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9일부터 통신료 기준으로 '데이터 차감제' 채택
오늘 SK텔레콤으로부터 한 달 뒤인 2021년 4월 19일, 중순부터 티맵은 데이터 사용비용을 내야 한다는 고지를 받았다.
솔직히 네비게이션 시장을 잘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순전히 개인적 추측과 평소 경험을 바탕으로 썼으니 양해하고 읽어주시길~^^)
네비게이션 앱의 경우는 기존에 축적한 데이터가 많더라도, "실시간" 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동접자수도 중요할 것이다. 즉, <누적데이터 + 실시간데이터>가 둘 다 잘 작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체감적으로는 '실시간 데이터'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미 예전에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티맵이 지금까지 무료 정책을 유지한 것은 충분한 동접자를 확보해서 얻는 데이터로 실시간 교통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제공하려는 것이었을 테다.
그런데 이제 유료로 전환한다니, 잘되는 서비스인데다 민간기업이니 영원히 무료일 수는 없겠으나, 고객으로서 아쉬운 것은 어쩔수 없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왠지 네비게이션 데이터도 멀티미디어에 가깝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이 들 것 같은데. 특히 자차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하는 운송업 또는 택시사업자들의 경우는 타격이 클 것 같다 ㅠㅠ
SK텔레콤이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서비스 제공 주체의 변경(sk텔레콤 --> 티맵모빌리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1) SKT 둥지 떠난 '티맵모빌리티' 출범…플라잉카도 넘본다
/ 2) 티맵 한 달 뒤 유료…"무제한 요금제 아니면 부담" )
그러나 전략의 변경을 단순히 티맵모빌리티가 분사함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비스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오히려 대량의 유저 감소 현상이 발생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한데다, 모바일/온라인 상에서의 플랫폼 서비스는 대규모 유저 확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발생시키는 것이 성공의 필수 요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발생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는 플랫폼 이용량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누적 데이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비롯한 IT 생태계는 "데이터" 기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플랫폼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가치(value)'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라고 하며, 네트워크 효과가 클수록 플랫폼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온라인 생태계를 오프라인과 구분짓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수와 이용량에 비례하기에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 온라인 상에서는 이것이 "승자독식"의 플랫폼 독/과점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카오 등 우리가 일상에서 거의 매일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은 대부분 마땅한 대체 플랫폼이 없는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대체 플랫폼이 있다 해도, 경쟁에 밀려서 자연스럽게 퇴보했거나 또는 소수의 충성팬들로 유지되기에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번 티맵의 유료 전환에는 "시장을 완전히 재패했다"는 자신감과, 넥스트 사업모델을 시도하겠자는 전략적 고민이 보인다.
2년전 앱을 깔았던 카카오 네비는 한 두번 쓰다가 말았다. 티맵의 정보가 부정확해서 유저들의 불만이 높던 차에, 모바일 초창기 반응이 좋았던 "김기사" 앱을 카키오가 인수하면서, 기존 김기사 유저들의 입소문과 신규 유저(카카오 인수 이후의 운전자)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카카오네비였다.
나 또한 지인들에게 무수히 추천받았던 앱이기에 적극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티맵의 정확성이 빠르게 개선되는데다 UI와 UX도 미묘하게 편리해서 결국 맘에 안드는데도 티맵 유저로 돌아왔었다. 두 어플리케이션 사이에서 방황하던 게 불과 2년 전인데, 이제는 완전히 게임을 차지했다고 보는 것일까.
하기사, 네이버네비는 존재감이 더 없으니, 티맵 입장에서 더 이상의 위협적인 경쟁 서비스는 없다고 판단할 만도 하다. 네비게이션의 특성상, 국내 대형 경쟁앱들을 이겼다면 게임은 끝이다. 구글이나 애플 같이 날고 기는 글로벌 앱들이 온다한들, 네비게이션 시장에서는 데이터 확보면에서 로컬 기반의 서비스가 강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맵이 월 사용자수(MAU)가 국민 1/5을 넘는 13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네비게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방심은 금물이다. 기사에 따르면, SKT가 티맵 유저들에게 데이터를 무상제공한 비용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티맵모빌리티는 탄탄한 캐시카우를 갖고 있는 SKT와는 다른 환경에 처해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신생 회사인만큼 캐시카우는 티맵 서비스가 될 것이기 때문에, 티맵모빌리티로서는 유료화에 따른 유저들의 이탈률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단일 사업모델 구조를 탈피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여 시장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티맵모빌리티로서는 1위 서비스인 티맵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한편, 빠른 시일 내에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것이다.
문제는 유료화가 아직 자리잡지 읺은 상황에서, 과금 정책에 따른 시장 점유율 및 이용률 변화가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쟁 서비스인 네이버 네비, 카카오 네비가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가능성이 다분한 탓이다.
지도/네비 앱시장은 오프라인(인프라, 장소, 지역)과 온라인(데이터)의 '조합'과 '연결'이 가장 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야다. 또한 이 시장은 부동산, 관광/여행, 외식, 쇼핑, 금융 등 대부분의 산업과 연계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에 가장 유리한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의 강력한 선두 기업이 하필 '유료화'라는 소비자 저항이 가장 높은 정책을 하게 된 지금의 상황은, 이 시장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2위 주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아마도 당분간은 카카오 네비와 네이버 네비에서 전략적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마침 네이버와 카카오는 강력한 자금력과, 각각 검색과 메신저 시장을 평정하며 매우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있는 독점 서비스 플랫폼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누적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여 각자의 네비게이션앱 서비스를 빠르게 고도화시키면, 유저들이 이들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새삼 "데이터"의 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케이스다. 그놈의 데이터가 대체 뭐길래, 우리 모두는 데이터 전쟁을 하고 있을까. 돈보다 강력한 데이터... 정말 세상이 변했다 싶다.
그나저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아닌데, 다음달부터 티맵쓰려면 어쩐다? 아, 스트레스다.
너무한다, 티맵!
잘해서 쑥쑥 크지 그랬냐, 카카오네비!
이커머스만큼이나, 지도서비스 만큼이나, 네비도 좀 더 키우지 그랬니, 네이버!
그냥 당분간 뚜벅이로 살련다. 마침 작년 여름부터, 회사도 멀어져서 다시 BMW족이 되기도 했고.
[ 관련 글 보기 ]
011, 그 때 그 시절 모두의 브랜드
#navigation #네비게이션 #tmap #티맵 #유료화 #데이터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