰이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경영전략서 '디커플링'을 통해 "시장 파괴의 주범은 신기술이 아닌 고객"임을 강조하며, '디커플링(decoupling)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신흥 강자 기업들이 시장 판도를 뒤바꾸는 공통 패턴인 디커플링은 고객의 소비 활동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 중 약한 고리를 끊고 들어가 그 지점을 장악하는 것이다. 즉, 기존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소비 활동 사이를 끊는 것을 말한다. 고객 가치 사슬(Custmor Value Chain) 중 '일부'를 분리하는 것이다.


고객 가치 사슬에서는 고객 가치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한다.


· 고객 가치 창출(+) :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
· 고객 대가 지불(-) :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기 위해 추가하는 활동
· 고객 가치 잠식(-) : 가치를 창출하지도,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지도 않는 활동


고객 가치 사슬의 연결고리에서 약한 사슬을 끊어내고, 고객에게 핵심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중고거래의 경우를 보면, 과거에는 이웃 주민들끼리 안 쓰는 물건을 서로 주고받거나 중고매장이라는 유통상을 거치거나 중고거래가 활발한 온라인 카페를 통해 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익명의 거래자와 거래할 경우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당근마켓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고객 가치를 창출하였는지 고객 가치 사슬(CVC)을 통해 살펴보자.



당근마켓의 고객 가치 사슬(CVC)

출처: Made by 해원


중고거래 과정을 고객 가치 사슬(CVC) 표로 작성해보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핵심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에 해당하는 가치 창출 단계와 대가 지불 단계, 둘 다 해당되지 않는 가치 잠식 단계로 구분해 표시하였다. 고객 대가 지불(-)은 회원가입 시 중고거래를 위한 개인정보 활용과 위치기반 서비스 제공 동의를 하는 단계와 중고물품 구매 시 판매자에게 가격을 지불하는 것 외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중고거래의 특성상 이용자는 자신이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의 판매자와 직접 거래하기 전에는 대가 지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 잠식에 대한 활동이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당근마켓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지점의 개선이 필요할까?



7. Pain Point 발견 : 당근마켓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중고 직거래 시 가장 두드러지는 Pain Point는 1. 원하는 물건 검색 시간 소요, 2. 판매자로 인해 거래가 불발되는 경우, 3. 직거래로 인한 이동과 만남의 번거로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지점에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서비스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용자 가치 잠식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1번과 3번 같은 경우에는 오프라인 지역 기반의 중고 거래를 하기 위해서 수반되는 비용이기 때문에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사항을 고려하여 당근마켓의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로, 판매자로 인해 거래가 불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자의 사전 고지 없이 거래가 불발되는 경우 판매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판매자 정보에 표시함으로써 구매자가 거래 전에 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최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현재 당근 마켓의 매너 온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직거래 과정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픽업부터 포장, 배송까지 한 번에 해주는 택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거래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약속 장소에서 만나지 않아도 되고, 택배를 보내기 위해 편의점이나 우체국에 가지 않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면 예약된 시간에 택배 기사님이 방문해 상품을 픽업한다.






지금까지 판교장터에서부터 시작한 당근마켓의 역기획을 해보았다. 당근마켓이 어떻게 지금의 서비스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현재 당근마켓은 전국 6577개 지역에서 가까운 이웃과의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하나의 ‘당근 생태계’를 구축했다. 새롭게 당근마켓이 준비하고 있는 사업 모델로는 라이브 커머스(당근 마켓 라이브), 로컬 커머스(당근 쇼핑), 자체 배송(당근 배송)이 있다.   


지금껏 당근마켓이 성장할 수 있었던 진정한 비결은 주변 이웃과 소비자들의 세심한 관찰로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선한 마음을 나누고자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단단한 수익 구조를 마련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지역기반 커머스 생태계 확장'이라는 당근마켓이 그리는 미래에 보다 빨리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https://team.daangn.com/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202234337b

https://ko-kr.facebook.com/business/learn/lessons/identify-target-audience

https://www.mk.co.kr/news/home/view/2021/08/798870/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29503

https://www.mobiinside.co.kr/2021/01/28/daangn-1/

https://office-life.tistory.com/50

https://brunch.co.kr/@umbrella/24

https://brunch.co.kr/@miminammimi/7

https://kosis.kr/index/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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