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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Feb 09. 2023

빨간지붕...

체코 프라하에서

아! 빨간지붕에 대한 막연한 이 로망은

누군가의 여행 속 사진,

혹은 잡지 또는 미디어에서 보았던 것에서 시작됐을까?

시점은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회사 다녔던 때엔, 너무 바뻐서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겠거니와


그시절엔 여행도 썩 자유롭지 않았으니...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

비로소 자유여행  바람이 훅하고 불었던,

2002 한일월드컵 이후가 아닐까?

그 후, 내 마음의 불을 확 지폈던 확실한 지점은

TVN 방영 리얼 여행프로그램인

'꽃보다 남자' 에서 크로아티아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빨간지붕~~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의 고딩친구와 어떤날의

미래 여행을 기약했고,

여행지 중에 꼭 크로아티아를 가기로 했지.

 사진 속 빨간 지붕의 반란이 결국 크로아티아 여행으로까지 발전하게 된거지.


"나도 언젠가 직접 가서보고 싶다."


무작정 떠나서, 가고 싶은 여행지의 로망이 일렁이게 했던 빨간 지붕!

그 대망의 끝은 결국,

내가 그곳을 직접 가 보아야 해소될 일이었다.

왜 빨간색 아니, 지붕에 꽂혔는지 잘 모르겠다.


밀집된 지붕의 비슷한 색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는지...

군락지의 모습이 전부 붉음의 색감이 좋았는지...

첫인상의 강렬함과 안온감이 부른 오해일지 곡해일지도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저 좋았다는 느낌 뿐이다.


그 때 이미 나는 그곳에 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꿈 꾸었으니, 이루면 될 일이었다.


어떤 건축가의 작품 속에 드러난,

 저 유럽의 뾰족 둥글, 볼록이 어우러진 성당과 건축물이 로마네스크,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 등으로 오가는 시대를 보여주고,

빨간 지붕들이 펼쳐진 마을이 동시에 들어올 때 느낌을 상상하면 어떤가?

햇살 가득한 창가의 따뜻한 시선을 정겹게 대할 수 있는 너른 마음을 소유한 것 같아진다.


가끔은 동화 속 어딘가를 여행하는 것 같은 상상력을 불러오게 하는 마법도 발동하는 것 같으니, 마음은 두리둥실이다.


사진 속에서 본 빨간 지붕의 로망은 -이 곳 동유럽 여행을 오기 전까지- 마음 속 깊은 한켠에 펼쳐보이지 않은 꼬깃꼬깃한 메모지였다.


남들은 이것을 버킷리스트라고 하더라.


겨울에 떠나는 크로아티아 행을 뜨거운 여름 8월 말에 예약하고, 한껏 기분이 부풀었다.

매해 12,1월은 크로아티아가 너무 추워서 모객이 잘 되지 않는다는 여행사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12월 말쯤에

크로티아를 뺀, 동유럽(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오스트리아) 4개국 투어팀과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결정했다라기 보다, 다른 선택지가 딱히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맞겠다.


이 지점에서 나의 친구와 2차 크로티아 여행을 추후에 감행하기로 다시 약속을 했지.

오전 슬로바키아 브루노에서 체코 국경을 지났고 ,

오후는 카를교, 프라하 바츨라프광장, 성비루투오소 성당 등 투어를 했다.


카를교에서
바츨라프 광장


성비루투오소 성당


성서이야기를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의 오색창연함


드디어 프라하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맞이했다.

사진 속에서 만 구경했던, 빨간 지붕을 볼 시간이 된 것이다. 


마을 곳곳을 천천히 걸으며, 전망대 위까지 올라가려면 거의 1.8km는 족히 걸어가야 한다고 가이드가 전한다.

급하게 마음 먹지 않고,

동네를 구경하면서 친구와 천천히 오르기로 했다.

굽이굽이 동네 생긴대로 나아진 길을 좇아 올라간다는 것이 평지의 그것과는 달라 조금 힘들 수 있었지만, 동네 구경하는데 한눈 팔다보니, 다리 아픔은 밤 시간으로 보류할 수 있었다.


도심올 가로 질러 전망대 따라가기









계단을 마져 오르면 이제 전망대가 곧 보인다.


"끝까지 올라오시면, 값진 선물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고 말해주는 가이드의 독려에 힘 입어 열심히 올라갔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 마을 전경을 그림처럼 펼쳐 볼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 순간의 감동과 기쁨의 진동은 지금도 여전히

마음 속에 울린다.

기분 좋은 공기와 도시의 탁트인 전경과

내 눈에 비췬 프라하의 빨간 지붕~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혼재 속에 아드레랄린이 하늘 위에서 뿌려지는 황홀함을 체험한다.


빨간 지붕을 좋아하는 기호의 기원을 나도 모르지만,

왠지 평화로울 것 같은 안정감.

그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그들의 평화로움이

나의 평화로움으로 전이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에 기인할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이유보다,

옹기종기 빨간 지붕들이 모여 있는 존재 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답니다.

수수께끼 같지만, 그게 바로 나! 라는 사람이다.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빨간 지붕 애착증은

 왜곡된 기억 속에서 더 멋있고 멋지게 추억 할 꺼리로 남게 될 확률 99.7프로다.


빨간지붕 천국



빨간지붕을 보려고 2만보 이상 걸었던 그 날의 투어는

늦은 밤 보류했던 발바닥의 아픔이 기다리고 있더라.

대신 꿀잠은 필수 코스였지.


밤이 지나고 아침을 맞이하면, 처음 만나는 여행지로 또 떠난다. 여행의 매력을 몸으로 느끼는 중이지.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얻는게 있다는데...

빨간 지붕이 더 좋아졌다.

단독 주택을 짓게 되는 행운이 내게 있다면, 결단코 빨간지붕을 선택하리라.


친구와 동유럽 여행 2023년 1월 9일(월)  브루노에서 체코 프라하 입성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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